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에서 7회 말 투아웃 주자 2루 상황 이정후가 타점을 올리는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에서 7회 말 투아웃 주자 2루 상황 이정후가 타점을 올리는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미국의 화력을 잠재우며 슈퍼라운드 첫 승을 따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WBSC 프리미어 12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미국을 5-1로 꺾었다. 조별리그 전적을 포함해 2승이 된 한국은 일본, 멕시코와 함께 슈퍼라운드 공동 선두 자리를 지켰다. 한국은 12일 대만과의 경기에서 승리하면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티켓을 사실상 확보할 수 있다. 

한국은 에이스 양현종(KIA 타이거즈)이 5.2이닝 동안 10개의 안타를 맞았지만 솔로 홈런 1방으로 미국 타선을 1실점으로 막으며 승리투수가 됐다. 타선에서는 김재환(두산 베어스)이 1회 결승 3점 홈런을 터트렸고 유격수 김하성(키움 히어로즈)도 3안타1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한편 이번 대표팀에서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유독 돋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자랑하고 있다.

야구를 시작할 때부터 따라다니던 아버지의 짙은 그림자

이정후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주변의 남다른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정후의 아버지가 바로 KBO리그 사상 손에 꼽히는 천재 선수였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LG 2군 총괄코치)이기 때문이다(그리고 이정후는 어린 시절에 이미 영원히 바뀔 수 없는 '바람의 손자'라는 별명이 붙었다). 많은 2세 선수들이 아버지의 명성에 부담을 느끼고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정후는 달랐다.

이정후는 광주 서석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2010년 제7회 KIA타이거즈기 호남지역 리틀 야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오르는 남다른 재능을 과시했다. 광주 무등중학교를 다니다가 3학년 때 서울로 전학을 온 이정후는 휘문중을 거쳐 서울 지역의 휘문고에 진학했다. 1학년 때는 선배 김주성(LG)에 가려 여러 포지션을 돌았던 이정후는 2학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유격수로 활약했다. 

이정후는 오른손 타자였던 아버지와 달리 우투좌타였지만 날카로운 타격과 빠른 발은 마치 아버지의 현역 시절을 보는 듯했다. 중학교 때 서울로 이사 오는 바람에 서울권 선수로 분류된 이정후는 사실 1차 지명에 뽑히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뛰어난 타격 재능에 비해 유격수 수비에서 약점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정후의 상품성과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히어로즈에서는 과감하게 이정후를 1차 지명으로 선택했다. 

이종범과 함께 역대 최초로 1차 지명으로 프로에 입성한 부자선수가 된 이정후는 히어로즈로부터 2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히어로즈는 2016 시즌이 끝난 후 마무리 캠프 명단에 이정후를 포함시키며 차세대 스타로 키우겠다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정후는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서 수비에 약점을 보였고 결국 외야수로 변신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정후의 외야 변신은 선수에게도 히어로즈 팀에게도 '신의 한 수'가 됐다.

2017 시즌 히어로즈의의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며 전 경기에 출전한 이정후는 타율 .324 179안타 2홈런 47타점 111득점 12도루를 기록하는 엄청난 성적을 거뒀다. 이정후가 세운 179안타와 111득점은 1994년 서용빈(스포TV 해설위원)의 157안타와 유지현(LG 수석코치)의 109득점을 뛰어넘는 역대 신인 최고기록이었다. 이정후는 2017년 KBO리그 역대 최초로 순수 고졸 야수 신인왕에 등극했다.

김경문 감독의 선견지명이 돋보인 '호타준족' 이정후의 3번 배치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 1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11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슈퍼라운드 1차전 미국과 한국의 경기. 1회말 1사 2루 상황에서 한국 이정후가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후는 작년 전반기 손가락과 어깨부상으로 59경기 출전에 그치며 2년 차 징크스에 시달리는 듯했다. 하지만 이정후는 후반기 50경기에서 타율 .381 2홈런 30타점을 기록하며 히어로즈를 2년 만에 가을야구로 복귀시켰다. 특히 7월 타율 .419에 이어 8월에는 .532의 타율을 기록하는 비상식적인 활약을 펼치며 김현수(LG,.362), 양의지(NC다이노스,.358)에 이어 시즌 타율 3위(.355)에 올랐다.

이정후는 작년 한화 이글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하다가 왼쪽 어깨를 다쳤고 빨라도 4월, 늦으면 6월까지도 정상 컨디션을 보이기 힘들 거란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괴물 같은 회복 속도로 개막전에 출전한 이정후는 올해도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336 6홈런 68타점 91득점 13도루를 기록하며 히어로즈를 5년 만에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이정후는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412 2타점3득점1도루로 분전했다).

2017년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작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며 이미 한국을 대표하는 외야수로 인정 받은 이정후는 이번 프리미어 12 대표팀에도 무난히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김경문 감독은 빠른 발과 정확한 타격을 겸비한 이정후를 테이블 세터가 아닌 3번타자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김경문 감독은 과거에도 정근우 등 발 빠른 선수를 중심타선에 배치해 재미를 보곤 했다).

기대와 우려가 반씩 섞였던 이정후의 중심타자 기용은 현재까지 대성공이다. 이정후는 조별리그 3경기와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13타수7안타(타율 .538) 3타점2득점 OPS(출루율+장타율) 1.570으로 한국 대표팀의 3번 타자로서 완벽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11일 미국전에서는 2루타 2방을 포함해 3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만약 3회 일본 주심의 오심이 없었다면 이날 이정후의 타점은 2개로 늘어났을 것이다.

이정후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외야 세 자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수비력이다. 이정후는 지난 8일 쿠바전에서도 중견수로 출전했다가 8회부터 좌익수로 이동한 바 있다. 프리미어12 같은 국제대회에서 멀티 포지션 소화가 가능한 선수의 높은 활용도와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회 대회가 열리던 4년 전만 해도 아버지의 짙은 그림자에 가려 있던 고등학교 2학년생 이정후가 어느덧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둥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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