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김연경 선수(에자즈바쉬)ⓒ 에자즈바쉬 홈페이지 캡처

  
용호상박이다. 김연경의 현 소속팀인 에자즈바쉬와 그의 옛 친정 팀인 페네르바체. 두 팀은 올 시즌 '유럽 왕좌'로 가는 길목에서 치열한 혈투를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두 팀이 여자배구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초호화 군단을 구성한 이유는 분명하다. 유럽 최강 자리 등극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2개 대회, 즉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두 팀은 오는 19일부터(아래 한국시간) 개막하는 2019-2020 유럽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도 같은 조(A조)에 편성됐다. 때문에 앞으로 여러 차례 정면 충돌해야 한다. 

에자즈바쉬와 페네르바체는 지난 3일 터키 이스탄불 부르한 펠렉 경기장에서 열린 '2019-2020시즌 터키 리그 정규리그'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펼쳤다.

예상대로 불꽃 튀는 접전이었다. 두 팀이 왜 강력한 후승 후보인지 잘 보여준 승부였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5000명의 만원 관중도 수준 높은 플레이를 지켜보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결과는 에자즈바쉬가 세트 스코어 3-2(23-25, 26-24, 25-19, 21-25, 15-12)로 승리했다. 에자즈바쉬는 지난달 12일 터키 리그 정규리그 개막 이후 6연승을 질주했다. 12개 팀 중 유일하게 '무패'를 기록 중이다. 또한 갈라타사라이, 페네르바체 등 강호들을 연파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가능성도 높아졌다.

그러나 페네르바체가 에자즈바쉬의 우승 행보를 가로막을 수 있는 '최대 강적'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전 포지션에 걸쳐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한층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질 가능성도 엿보였다.

페네르바체, 공수 조화... 강서브도 위력적

페네르바체의 전력은 지난 시즌보다 눈에 띄게 향상됐다.  특히 브란키차-로빈슨-바르가스로 구성된 공격 삼각편대가 강하고 짜임새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특히 미국 대표팀 주전 레프트인 켈시 로빈슨(27세·188cm)이 가세하면서 공격과 수비의 균형이 잘 갖춰졌다. 로빈슨은 전형적인 살림꾼이다. 서브 리시브와 디그 등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중요한 고비에서 알토란 같은 공격 득점을 잘 내주기 때문이다.

바르가스(20세·191cm)와 브란키차 미하일로비치(28세·190cm)는 공격뿐만 아니라 서브도 강력하다. 3일 경기에서 에즈자즈바쉬가 1세트 막판 19-17로 앞서가다 순식간에 17-21로 뒤집힌 것도 바르가스의 연속된 강서브 때문이었다. 2세트 막판에도 바르가스는 강력한 서브 에이스로 경기를 듀스 상황으로 몰고 갔다. 바르가스는 중요한 순간에 강서브로 경기 흐름을 바꿀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서브의 강도만 놓고 보면, 바르가스는 이탈리아 대표팀 주 공격수인 에고누(21세·190cm)와 함께 세계 최고의 쌍벽이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상대팀 수비수 입장에선 가히 공포 수준이다. 서브를 받는다는 개념보다 '버텨낸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물론 서브 범실을 범하는 경우도 적지는 않다.

페네르바체는 터키 대표팀 주전 세터인 나즈가 새롭게 합류한 점도 여러 측면에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공격수들이 수준 높은 토스를 받으면서 공격력이 빠르고 강력해졌다. 또한 센터진 속공 활용이 많아지면서 공격 루트도 다양해졌다. 

막강한 공격 삼각편대, 상태팀 블로킹을 분산시킬 수 있는 센터진의 속공 빈도, 세터의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하는 스피드 배구 운영 능력, 강서브. 이는 국제대회나 빅그리에서 최강팀들에게 나타나는 필수 조건들이다. 페네르바체가 경기를 거듭할수력 위력이 배가될 여지가 있다고 보는 이유이다. 반면, 주전 선수들의 '경기별 기복'을 더 줄여야 하는 숙제도 안고 있다.

에자즈바쉬, 공격 삼각편대 '세계 최강'... 단조로움 개선해야
 
 김연경-친정팀 페네르바체 맞대결... 2019-2020시즌 터키 리그 (2019.11.3)

김연경-친정팀 페네르바체 맞대결... 2019-2020시즌 터키 리그 (2019.11.3)ⓒ 에자즈바쉬 홈페이지 캡처

 
에자즈바쉬는 김연경-보스코비치-나탈리아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가 세계 최강 수준이다. 3일 페네르바체와 경기에서는 특히 보스코비치(22세·193cm)의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36득점으로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도 61%에 달했다.

