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술 시민기자, 김병기 감독, 안정호 기자, 정상진 옛나인필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다룬 영화 <삽질>(감독 김병기) 시사회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종술 시민기자, 김병기 감독, 안정호 기자, 정상진 옛나인필름 대표가 1일 오후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다룬 영화 <삽질>(감독 김병기) 시사회에서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권우성


드디어 오늘(14일), 영화 <삽질>이 개봉한다. 관객들과 온전히 만나게 된다. 솔직히, 좀 떨린다.

지난 1일, 충무로 대한극장에서 영화 <삽질>의 VIP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시사회는 영화인들과 언론계,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인사, 일반 시민 등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알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로 성황을 이뤘다.

영화 <자백>, <공범자들>을 만든 최승호 MBC 사장을 비롯해 정연주 전 KBS 사장, 박수택 전 SBS 환경전문기자, 손혜원 의원, 박주민 의원, 소설가 이외수, 송경동 시인, 최용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회장, 진모영 감독 등 각 분야 인사들이 이날 시사회에 참석했다.
 
300여 석을 가득 메운 상영관 두 곳에서 나는 김병기 감독, 김종술 시민기자와 함께 무대인사를 했다. 가득 찬 객석을 보며 나는 많은 생각에 잠겼다. 전국의 강을 돌며 보냈던 24개월, 내가 <삽질> 제작에 참여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총 세트 비용만 22조 원이 넘는 영화"라며 투자배급을 맡은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가 영화를 소개했다. 김병기 감독이 말을 이었다.
 
"영화를 만든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책임을 묻기 위해서였습니다. 강을 망친 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삽질'이 계속될 거라는 위기의식이 이 영화를 만들게 했습니다."
  
처음 녹조에 들어가다 
 
 김종술 시민기자와 안정호 기자가 녹조로 가득한 금강에 들어가서 취재를 하고 있다.

김종술 시민기자와 안정호 기자가 녹조로 가득한 금강에 들어가서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영화 <삽질> 제작 중 가장 힘들었던 건 걸쭉한 녹조물과 시궁창 펄에 전신을 담그고 촬영했던 경험이다. 거대한 보에 막혀 생긴 녹조는 기사로 보던 것보다 훨씬 끔찍했다. 코를 찌르는 악취와 움직일 때마다 두 발을 감싸는 썩은 펄 바닥에서 내 몸 하나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녹조가 가득한 금강에서 한 발짝도 옮기기 힘든 나와는 달리 김종술 시민기자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펄로 된 강바닥을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만 봐도 그가 얼마나 자주 이곳을 드나들며 취재했는지 알 수 있었다. 걸쭉해진 녹조물을 맨손으로 뜨는 김 기자는 탄식과 함께 혼잣말을 내뱉었다.
 
"녹조가 거머리처럼 손에 착 달라붙네."
  
망가진 강의 모습은 여름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은 최악의 수질인 4급수에서 산다는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로 오염된 펄로 가득찼다. 당시 현장을 함께 누빈 안민식 기자는 이렇게 회상한다.
 
"4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사람들을 찾으러 다닐 때도 힘들었지만, 가장 힘들었던 건 시궁창 펄이 된 강을 찍으러 들어갔을 때였어요. 펄에 발이 잠겨 움직일 순 없고 넘어져서 카메라가 망가지면 절대 안 되니까, 안간힘으로 버텼죠. 촬영을 마치고 김종술 기자가 4대강 사업 이전의 금강 사진을 보여주시더라고요. 모래톱이 펼쳐진 과거 금강의 모습을 보면서 그제야 망가진 강을 실감했죠.

말도 안 되는 정책을 내놓은 정치인에게 투표한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됐죠. 그리고 4대강 사업을 통해 이득을 취한 세력이 여전히 기득권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요. 죽은 강은 말이 없잖아요."

 
 펄로 가득한 금강에 직접 들어가 취재를 하는 안정호, 안민식 기자

펄로 가득한 금강에 직접 들어가 취재를 하는 안정호, 안민식 기자ⓒ 오마이뉴스

 
부역자들을 쫓다
 
안 기자의 말처럼 <삽질> 제작팀은 4대강 사업을 옹호했던 사람들을 수없이 찾으러 다녔다. 그들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궁극적으로 그들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였다. '4대강 사업 이후 망가진 강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그 궁금증 때문에 한 명을 만나기 위해 서너 번은 기본이고 많게는 일곱 번까지 찾아간 적도 있었다. 제작 기간 중 촬영을 함께 다닌 조민웅 기자는 당시를 이렇게 기억하고 있었다.
 
"4대강 사업에 관련된 주요 인물들을 찾는 과정이 가장 힘들었죠. 특히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을 만나기 위해 근처에서 밤을 새우다시피 하고 겨우 그를 만날 수 있었잖아요. 촬영이 막바지로 가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됐던 거 같아요. 그래도 반드시 들어가야 할 장면을 담아서 보람 있었죠.
 
