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병기로 나선 잠수함 투수 박종훈(28)이 쿠바 강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C조 예선라운드 쿠바와의 3차전에서 박종훈의 호투를 앞세워 7-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호주, 캐나다, 쿠바를 모두 제압하며 3전 전승으로 슈퍼라운드 진출을 확정 지었다.

'잠수함 투수' 박종훈, 4이닝 무실점으로 완벽투

김경문 감독은 이번 프리미어12를 위해 박종훈을 대표팀에 선발했다. 중남미팀 맞춤 전략을 위한 히든카드였다. 릴리스포인트가 낮고, 언더핸드 유형의 투수는 중남미팀들에는 매우 생소했던 것.

김경문 감독의 승부수는 통했다.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박종훈은 쿠바의 타선을 잠재웠다.

1회는 삼자범퇴로 틀어막았다. 로엘 산토스를 삼진으로 잡아냈고, 세자르 프리에토를 빗맞은 2루수 직선타로 처리했다. 3번 타자 유리스벨 그라시엘은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2회에는 출발이 좋지 못했다. 4번 알프레도 데스파이네가 중전 안타를 쳐냈다. 요다니스 사몬을 중견수 뜬공, 프리드릭 세페다는 투수 앞 땅볼에 머물렀다. 박종훈은 후속 타자 알렉산더 아얄라를 또다시 투수 앞 땅볼로 유도하며 이닝을 마감했다.

3회 요스마니 알라콘, 에리스벨 아루에바레나를 여유있게 처리하며 아웃카운트를 2개로 늘렸지만 후속 타자 산토스에게 볼넷을 준 뒤 프리에토에게 우전 안타를 맞았다. 그러나 박종훈은 흔들리지 않았다. 2사 1, 2루에서 그라시엘을 유격수 땅볼을 처리했다.

4회 역시 2사 뒤 볼넷, 안타를 허용하는 패턴이었다. 알라콘과 상대한 박종훈은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박종훈은 2-0으로 앞선 5회 첫 타자 아루에바루에나에게 좌전 안타를 내줬고, 김경문 감독은 박종훈을 마운드에서 내려오도록 했다.

비록 선발 투수 승리 요건인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4이닝 4피안타 1볼넷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다.

경기 후 쿠바의 미겔 보로토 감독은 "이런 유형의 투수는 생소해서 공략하기 어려웠다"며 "우리 타자들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타석에 섰지만, 낯선 한국 선발 투수를 공략하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5경기 1실점' 투수진, 진짜 시험무대는 슈퍼라운드

한국은 이번 예선 라운드에서 15득점 1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타의 조화를 이뤄냈다. 특히 캐나다와의 2차전에서 1실점을 제외하면 마운드의 힘이 강력하다. 더 나아가 푸에르토리코와의 두 차례 평가전을 포함하면 팀 평균자책점은 무려 0.20(45이닝 1실점)이다.

선발 로테이션은 완벽 그 자체다. 첫 경기 호주전에서는 선발 양현종이 6이닝 1피안타 10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고, 캐나다전은 김광현이 6이닝 1피안타 7탈삼진 무실점으로 노련한 피칭을 선보였다. 쿠바전 선발 박종훈도 무실점 행진을 이어나갔다.

이뿐만 아니다. 중간 계투도 든든하다. 특히 처음 태극마크를 단 이영하의 발견이야말로 최대 수확이다. 호주전에서 7회 양현종에 이어 두 번째 투수로 나선 이영하는 삼자 범퇴로 호주 타선을 요리했다.

이번 쿠바전도 겁 없는 피칭이 돋보였다. 5회 2사 1루 상항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영하는 일본시리즈 MVP에 빛나는 그라시알과의 8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모면했다. 6회초 사몬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3명의 타자를 손쉽게 처리했다. 1.1이닝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이영하는 7회초 고우석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한국은 지난 2015년 프리미어12의 초대 챔피언이다.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2회 대회에서 우승과 동시에 2020 도쿄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아직 강팀을 상대한 것은 아니지만 흐름은 매우 순조롭다. 진짜 시험 무대는 슈퍼라운드다. 미국, 일본, 멕시코, 대만 등 강호들과의 맞대결에서도 철벽 마운드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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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김경문 박종훈 이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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