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윅> 앵그리인치 밴드 최기호, 이준, 재키, 김민기(시계방향순서)

<헤드윅> 앵그리인치 밴드 최기호, 이준, 재키, 김민기(시계방향순서)ⓒ 김진협 김진선

 
"살아있으면!"이라고 입을 모으는 그들. <헤드윅>의 터줏대감들처럼, 작품의 혼처럼, <헤드윅>과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 에너지, 그리고 힘찬 꿈과 희망으로 무대에 오르고 싶다고 뜻을 모았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작품 속 음악의 뼈대 뿐 아니라, 틀까지 단단하게 세운 이준 음악감독(퍼스트기타/이하 '이'), 재키 프로덕션 감독(세컨기타/이하 '재키'), 김민기(드럼/이하 '민기'), 최기호(퍼스트기타/이하 '기호')를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만나, <헤드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뮤지컬 <헤드윅>은 동독 출신의 트랜스젠더 가수 헤드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미군 루터를 만나 미국으로 떠나게 된 사연, 자신의 반쪽을 찾던 소년 한셀이 엄마의 이름 헤드윅으로 살게 된 이유, 록 스타 토미와의 사랑, 그리고 자신의 음악에 대해 담담하게 때로는 격정적인 감정으로 쏟아내고, 또 뱉어낸다. 그가 털어놓는 이야기에 힘을 더하고, 감정을 싣는 역할은 단연 음악이다.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분장 등 볼거리가 다양하지만,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감정을 촉촉하게 적시는 곡들의 향연은, 관객들의 귀와 마음을 쩌렁쩌렁 울리게 한다. 이같이 관객과 무대를 장악하게 만드는 힘의 중심에는 '앵그리인치 밴드'가 있다.

<헤드윅>은 매 년 캐스팅 만으로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2005년 4월 초연 돼, 같은 해 11월 재연을 올린 뒤, 2006년, 2008년, 2009년,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2016년, 2017년, 그리고 올해 8월까지. 꾸준히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조승우, 오만석, 김다현, 윤도현, 조정석, 박건형, 정문성, 변요한, 유연석, 조형균, 이규형, 마이클리 등이 무대를 채웠다. 이렇게 매년, 매회 다른 배우가 무대를 채우지만, <헤드윅>이 변함 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앵그리인치 밴드'의 원년멤버가 있기에 가능했다.

- <헤드윅>으로 함께 하신 지, 벌써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오랜 시간 함께 하시면서 특히 더 와 닿는 곡이나, 장면이 있으신지요.
이준: "<헤드윅>은 역시 배우들의 힘이 큰 것 같아요. 덕분에 감동 받는 부분도 매 순간 바뀌지요. 전 요새 '미드나잇 라디오'(midnight radio)가 와 닿더라고요. 이츠학이 퇴장할 때 여운도 많이 남고 음악도 확 와 닿아요.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도 있어요."

재키: "준 형과 함께 할 때면 저도 눈물 날 때가 있어요. 감정에 몰입이 확 되는 거 같다고 할까요. 이츠학이 헤드윅 가발을 쓰고 나오는데. 정말 '쇼크'였어요. 매 순간 와 닿는 지점이 달라져요. 정말 신기하죠!"

민기: "저 역시 눈물을 흘린 적이 많아요. 오리지널리티를 살리는 장면은 특히 더 감동으로 다가오더라고요. 올해부터 '초심'의 감성을 따랐는데, 덕분에 곡에 더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기호: "형들 말이 맞아요. "'Tear Me Down'으로 <헤드윅>이 시작되잖아요. 헤드윅이 입장하고, 날개를 펴는 순간이 너무 좋더라고요. 음악이 '쫙' 시작되면서 에너지가 '확' 열리는 느낌이요. 정말 짜릿하죠."
 