김연경(31세·192cm)은 이날 12득점을 기록했다. 평소보다 득점은 적었지만, 큰 경기에서 김연경이 반드시 코트에 있어야 하는 이유를 잘 보여주였다.

그는 바르가스, 브란키차 등의 강서브를 받아내면서도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공격 득점으로 승리에 기여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5세트에서 더욱 빛났다. 김연경은 4-4 동점 상황에서 서브 에이스로 역전을 만들었고, 7-6으로 팽팽한 상황에서 강력한 파이프 공격으로 점수 차이를 벌렸다. 막판 페네르바체가 맹추격하며 불안해진 순간에도 끝내기 득점으로 경기의 마침표를 찍었다.

수비에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했다. 에자즈바쉬의 승리 바탕에는 김연경이 바르가스, 브란키차의 강력한 서브를 잘 받아준 것도 큰 몫을 차지한다. 리베로마저 강서브에 흔들렸지만, 김연경이 잘 버텨줬다.

김연경은 이날 경기에서 팀 내 서브 리시브 점유율이 40%로 가장 높았다. 리베로 심게(리시브 점유율 24%)보다 서브 리시브를 훨씬 많이 받았다. 특히 5세트에서는 리시브 점유율이 50%까지 치솟았다.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 천금같은 득점을 올려줬다. 2세트 막판 25-24 상황에서도 김연경이 바르가스의 백어택을 수비로 걷어올리면서 어렵게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

나탈리아(30세·186cm)도 순도 높은 공격력으로 15득점을 기록했다. 센터진에서는 어린 야세민(20세·188cm)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블로킹 4득점을 포함해 10득점을 올렸다. 야세민은 지난 시즌 카라욜라르에서 임대 선수로 활약하면서 터키 리그 전체 선수 중 '블로킹 성공 개수 1위'를 기록했다. 장래가 촉망되는 센터 공격수다.

에자즈바쉬는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를 보유하고 있지만, 불안 요소도 여전히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플레이 패턴이 단조롭다는 점이다. 라이트-레프트 윙 공격수 편중이 너무 크다.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과 센터 속공 활용 측면에서 우승 후보에 걸맞지 않게 빈약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패턴이 계속 유지될 경우, 터키 리그, 유럽 챔피언스리그, 클럽 세계선수권의 라이벌 빅매치나 4강·결승전 등 중요한 국면에서 지난 시즌처럼 덜미를 잡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제아무리 공격 삼각편대가 막강해도 수많은 경기를 다 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단조로운 팀은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는 팀이나 장신 센터진의 속공이 강한 팀을 만나면, 언제든지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는 세터의 능력, 감독의 경기 운영 방식과도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유럽 챔스-클럽세계선수권, 에자즈바쉬 '더 유리'

터키 리그에서 에자즈바쉬가 페네르바체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규정이다. 터키 리그는 외국인 선수가 경기 중 코트에 동시에 3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페네르바체의 외국인 선수는 브란키차(세르비아), 로빈슨(미국), 바르가스(쿠바) 3명뿐이다. 터키 리그에서 이들 3인방을 매 경기 풀가동할 수 있다.

반면 에자즈바쉬는 감제(터키) 세터가 부진해 로이드(미국) 세터가 들어갈 경우, 김연경(대한민국)-보스코비치(세르비아)-나탈리아(브라질)로 이어지는 공격 삼각편대 중 한 명을 빼내야 한다. 이는 가장 큰 전력 손실 요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로이드 세터와 공격 삼각편대를 모두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선수를 전원 동시에 출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에자즈바쉬에게 전력 상승 요인이 있는 셈이다.

김연경과 에자즈바쉬는 10일 새벽인 오전 1시 30분 아이딘 팀과 터키 리그 정규리그 7번째 경기를 치른다. 아이딘은 9일 현재 터키 리그 4위(4승2패)를 달리고 있는 강팀이다. 터키, 네덜란드, 벨기에 대표팀의 주전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터키 대표팀 주전 라이트인 메리엠 보즈(31세·190cm), 네덜란드 대표팀 주전 레프트인 발케스테인(31세·180cm), 플라크(24세·190cm), 이들이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하고 있다. 센터는 벨기에 대표팀 주전 센터인 소볼스카(28세·187cm), 세터는 지난 시즌 에자즈바쉬에서 뛰었던 에즈기(24세·170cm)가 맡는다.

한편 에자즈바쉬-아이딘 경기는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2에서 10일 오전 2시부터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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