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킹: 헨리 5세> 포스터

<더 킹: 헨리 5세> 포스터ⓒ Netflix

 
올해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화제를 모았던 인물을 뽑자면 단연 티모시 샬라메다. 아역배우 출신인 그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 하였고 잘생긴 외모로 영화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그가 부산을 방문한 영화 <더 킹: 헨리 5세>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공개된 작품임에도 티모시 샬라메의 존재 하나로 큰 주목을 받았다.

이 배경에는 그의 연기변신 역시 크게 한몫을 하였다. 헨리 5세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때문에 익숙한 인물이다. 그는 프랑스와의 백년 전쟁에서 군사적인 성공을 거둔 왕으로 유명하다. 1944년 만들어진 로렌스 올리비에의 <헨리 5세>는 이런 군사적인 면에 초점을 맞춰 2차 대전 후 영국인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목적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번 영화에선 헨리 5세의 삶을 통해 전쟁과 반전 사이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조명하며 어두운 헨리 5세의 모습을 보여준다. 

훗날 헨리 5세가 되는 왕자 할은 왕궁을 떠나 서민들과 어울리는 자유분방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아버지 헨리 4세와는 다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헨리 4세가 걸핏하면 전쟁을 일으켜 무고한 생명들을 사라지게 만드는 반면 할은 전쟁의 희생자를 줄이고 평화를 유지하는 걸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이런 할의 생각은 첫 번째 전투장면에서 잘 드러난다. 그는 자신을 대신해 전장에 나선 동생을 막아선다.    

전쟁과 반전 사이에서
 <더 킹: 헨리 5세> 스틸컷

<더 킹: 헨리 5세> 스틸컷ⓒ Netflix

 
대신 적의 대장과 일기토를 신청해 승리한 할은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승리를 쟁취한다. 하지만 이런 할의 방식은 환영받지 못한다. 영국 내부의 반란은 물론 프랑스와의 대립에 있어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이다. 할 역시 자신의 성향이 현 영국과 맞지 않다고 판단해 왕위를 물려받는 걸 꺼려한다. 하지만 헨리 4세가 죽게 되면서 할은 어쩔 수 없이 왕위에 오르게 된다.  

작품은 평화를 추구하는 할, 헨리 5세를 자극하는 반동인물로 프랑스의 왕세제 도팽을 내세운다. 도팽은 헨리 5세의 즉위식 날 작은 공을 하나 보내 그를 자극하는 건 물론 자객을 보내 도발을 감행한다. 이에 분노한 헨리 5세는 결국 선전포고를 하고 프랑스를 향한다. 이 과정에서 영웅 헨리 5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 위치를 대신하는 건 끊임없이 고뇌하는 인간 할이 있다.  

헨리 5세라는 왕이기 이전 반전(反戰)을 추구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인간 할이 존재했다. 왕이 된 그는 그 지조를 지키려고 하지만 피가 수반되는 중세의 왕위는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아쟁쿠르 전투는 그 어떤 전율이나 성취감을 허락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기마군에 맞춰 영국의 장궁이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이 백년전쟁의 전투는 진흙탕 위에서 서로를 뭉개며 싸우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들의 모습에는 전사의 용맹함도, 영웅이 지니는 강인함도 엿볼 수 없다. 무거운 갑옷을 뭉개고 서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거리는 처절함만이 느껴질 뿐이다.

이 감정은 헨리 5세가 된 할이 느끼는 감정과 같다. 그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편을 가르고 반대편에 선 이들을 죽여야만 하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사랑, 평화를 향한 마음은 연달아 시험에 들게 된다.    
 <더 킹: 헨리 5세> 스틸컷

<더 킹: 헨리 5세> 스틸컷ⓒ Netflix

 
티모시 샬라메는 이번 작품을 통해 헨리 5세의 상반된 매력을 보여준다. 하나는 자신의 신념을 시험 받는 한 명의 나약한 인간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냉철한 면모를 갖추어 가는 강인한 군주의 모습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기에 전지전능할 수 없고 현실에 따라 신념을 시험받는 순간이 오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나약한 내면을 숨기고 애정과 사랑이 아닌 냉철하게 사람을 바라보는 시각이 생겨난다.  

짧은 등장이지만 헨리 4세는 이런 헨리 5세의 심리를 뒷받침하는 인물이다. 반란을 통해 왕위를 찬탈한 그의 존재는 헨리 5세에게 정통성에 대한 약점을 짊어지게 만든다. 퀭한 두 눈에 잔인한 면모를 지닌 헨리 4세는 그 자신이 아닌 영국을 둘러싼 상황과 왕이라는 무게감이 한 인간을 피에 굶주린 미치광이로 만들었음을 보여준다.

이런 심리 속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헨리 5세의 모습을 티모시 샬라메는 특유의 섬세한 연기로 표현한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뷰티풀 보이>, <미스 스티븐스>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색다른 연기를 펼쳐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머리를 짧게 치고 어두운 눈빛을 장착한 티모시 샬라메의 헨리 5세는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캐릭터의 표현은 물론 전쟁을 통해서만 반전(反戰)과 평화를 이뤄낼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보여주며 심도 높은 드라마를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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