'아직도 4대강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어요. 당시 정부가 국민 고혈을 빨아먹은 후유증이 아직 남아있어요. 또한 국가 정책의 실패와 그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위해 제작에 최선을 다했죠.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분노를 넘어선 무언가를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의 차를 쫓아가는 김병기 감독

김철문 전 청와대 행정관의 차를 쫓아가는 김병기 감독ⓒ 오마이뉴스

 
 김병기 감독과 조민웅 기자

김병기 감독과 조민웅 기자ⓒ 안민식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19년 1월, 편집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었다. 당시 우리의 1차 목표는 전주국제영화제 출품이었다. 편집하는 중에도 취재는 계속됐고 영화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촬영까지 추가되는 상황이었다. 자막 검사와 공익 제보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모자이크 작업도 간단한 게 아니었다. 영화를 함께 마무리한 김혜주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마감에 늘 쫓기는 게 힘들었죠. 영화제 출품을 위해 후반 작업에 돌입했을 때 오탈자와 기술적인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했어요. 예상치 못한 문제는 매일 생겼고 그때마다 수정이 필요했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혹시라도 '개봉 이후에 실수를 발견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들이 저를 괴롭게 했죠. 늘 조마조마했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네요.

이명박 정권 당시 전 고등학생이었어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죠. 그 시기에 일어난 처참한 일들을 이번 프로젝트로 제대로 알게 되었어요. <삽질>을 만들면서 제 또래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어요.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인 4대강 사업. 저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4대강 사업이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네요. 그 기록에 동참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영화 <삽질> 내레이션 현장을 촬영 중인 김혜주 기자

영화 <삽질> 내레이션 현장을 촬영 중인 김혜주 기자ⓒ 오마이뉴스

 
후반 작업이 끝났다고 영화의 모든 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영화제 출품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고, 영화제 상영 이후 개봉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삽질>을 스크린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일은 프로듀서의 몫이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에 부딪히며 우여곡절을 겪었던 이선필 프로듀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
 
"두 번의 위기가 있었어요. 공개적으론 말할 수 없지만, 기존 배급사와 계약 관계를 정리하고 새 배급사를 찾아 헤맸던 2018년 말부터 2019년 3월 무렵까지 첫 번째 위기였죠. 절박한 심정으로 여러 배급사 관계자를 만나고 다녔고, 저예산 영화 펀드를 운용하는 투자사들도 찾아다녔습니다. 우리 영화에 대한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꿔야 했죠. 모든 인연엔 하늘의 도움이 필요했고 투자배급사를 찾는 과정 역시 그러했습니다.

두 번째 위기는 바로 지금이에요. 관객과의 만남은 정해졌지만, 사람들이 우리 영화의 존재 자체를 모르진 않을까. 어떻게 하면 <삽질>의 존재를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하루를 보내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영화계 종사자들을 새삼 존경하게 됐죠.

다큐멘터리는 기록으로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요. 이전까지 아무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았던 대운하부터 4대강 사업까지의 과정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삽질>은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어떻게 영화적 재미를 담고, 관객의 관심을 끄는가는 두 번째 문제죠.

권력이 어떻게 국민의 뜻을 누르고 관리하는지 그 발동 기제가 이 영화에 잘 담겨 있습니다. 그 서슬 퍼런 권력에 대항해 한강과 금강, 낙동강과 영산강을 온몸으로 지켜온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입니다."

 
 영화 <삽질>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후 GV 중인 이선필 프로듀서

영화 <삽질>의 전주국제영화제 상영 후 GV 중인 이선필 프로듀서ⓒ 오마이뉴스

 
'삽질'은 진행 중
 
영화 <삽질>은 만들어졌지만, 4대강을 가로막고 있는 대형 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2017년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눈길을 끄는 자본의 쓰레기들'로 전 세계 10가지 사례를 선정했는데 4대강 사업을 세 번째 사례로 꼽았다.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생태계가 무참히 파괴되고 있을 때 언론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국민을 속이기 급급했던 이명박 정권의 잘못을 기록하는 것만으로 영화를 마무리 지어선 안 된다.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삽질'을 목도한 김병기 감독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영화의 제작은 끝났지만 '4대강 삽질'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0년 전 22조 2천억 원을 들인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지금도 매년 1조 원 가까운 국민 세금이 4대강 사업을 유지보수하는 비용으로 사용되고 있어요. 그 돈이 강을 살리고 홍수와 가뭄 예방을 한다면 의미가 있지만, 강과 지역경제도 죽이고, 홍수와 가뭄 예방 효과도 없죠. 더욱더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아야만 '4대강 삽질'을 끝낼 수 있습니다.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지금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는 4대강 부역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의무가 있는 거죠."
 
<삽질> 제작팀은 강을 망친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의무를 지고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를 만들면서 4대강 사업이 진행된 10년 넘는 시간을 연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으로 나에게 영화 <삽질>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야 할까.
 
"우리가 그때 그곳에 있었다."

☞ 영화 <삽질> 예매 사이트 
http://movie.yes24.com/Ticket/Ticket_Movie.aspx?m_id=M00007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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