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코가 데뷔 8년 만에 처음으로 솔로 정규앨범을 발매했다. 싱글이나 미니앨범을 선보인 적은 있지만 긴 호흡의 정규는 처음인 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간 결과물이다.

지코의 새 앨범 < THINKING >에 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열렸다.

드러내지 않았던 감정 드러내... 공허함, 권태, 쓸쓸함 
 
 가수 지코

가수 지코 ⓒ KOZ엔터테인먼트

 
KOZ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직접 차린 지코는, 이번 앨범이 회사 대표로서의 2막을 시작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결과물인 만큼 부담감과 기대감이 섞인 감정을 느꼈다. 그에게 정규앨범에 어떤 것을 담았는지 물었고, 그는 다음처럼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지금까지 담지 않은 걸 중점적으로 담았다. 스스로 느끼고는 있었지만 지금까지 애써 무시했던 감정인 권태, 쓸쓸함 등을 담은 앨범이다. 저를 돌보고, 돌아보는 기회가 적었다는 걸 느낀 순간부터 그런 감정을 집중해서 받아들이고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즐거움이나 기쁨과 반대되는 그런 감정 중에 어떤 감정을 가장 진하게 앨범에 담았는지도 물었다. 이에 지코는 주저함 없이 "공허함"이라고 대답하며 "공허하다는 감정은 또 다른 하부 가지를 치는데, 그러한 공허에서 비롯되는 감정들을 담았다"고 밝혔다. 

그는 "대중에 보이는 모습은, 지코라고 하면 항상 에너제틱하고 거침없는 그런 이미지인데 저 역시 사색에 잠길 때도 많다"며 "고민에 잠기거나 사색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이번 앨범으로 드러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직업적인 내가 아니라 인간 우지호로서 내가 기분 좋은 순간이 언제지? 나는 어떤 사람이지? 이런 질문을 던져봤을 때, 쉽게 대답하기 힘든 걸 느끼며 앞으로 우지호로 살아갈 날도 많은데 더 생각을 자주 해야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나를 규정하고 싶지 않아
 
 가수 지코

가수 지코 ⓒ KOZ엔터테인먼트

 
"저를 규정하고 있는 이미지가 있다면, 힙합인 것 같다. 그런 아이덴티티가 있단 건 장점이기도 하지만 저를 한정짓는 방해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번에 회사를 만들었고, 다양한 아티스트를 배출해야 하니까 저부터 다양한 장르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칠고 자유분방한 기존 캐릭터를 지켜나가기 위해서 자신을 방어하기도 했다는 그는, "이제는 그런 방어를 풀고 저의 다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 바로 앞서 말했듯 '장르의 다양화'였다. 이런 큰 그림 안에서 완성된 앨범의 곡들 중 지코 본인이 가장 아끼는 곡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주저함 없이 "'걘 아니야'라는 곡과 '꽃말'이란 곡을 추천하고 싶다"고 답하며 "'걘 아니야'는 완성도가 가장 높은 곡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곡이다. 많은 뮤지션들이 이 곡을 호평했다"고 밝혔다. 이어 "'꽃말'은 제가 선보인 발라드 트랙을 잇는 발라드 시리즈의 곡이다. 편곡에 신경을 썼고, 저의 발라드 트랙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소개했다. 

새 아티스트 영입 활발히 할 것
 
 가수 지코

가수 지코 ⓒ KOZ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린 그에게 대표로서 힘든 점을 물었다. 이 질문에 그는 웃으며 "아직은 힘들다고 느끼거나 말하기엔 시기상조"라면서 "이제 시작이고, 좀 더 열중하고 몰입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래퍼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거나, 재능이나 가능성이 있는 아티스트들과 접하고 있다. 확신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드는 친구들을 영입할 것이다." 

가수는 예술의 영역의 속하지만 회사 경영은 아무래도 사업 쪽이다 보니 이런 점에서 힘든 건 없을까. 이 물음에 지코는 "물리적으로 느껴지는 무리는 있지만, 비즈니스도 아트의 일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제가 스스로 경험했던 것을 중심으로 해서 회사를 잡아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에 배종옥 배우 섭외한 이유 

타이틀곡은 '남겨짐에 대해'란 곡이다. 연인과 헤어진 이후 모든 게 멈춰버린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을 푼 곡이다. 감정선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는 가사와 편곡에서 그의 섬세한 음악성을 엿볼 수 있다. 

"지코라는 아티스트가 흥을 채워줄 때만 필요한 아티스트가 아닌, 그 밖의 감정들도 채워주는 아티스트가 되면 좋겠다. 그렇게 거듭나고 싶다."

이런 의도를 갖고 만든 이번 정규앨범 이후에는 또 어떤 분위기의 곡들을 선보일까. 이 질문에 그는 "어쨌든 제가 해야 할 이야기를 이번에 했고, 후련하게 털어놓았기 때문에 연이어 중복되는 곡의 분위기는 나오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작사-작곡-편곡뿐 아니라 그는 프로듀서로서 뮤직비디오 스토리텔링에도 관여했다. 주인공은 배종옥 배우인데, 섭외 이유를 물었다. 이에 "일단 뮤비에 제가 출연해서 독백을 한다거나 남녀 주인공 나와서 연기를 한다면 식상할 것 같았다"며 "새로운 걸 생각하던 중에 배종옥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고, 남겨진 것에 대한 감정을 작은 표정 하나로 표현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제안했고, 승낙해주셨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뮤비엔 지코가 '행인' 카메오로 등장하기도 한다. 

마지막 질문으로 프로듀서로서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가 있는지 묻자 지코는 청하를 꼽았다. "요즘 제가 얌전한 음악을 많이 해서, 청하님의 곡을 맡아해보면 색다른 게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고 답변했다.
 
 가수 지코

가수 지코 ⓒ KOZ엔터테인먼트

 
지코 남겨짐에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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