 이준 음악감독

이준 음악감독ⓒ 김진협 김진선


- <헤드윅>은 캐스팅으로 늘 화제가 돼요. 지금까지 오른 배우들의 활약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돼요. 앞으로 또 누가 오를지도 기대되고요.
이준: "<헤드윅>은 배우들 마다 해석이 달라서, 그만큼 주는 힘도 달라지는 작품이에요. 배우들의 해석이 같았다면, 저희도 이렇게 오랜 시간 한 작품을 하기 힘들었을 거 같아요. 정말 배우들의 힘이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기호: "매 시즌마다 배우들이 해석하는 모습에 감탄해요. 기가 막히게 표현해 내죠. 매번 놀라게 돼요."

재키: "그래서 모든 배우들의 공연을 봐야 한다는 말이 있나봐요."

이준: "맞아요. 배우들의 최대 능력치를 볼 수 있는 무대가 '헤드윅'이고. 저희는 배우들의 감정을 끌어내주죠."

- 함께 무대에 선 배우들도 정말 많은데, 이번 시즌에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요?
이준: "'즉흥적'인 감정과 표현이 <헤드윅>의 생명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오만석이 정말 기가 막히게 살려준 것 같았어요. 우려낸 사골 같이 진하더군요. 그런 오만석이 덤블링 하다가, 다쳐서 엄청 놀란 기억이 나요."

기호: "그래서 <헤드윅>은 배우별로 다 봐야 한다고 하는 거 같아요. 이번에 이규형이 술에 취한 헤드윅을 표현했는데 신선했어요."

이준: "한 10년 전인가? 회식 중에 '술에 취한 헤드윅을 보고 싶다고 한 적 있어요. 토미에 대해 횡설수설 말하다가, 점점 술에서 깨는 헤드윅. 그걸 이규형이 한 거예요."

재키: "저번에 이규형이 무대에 선 날, 유연석이 와서 무대에 올라온 적 있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그날이 기억에 남네요."

- 정말 매 공연마다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 <헤드윅>인 것 같아요.
이준: "<헤드윅> 주제는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음악이 잘 살려주는 것 같아요."

기호: "배우들마다, 몇 가지 뉘앙스로 조금씩 바꿔서 무대를 꾸미는데, 자꾸 곱씹게 돼요. 관성으로 할 수도 있는데, 모두가 다르게 변주하는 게 정말 재밌죠. 자유로운 콘서트 분위기라 가능한 거 같아요. 스트레스를 확 날려버리잖아요."

이준: "작품 자체가 스트레스를 날리는 힘이죠. 우리 멤버들도 <헤드윅>으로 뭉칠 때마다 큰 힘을 받곤 하죠. 또 이런 멤버가 어딨겠어요. 정말 쉽지 않은 조합이지요."

- <헤드윅>은 특이한 프로덕션이에요. 밴드 안에 음악감독, 프로덕션 감독, 유명한 엔지니어, 유명한 드러머까지, 정말 모이기 힘든 분이 함께 하네요.
재키: "아마 전 세계에도 이런 멤버는 없을 거예요(웃음)."

이준: "배우들이 시즌 별로 바뀌어도 이렇게 한 작품을 지키는 멤버들이 있다는 게 정말 감사한 거예요. 쉽지 않은 걸 아니까 더더욱 그렇게 되고요."

재키: "'헤드윅의 엄마'(쇼노트 임양혁 이사)가 있기 때문일 거 같아요. 모두가 어떤 일을 마주해도 '한 번 더'를 생각하게 하는 힘이자. 타협의 고리거든요."

 
 <헤드윅> 드러머 김민기

<헤드윅> 드러머 김민기ⓒ 김진협 김진선

  
 <헤드윅> 프로덕션 감독 재키

<헤드윅> 프로덕션 감독 재키ⓒ 김진협 김진선

 
- 각자에게 '헤드윅'이라는 작품이 어떤 존재일지 궁금해요.
재키: "자랑스러운 존재죠. 이렇게 뭉칠 수 있다는 것 자체로도 그렇죠. 서로를 잘 포용해주고, 그런 마음에 늘 감사한 마음이 들고요."

기호: "형과 같은 마음이에요. 함께하는 것 자체가 큰 힘이에요. 언제들 기댈 수 있는 곳이자, 존재 만으로도 든든하고요."

