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12년 동안 대한민국 강바닥을 파고 또 판 사람이 있다. 그는 '녹조'로 곤죽이 된 금강에서, 또 실지렁이와 붉을 깔따구가 창궐한 강바닥을 헤집으며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사기"라고 외쳤다. 그는 '밤길 조심하라'는 협박을 받으면서도 죽은 강을 카메라에 담아 기사를 썼다. 오는 14일 개봉하는 영화 <삽질>은 그의 12년 기록이다. 또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온갖 수모와 냉대를 받아가면서도 4대강 사업 관련자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민다.

'금강요정' 김종술 기자와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는 강에서, 또 거리에서 12년 동안 '4대강 사업'의 진실을 팠다.

지난 1일 <삽질> VIP 시사회 현장. 영화 상영 전 짧게 진행된 제작진 소개 자리에서 이 영화의 배급을 맡은 정상진 엣나인필름 대표는 "우리나라 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영화다. 세트 비용에만 22조 2천억 원이 들었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그의 발언을 들으며 '정말 그 많은 돈이 4대강에 쓰였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국민 1인당 45만 원씩 내야 만들어지는 그 돈이, 정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호언처럼 맑은 물을 만드는 데 쓰였더라면 조금의 착오가 있었더라도 강바닥이 썩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를 헤집을 무렵, 영화는 조심스럽게 4대강 사업에 대한 '진실' 앞으로 관객들과 나를 끌고 갔다.

국민 앞에서 선언한 MB... 녹조 지옥의 시작
 
 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싼 촛불집회 이후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그 얼굴을 바꾸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시 한반도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포기하고 강을 정비해 맑은 물을 공급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선언했다.

이때부터 재원 조달 방법도 민자 유치에서 국가재정 사업으로 변경됐다. 민자 유치에 난색을 표하던 대기업과 건설사들이 반색하기 시작했고 건설사 간 입찰 몰아주기, 가격 담합과 입찰률 높이기 등 온갖 편법과 탈법이 난무했다. '오너의 고향'이라서 특정 구간 사업을 수주해야 된다고 강변했던 건설사 관계자부터 기업 서열과 연고로 빵 자르듯 했던 사업구간 나눠먹기 모의까지... 썩은 강바닥보다 더한 악취를 풍기는 진실이 왜 이제야, 그것도 아주 조금 드러나고 있는 것인지 국민으로서 궁금할 따름이다.

"덤프차 한 대를 운용하면 시간당 5만 원을 받았어요. 10시간 일하면 50만 원이죠. 하지만 나는 세금계산서를 65만 원으로 끊었어요. 15만 원은 현대건설에 되돌려줬죠. (중략) 나는 차를 주간에 100대, 야간에 100대 운영했어요. 그럼 대충 계산이 나오죠. 하루에 300만 원 정도씩 비자금을 만들었죠."

대기업과 건설사의 나눠먹기로 얼룩진 한 공사구간에서는 또 다른 비리가 판을 쳤다.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삽질> 제작진과 만나 육상준설을 수중준설로 둔갑시킨 뒤 공사비용을 5~6배나 부풀렸다고 증언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하청업체에서 계산서를 과다 청구하고 차액을 본사로 되돌려주는 방식의, 아주 고전적인 검은돈 만들기도 판을 쳤다.

덤프차 100대를 운영했다는 하청업체 사장은 13개월 동안 100억 원의 돈을 라면박스에 실어 현대건설에 실어 날랐다고 증언했다. 과연 이 하청업체 사장 한 사람만이 그런 일에 협조했을까? 다큐가 밝힌 진실은 여기까지다. 나머지의 추론은 관객의 몫인 셈이다.

하나의 하청업체가 13개월 동안 100억 원을 상납했다면, 수많은 하청업체를 거느린 모(母)기업이 조성한 검은 돈의 규모는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게 모은 천문학적인 검은 돈은 오롯이 모(母)기업의 금고에만 쌓였을까? 하청업체의 현금 라면박스를 모아 트럭에 싣고 또 어디로 전달하는 4대강 버전 '차떼기'가 있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성역 없는 수사는 이런 때 필요한 것이다
 
 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주)엣나인필름


진실의 추적이 끊긴 곳에서 생겨난 추론과 상상은 주관적이고, 그래서 갑론을박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하여 라면박스로 건네진 검은돈과 비자금 의혹은 관객의 추론의 영역이 아니라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4대강은 무참히 파헤쳐졌지만 4대강 사업을 둘러싼 검은 돈은 제대로 파헤쳐진 적이 없다. 비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은폐된 것이다. 성역 없는 수사는 이런 때 필요한 것이다.

당시 침묵으로 일관한 수많은 언론들 또한 공범자다. <삽질> 제작진의 취재에 따르면, 당시 4대강 사업이 진행된 지역 언론에 협조 공문이 날아들었다.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언론에 수백만 원씩 광고비를 뿌렸다. 제작진은 이들이 건설사를 홍보하기 위해 광고비를 쓴 게 아니라, 비난 여론을 무마하고 은폐하기 위해 돈을 지불한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내놓았다.

공영방송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인 언론에겐 당근을, 비판적인 언론에겐 채찍을 들이밀었다. 제작진과의 전화 인터뷰에 응한 한 지역 언론인은 해명을 요청하자 "언론인끼리 왜 이러냐"고 화를 내며 전화를 끊었다.

영화 <삽질>에서 가장 실소를 터트리게 만드는 장면은 당시 '4대강 사업'에 찬성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전문가들의 현재 모습을 쫓을 때다. '한반도 대운하가 747 공약의 기폭제가 될 것'이라던 곽승준 교수부터 '4대강 사업이 34만개 일자리, 40조의 부양 효과를 거둘 것'이라던 심명필 인하대 교수, '4대강 사업이 잘못되면 역사적 심판을 받겠다'던 이만의 환경부장관, '경부운하로 나라의 기운을 일으키겠다'던 이재오 특임장관까지.

이들이 대학교수와 국회의원이란 권위를 내세워 MB의 충실한 부역자 노릇만 하지 않았어도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사업'이란 오명을 쓴 22조 원짜리 사기극은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꽁무니를 빼고, 연구실 문을 잠그고 도망가면서까지 인터뷰 요청을 피하는 4대강 사업의 부역자들은 여전히 대학 교수이고 정치 중진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혹여 이 사실들이 또 묻히지는 않을까 조바심이 일렁였다.

이명박 정권 '4대강 사업'에 대한 고발장
 
 영화 <삽질> 스틸컷

영화 <삽질> 스틸컷ⓒ 장혜령


영화 <삽질>은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대한 고발장이다. 증거는 차고 넘친다.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 녹조에 신음하는 모든 강들이 증거다. 일각에서는 '4대강 사업은 대통령의 통치행위이기 때문에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통치행위가 처벌의 대상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논외로 치더라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은 통치행위로 볼 수 없다. 민자 사업을 국가재정 사업으로 전환하고 임기 내 완성을 다그친 것이 정말 오롯이 맑은 물에 대한 집착이라 보기 어렵다. '4대강 사업'은 우리나라 미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수사 대상이 되어야 한다.

14일 영화 <삽질>이 개봉한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한다. 녹조로 가득 찬 4대강을 살리는 길은 20만, 30만, 40만, 100만을 넘어 많은 이들이 극장을 찾아 그 실체와 마주하는 것뿐이다. 많은 이들의 염원이 모여 여전히 봉인돼 있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수사의 첫 '삽질'이 이뤄지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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