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없는 숲> 포스터

<사랑 없는 숲> 포스터ⓒ Netflix

 
소노 시온의 영화는 하나의 작품에 여러 개의 이야기를 중첩시킨다. 그의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된다. 연극 같은 상황과 대사, 과장된 연기와 이야기의 전개, 때론 잔혹하고 보기 역겨운 그의 영화세계에 대한 관객의 호불호는 크게 나뉜다. 그런 소노 시온이 감독의 창작세계에 제약을 두지 않는 넷플릭스 플랫폼과 만났다. 그 완성품인 <사랑 없는 숲>은 보기 역겹지만 그만큼 인간의 처참한 군상을 노골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키타큐슈 감금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악마 같은 남자인 무라타 조와 그를 촬영하는 영화감독을 꿈꾸는 청년 조와 신, 제이, 그리고 학창시절 친구들의 죽음을 경험한 뒤 파괴된 인생을 살고 있는 다에코와 미츠코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자유로운 영혼인 떠돌이 신은 조와 제이라는 두 영화감독 지망생을 우연히 만나 함께 영화를 찍기로 한다. 그들은 다에코를 통해 미츠코라는 여자를 알게 된다.
 
학교 축제 때 연극을 기획했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로미오 역의 친구가 죽은 뒤 미츠코는 히키코모리로 살고 있다. 그런 친구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다에코는 미츠코를 밖으로 불러내기 위해 영화를 제안하지만 미츠코는 거절한다. 그런 미츠코에게 오래 전 50원을 빌렸다는 남자가 전화를 걸어온다. 중년의 남자 무라타 조는 50원을 갚는다는 명목으로 미츠코에게 접근하고 그의 마음을 빼앗아 버린다. 그를 본 다에코는 무라타 조가 위험한 인물이라 말한다.
  
 <사랑 없는 숲> 스틸컷

<사랑 없는 숲> 스틸컷ⓒ Netflix

 
무라타 조는 과거 다에코와 다에코의 언니, 심지어 다에코의 어머니까지 사로잡은 마성의 남자이다. 다에코의 아버지가 뒷조사를 해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 남자라는 걸 알아낸 뒤 막아서지만, 여전히 세 여자는 무라타 조의 매력에 빠져 있다. 다에코는 미츠코를 구하기 위해 미츠코 대신 자신과 관계를 맺자 제안한다. 하지만 이미 미츠코는 몸도 마음도 무라타 조에게 빼앗긴 이후이다. 그리고 신 일행과 무라타 조는 무라타 조를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연쇄 살인의 주인공으로 가정한 영화를 찍기로 한다.
 
무라타 조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쉽게 빼앗는다. 그리고 그들을 조종해 잔혹한 일을 계획한다. 그는 담뱃불로 미츠코의 몸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그를 전기로 고문한다. 신을 비롯한 일행들은 미츠코를 구하려고 하지만 이미 마음을 무라타 조에게 빼앗긴 미츠코를 어쩔 수 없다. 미츠코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 그들은 무라타 조가 보여주는 영화에 대한 열정에 빠져 그녀의 말을 듣지 않는다.
 
무라타 조는 이렇게 사람들을 하나 둘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고 그들에게 고문과 폭력, 심지어 살인을 가한다. 그는 정신적으로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지옥으로 이끄는 악마와 같다. 이런 무라타 조에게 너무나 쉽게 동화되고 굴복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과장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남들에게 쉽게 호감을 사고 그들을 정신적으로 굴복시켜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인물은 일본 예술 작품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캐릭터이다.
  
 <사랑 없는 숲> 스틸컷

<사랑 없는 숲> 스틸컷ⓒ Netflix

 
<가마타 행진곡>, <우행록>, <살인의 문> 등 다양한 문학작품이 선보인 이런 캐릭터들의 특징은 모호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라타 조는 뒤로는 사람을 이용하는 사기꾼이지만 앞에서는 사랑을 표현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확신을 준다.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미츠코와 영화감독의 꿈을 애매한 목표로 생각하는 신 일행은 무라타 조가 보여주는 자신들을 향한 믿음과 확신에 마음을 빼앗긴다.
 
무라타 조의 악행은 확실한 사랑과 믿음을 갈구하는 현대인들의 어두운 내면을 보여준다. 다에코와 미츠코가 무라타 조의 희생양이 되는 건 그녀들이 지닌 과거 때문이다. 로미오 역을 맡은 친구의 죽음으로 연극을 준비하던 다섯 친구는 옥상에서 자살을 시도하였다. 이 자살시도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인 다에코와 미츠코는 마음에 짊어진 짐 때문에 서로 다른 선택을 한다. 
 
이 두 사람에게는 미래가 없다. 다에코는 계속 사랑 없이 남자를 갈구하고 미츠코는 오지도 않을 로미오를 기약 없이 기다린다. 그녀들에게는 가족의 사랑도, 그려나갈 미래도 없다.
  
 <사랑 없는 숲> 스틸컷

<사랑 없는 숲> 스틸컷ⓒ Netflix

 
무라타 조는 미츠코를 파괴의 대상으로 삼는다. 이 점은 카메라를 든 신 일행에게 자극처럼 여겨지고, 그들은 이 자극을 촬영하기 위해 무라타 조와 미츠코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카메라 렌즈가 찍는 폭력과 강간, 살인이 현실이 되는 지점은 신 일행이 무라타 조의 행위에 가담하면서다. 이 순간은 <개를 문 사나이>를 연상시킨다.
 
<개를 문 사나이>라는 페이크 다큐는 벤이라는 연쇄살인범을 촬영하던 촬영팀이 결국 그의 살인에 가담하는 이야기를 다루는데, 미디어가 지닌 폭력성과 그에 동조하는 시청자들의 모습을 비판하는 작품이다.

신 일행에게 연쇄 살인마 무라타 조는 카메라 안의 인물이다. 하지만 무라타 조가 살인을 사주하고 이에 그들이 동참한 순간 영화 속 살인은 잔혹한 현실이 되어버린다. 이는 일본 미디어의 자극적인 엔터사업을 비판하는 요소라 볼 수 있다.
 
<사랑 없는 숲>은 제목 그대로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을 주지 않는 믿음 없는 사회와 이런 사회의 모습을 폭력과 거짓으로 담아내는 엔터 사업의 부도덕함을 비판한다. 집단자살, 감금고문, 토막살인 같은 자극적인 요소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소노 시온 감독의 노골적인 연출에 담긴 이 영화의 메시지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사회가 지닌 더러운 밑바닥의 실상에 대한 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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