민기: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친정같은 마음이랄까요. 제가 언제 어디를 가더라도 '나한테는 <헤드윅>이 있지'라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이준: "사람이 주는 힘이 이렇게 클 수 있구나 깨닫게 돼요. 정말 특별하고요. 시간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를 향해 함께 가는 힘이죠."

재키: "작품에서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 진짜 큰 힘이죠. 프로덕션의 자존심이자, 작품에 충성심을 들게 하는."

민기: "그래서 많은 뮤지션이 앵그리인치 밴드를 동경하는 거 같아요. 함부로 접근을 못하기도 하고요(웃음)."

- 앵그리인치만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함께 하면서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이준: "우리 밴드만이 낼 수 있다는 색이 있다고 생각해요!"

기호: "국내 어느 작품보다도 <헤드윅>은 더 멋있어요. 무대도, 음악도 정말 좋다고 생각해요. 음악도 연주할수록 정말 좋거든요. 음악 코드는 단순한데, 연주의 폭이 넓기 때문에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게 매력인데, 저희만의 색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함께 만들어 내는 시너지가 분명 있더라고요."

재키: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함께 한 시간과 함께 흘린 땀이 있으니까."

- 15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는 <헤드윅>이라는 작품,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민기: "클래식, 고전 작품이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헤드윅>도 그런 힘이 있는 것 같아요. 20대, 30대, 40대 등 세대별로 느끼는 것도 다르고. 시간이 흐를수록 느낄 수 있는 점도 달라지니까요. 하지만 모두가 느끼는 감정은 공감일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오랜 시간 사랑받을 수 있는 거고요."

이준: "동감. 또, 음악이 그 감정을 극대화 시켜 주니까요!" - 매 시즌 배우들이 새롭게 합류하기도 해요. 무대가 매일 달라지는데, 중점을 두는 곳은 어디인가요?
이준: "음악도 낯을 가려요. 배우들과 빨리 친해질수록 무대도 뜨거워지죠. 전 배우들한데 '친근함'을 강조해요. 첫 무대는 차가웠다가,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죠."

최: "서로 엉기고 기대고 그래야 분위기가 불타오르는 거 같아요. 존댓말하면서 어려워하면 음악도 그렇더라고요. 갈수록 음악과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 게 정말 신기해요."

- 매 순간 달라지는 무대라, 사실 감이 잘 오지 않습니다.
이준: "한 곡을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이 아마 100가지는 되지 않을까 싶어요."

민기: "더 넘을 수도 있어요. 매회 배우들, 연주자도 달라지니까요."

이준: "드럼, 기타를 연주하는 분들에 따라서 분위기도 달라지고, 다른 악기의 합과 또 달라지고, 퍼즐이 어떻게 맞춰지느냐에 따라 작품의 묘미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어요. <헤드윅>의 힘이고요."

- 15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헤드윅>도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돼요. 2016년,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도 온 것도 그렇고요.
이준: "대극장으로 오면서 저희 모토가 '대한민국 사운드에서 가장 큰 소리'를 내는 거였어요. 록 뮤지컬이잖아요. 2012년에 뉴욕에서 <헤드윅>을 봤는데, 그들의 선진화된 무대에 정말 놀랐죠. 우리도 모니터 앰프리파이어(앰프/소리를 증폭시키는) 다 없애고 이어폰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죠. 덕분에 배우들도 여유가 생겼어요. 소리를 덜 질러도 되니까. 무대는 조용하고요."

재키: "형 의견에 동감해요. <헤드윅>이니까 가능한 거라고 생각하고요. 공연계의 매커니즘을 바꾼 거예요."

기호: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 거죠."

- 존 캐머런 미첼이 오리지널 <헤드윅>보다 한국 작품이 더 좋다고 칭찬했다고 하잖아요. 엄청난 자부심을 느낄 것 같아요. 
이준: "음향적인 것 말고도, 무대에서 달라진 게 많아요. 한국 감성에 맞춘 거죠. '슈가 대디'를 펑키 버전으로 바꾼 것도 그렇고, 이츠학이 다시 돌아오는 장면 등, 원작에 없는 부분을 채웠죠. 그런 부분에 브로드웨이에서도 저희 무대를 보고 홀딱 반했다고 하더라고요. 브로드웨이 무대도 저희 무대처럼 바꿨다고 하더라고요, 영향을 받은 거죠. 기분 참 묘하더라고요. 쇼노트(제작사) 대표님도 '음악은 우리 밴드가 더 잘하네요!'라고 하시는데 정말 기분 좋더라고요."

