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대에게는 그들만의 스타가 있다. 제임스 딘이나 메릴린 먼로만이 아니다. 1960년대 세대들에게 배호, 1970년대 세대들에게 김민기, 나훈아, 남진, 송창식, 양희은. 그리고 1980년대 세대들에게는 조용필과 이문세, 1990년대 세대들에게는 서태지가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 중 몇몇은 지금 세상에 없다. 세상에 없으므로 더 그립고 애틋하다. 세상에 없으므로 당연히 그 목소리는 항상 그때 그대로이다. 그들을 좋아했던 이들은 그때 그 사람이 아니어도 영원히 그대로인 세상 밖 뮤지션들.
 
그중 1970년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유독 그리운 이름은 김광석과 신해철 아닐까. 물론 어떤 이들은 듀스의 김성재를 말하기도 하고, 유재하를 지목하기도 할 것이다. 사실 김광석과 신해철은 1970년대에 태어난 뮤지션이 아니다. 그들은 1960년대에 태어난 뮤지션들이라, 지금 살아있다면 부정할 수 없는 586세대다. 하지만 그들의 노래는 1970년대 태어난 이들에게까지 닿아 있다. 노래만이 아니었다. 신해철은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의 탁월한 선곡과 멘트, 그리고 자유분방하고 거침없는 사회적 활동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면서 '신해철'이라는 신화를 완성했다. 김광석도 그의 라이브 콘서트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 활동 이력이 음악의 진실성과 감동이라는 조각을 맞추었다.
 
서정시인 김광석, 비판정신 신해철
 
 김광석 오마주 앨범 커버 이미지

김광석 오마주 앨범 커버 이미지ⓒ 페이퍼레코드

 
사실 김광석의 노래는 2010년대 이후 뮤지컬과 TV 음악 프로그램 등에서 끊임없이 재현되면서 더는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그의 죽음에 대한 사회적 논란 역시 그의 음악을 마음 편하게만 들을 수 없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광석은 특정 세대, 특정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만 선호하는 음악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때로는 세상이 노래의 등을 떠밀기도 한다. 하지만 떠나버린 이는 말이 없고, 노래는 그 자리에 그대로 남아 있다.
 
김광석의 노래는 멋을 부리지 않고, 화려한 삶을 꿈꾸지 않으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드러내는 노래다. 순수하지 않은 자신을 알기에 더 순수하려고 노력하는 노래이고, 그 노래로 세상이 맑고 향기로워지기를 꿈꾸는 노래다. 사람들이 김광석 노래에 반하는 이유는 그의 대나무 같은 목소리와 자연스러운 멜로디, 부담 없는 어쿠스틱 사운드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노래처럼 살고 싶기 때문이며, 그의 노래처럼 인생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만이 아닌 우리의 삶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김광석에 비하면 신해철의 노래는 훨씬 거창하고 강력하다. 신해철은 록 음악으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고, 음악 속에 자아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통렬하게 담을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대에게>라는 곡으로 대중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해철은 잠시 아이돌 같은 발라드 가수로 인기를 끌기도 했으나 금세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는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라고 질문을 시작한 후 살아있는 내내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질문은 자신과 세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그는 인간이라는 존재의 출발과 사멸,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과 본질을 물고 늘어졌다. 음악에 대한 사유가 깊어지는 만큼 사운드도 뾰족해졌다. 밴드 '넥스트'로 활동하며 팝과 프로그레시브 록을 아우르는 그의 음악은 묵직함과 날카로움, 화려함과 어두움을 포괄하는 아름다움으로 1990년대 한국 록의 절정에 도달했다. 신해철의 노래는 서태지와 아이들, 강산에, 015B, 안치환 등과 함께 1990년대 한국 대중음악의 지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을 대표하는 음악이 되었다.
 
 1991년 발매된 신해철 2집 <Myself> 앨범 재킷. 지난 10월 27일은 '마왕' 신해철 5주기였다.

1991년 발매된 신해철 2집 앨범 재킷. 지난 10월 27일은 '마왕' 신해철 5주기였다.ⓒ 대영에이브이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구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 신해철 2집 < Myself >(1991) 수록곡 '나에게 쓰는 편지' 중에서


과거에도 지금도, 모든 청춘을 위한 노래

이들의 음악을 좋아하거나 들은 청춘이 이전 세대와 똑같은 삶을 살았을 리 만무하다. 1990년대 대학가에서 1980년대보다 학생운동이 대중화될 수 있었던 데는 이처럼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역할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어떤 노래는 마음에 새겨지고, 정신으로 흘러가 태도를 바꾼다. 다른 삶을 살게 한다.
 
그러나 그때 김광석의 노래를 듣던 사람도, 신해철의 노래를 부르던 사람도 더는 청춘이 아니다. 물론 누군가는 노래방에서 여전히 이 노래들을 부르며 자신의 청춘을 그리워하겠지만, 김광석과 신해철이 오직 지나간 청춘을 그리워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래를 듣고 부르는 일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노래의 감동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이 노래들을 듣고 부르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자신의 삶을 채웠다면, 노래의 정신을 자신의 삶으로 계속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하고 외쳤던 이의 간절함을 잊지 않는다면. 무엇보다 지금 청춘의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면서.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서정민갑 님은 대중음악의견가입니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과 네이버 온스테이지 기획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 2019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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