재키: "맞아요. 정말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 무대에서 연기도 하시잖아요. 헤드윅이 함께 하는 밴드라고, 말도 시키고, 연주도 시키고 그러는데 연주하다가 연기도 하려면 헷갈리거나, 힘들진 않으신가요?
재키: "소극장 때보다는 덜하지만. 관객들을 부담스럽게 하고 있어요(웃음)."

기호: "재키 형 말처럼 소극장에서는 연기를 정말 많이 했어요. 역할도 많고. 한셀 엄마나, 루터 대화도 하고요."

이준: "연습할 때 조정석이 장난으로 찬송가 불렀는데, 그걸 본 조승우가 교회 노래 불렀어요. 결국에는 조정석도 무대에서 하고요."

- <헤드윅>이 앵그리인치 밴드에게도 정말 특별한 존재라는 게 느껴집니다. 15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한 만큼 팬들도 어마어마 할 거 같아요.
이준: "연락도 주고, 안부도 물어봐주고. 작품도 잊지 않고 봐주고, 팬분들께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커요. 정말 따뜻한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끼죠. 정말 '관심'이 중요한 거 같아요. 관심이 크던 작던, 꾸준히 이렇게 마음을 써주시는 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죠."

기호: "형 말이 맞아요.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도 많이 해주시더라고요. 관심과 사랑이 느껴져요. 정말, 디테일하게 손동작 하나에도 말이에요. 마니아층이 엄청나다는 걸 매 번 느껴요."

- 무대에 섰을 때 정말 만족스럽고 보람을 느낄 때도 있을 거 같아요.
민기: "배우들이 오리지널리티를 잘 살려줄 때도 좋고. 무대가 만족스러운 날은 정말 보람차요."

이준: "무대 위 연주, 음악, 배우들과 합, 관객들과 하나 된 감정 등에서 오는 만족감, 오랜 시간 무대에 올랐지만, 정말 좋았다고 느낀 건 몇 번 안 되는 것 같아요. 어쩌다 한 번 정말 좋았다고 느낄 때 있어요. 그런 날은 너무 행복하죠."

민기: "동감.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끝없는 도전을 하는 게 아닐까요.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지만요."

- 그만큼 앞으로도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앵그리인치 밴드 분들의 마음도 그렇죠?
재키: "그럼요. '사랑의 기원'을 유일하게 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계속 이어나가고 싶죠. 관객분들에게 받은 사랑을 계속 나누고 싶어요."

민기: "무대에서 배우들이 즐겁고, 저희도 감동받으면서 무대를 꾸미다보면, 관객들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공감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이준: "요즘은 정말 매순간이 감동이에요. 이 친구들과 무대에 서고, 배우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올라요. 언제까지 무대에 올라가야 할까...배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서 고민하는 저에게 조승우가 그러더라고요. '머리카락 하얘지더라도 설 수 있을 때까지'라고요.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응원에 힘입어, 멤버들과 정말 머리 '하얗게' 될 때까지, 건강 챙기면서 서려고 마음먹게 됐지요."

기호: "매 시즌 작품도, 배우도 바뀌지만, 저희가 변함없이 있는 것 자체로 '헤드윅'의 힘이 된다고 생각해요. 공연을 올리는 장소, 배우가 바뀌어도 저희가 함께하는 한, '헤드윅'은 변함없을 거라는 거죠."

재키: "우리 멤버를 지키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네 명이 변함없이 함께 할 거예요. 정말 미운정, 고운정, 다 들었고, 소중함이라는 표현을 넘어서는 감정을 들게하죠. 각각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난 이 멤버를 지키고 싶어요."

<헤드윅> 오는 15일부터 17일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서 지방 투어를 시작해, 이천, 군산, 김해, 부산, 대전 등으로 열기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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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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