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충무로에서 펼쳐진 충무로영화축전 거리상영회.

3일 저녁 충무로에서 펼쳐진 충무로영화축전 거리상영회.ⓒ 성하훈

 3일 저녁 서울 충무로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거리상영회.

3일 저녁 서울 충무로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거리상영회.ⓒ 성하훈


거리에 10개의 천막극장이 만들어졌다. 상영작은 단편 영화들로 모두 달랐다. 아무 곳이나 한 곳을 선택해 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작품의 인기에 따라 관객 수는 달랐다. 20석의 좌석이 꽉 차 서서 보는 곳도 있었고, 한가로이 4~5명 정도가 관람하는 곳도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과의 대화는 기본. 진지하게 대화에 열중하는 관객들은 천막극장 앞에서 기념촬영도 잊지 않았다.
 
3일 저녁 서울 충무로에서 진행된 거리상영회는 운치가 있었다. 오고 가는 사람들과 주변 소음의 영향을 받기도 했지만, 천막극장에서 나눠준 헤드폰을 끼고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거리상영회는 1일부터 시작된 충무로영화축전의 마지막 날 행사였다. '커뮤니티시네마 버스킹'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행사에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비롯해 서울인권영화제, 대구영상미디어센터, 목포시네마라운지MM, 원주옥상영화제 등이 참석해 각 지역에서 만든 단편영화와 여성과 인권을 주제로 한 영화들을 상영했다.

낮 시간에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전시가 이어지기도 했다. 한국영화 100편의 포스터와 100년의 역사를 모아 놓은 '백회영의 방', 포스터 그리기와 영화촬영현장 체험 등이 이어지며 충무로 거리가 모처럼 북적거렸다. 한국영화 100년을 기념하는 해, 충무로에서 별다른 행사가 없어 아쉬워하는 영화인들도 있었는데, 작은 영화관들과 정기적인 상영회를 열고 있는 지역의 모임들은 휴일 한적한 공간을 알차게 꾸미고 있었다.

지방에서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는 영화인들은 충무로까지 진출해 자신들의 영화를 상영하고 관객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점에서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올 수 있겠냐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충무로 거리 뒤덮은 커뮤니티시네마
 
 3일 오후에 서울 충무로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거리체험워크숍

3일 오후에 서울 충무로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거리체험워크숍ⓒ 성하훈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대한극장과 충무로거리에서 열린 2019 충무로영화축전은 한국영화 100년을 회고하고 미래 100년을 상상해보는 시민영화축제로 기획됐다. 한국영화의 중심인 충무로의 새로운 문화적 장소성과 정체성을 고민하고 국내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시민영화문화활동(커뮤니티시네마)과 청년 영화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향후 100년의 비전을 모색하는 행사다. 서울시와 중구의 후원을 받아 '모두를위한극장 공정영화협동조합(약칭 모극장)'에서 주관했다.
 
'커뮤니티 시네마'는 이번 '2019 충무로영화축전'에 참가한 단체들처럼 대안 상영회, 공동체 상영회 등의 행사를 하는 단체나 독립예술극장을 가리킨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에 따르면, 커뮤니티시네마는 1990년대 후반 일본에서 영화관과 영화제, 그리고 자주 상영 등의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주창했다. 씨네필들이 고전영화, 해외 예술영화, 자국의 독립영화 등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다는 필요나 요구만으로는 지역의 영화 환경을 바꿀 수 없다고 인식한 결과였다.
 
커뮤니티시네마의 사회적 영향은 독립영화나 예술영화 등 비주류 영화를 상영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고, 지역 사회에 기반한 '사회적경제' 활동으로서의 커뮤니티 시네마를 이해하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원 관장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다양한 커뮤니티시네마들이 존재한다. 행사를 주관한 모극장을 비롯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각 지역의 영상미디어센터, 성북FM, 무명씨네, 목포시네마라운지MM, 서울 하우징랩 씨네클럽, 낫띵벗필름 등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비프에서 전국 29개 커뮤니티시네마 단체들과 함께 포럼을 개최해 각 단체의 활동과 사례들을 공유했다. 올해도 부산영화제에서 2회째 포럼이 이어졌는데, 서로 교감과 소통을 강화한 단체들이 이번에 한국영화의 심장부인 충무로에 모이게 된 것이다.
 
커뮤니티시네마 활동 활발한 일본
 
 2일 오후 대한극장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커뮤니티시네마 라운지에서 일본 커뮤니티시네마센터 이와사키 유우코 씨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대한극장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커뮤니티시네마 라운지에서 일본 커뮤니티시네마센터 이와사키 유우코 씨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성하훈

 
국내 커뮤니티시네마에 대한 고민은 2일 대한극장에서 열린 커뮤니티시네마 라운지 토론회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일본 커뮤니티시네마에서 활동하는 이와사키 유우코 씨가 일본의 사례를 발표했고, 토론회가 열린 대한극장 1관은 국내 커뮤니티시네마 관계자들로 가득했다.
 
일본의 경우 1980~1990년대 작은 영화관들을 시작으로 1996년부터 '영화상영 네트워크 회의'를 열었고 2000년대는 나고야, 야마가타, 오카야마, 홋카이도 등 지방으로 확산됐다. 다양한 영화제들이 생겨나면서 힘을 받았고, 2003년 '커뮤니티시네마 선언'을 발표하고, 2009년 4월 사단법인 커뮤니티시네마센터를 설립했다,
 
이와사키 유우코 씨는 현재 일본 내에서도 멀티플렉스 이외의 영화관은 미니시어터 125개관 200개 스크린에 시네마테크 16관, 영화제 등으로 일본 전체의 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다양한 영화를 상영한다는 기조는 변하지 않지만 지역에서 시민들과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부산 모퉁이극장이 시민 밀착형 행사로 올해 시작된 40계단예술교육영화제를 설명했다. 대구 오오극장은 관객 프로그래머가 준비하는 행사와 기획전 등 지역 친화적 활동을 소개했다. 아트하우스 모모는 극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직접 큐레이터가 돼 기획영화제와 영화학교, 정례 프로그램 운영 사례를 소개했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의 관심은, 다른 지역과 단체들의 활동과 함께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한국의 경우 대기업이 영화산업 전반을 장악한 가운데, 다양성을 살리기 위한 작은 영화관과 공동체 상영 등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일본에서 미니 시어터 2개관을 운영하고 있는 하지메 타이 씨는 운영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런 비결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3년 내 망할 각오로 작은 영화관을 인수했고, 술도 안 마시고 휴대폰도 없는 검소한 삶을 살고 있다"며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일을 하고자 했고, 가장 아름다운 영화를 상영하는 게 목표였다가 지금은 영화관을 유지하는 게 목표가 됐다"고 말했다.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비전을 갖느냐가 중요
 
 2일 오후 대한극장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커뮤니티시네마 라운지에서 국내 커뮤니티시네마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남훈 모극장 대표

2일 오후 대한극장에서 열린 충무로영화축전 커뮤니티시네마 라운지에서 국내 커뮤니티시네마 발전방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김남훈 모극장 대표ⓒ 성하훈

 
김남훈 모극장 대표는 "지원정책의 필요성과 함께 지역문화진흥법과 지역문화재단 등과 함께 연계 사업을 하는 방안 등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관장은 "지역에서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비전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3일 동안의 짧은 행사였지만 멀티플렉스가 상영관의 97%를 차지하고 있고, 스크린독과점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영화산업에서 '커뮤니티시네마'가 비중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영화적 다양성을 실천해 나가면서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은 충무로영화축전에 깔려 있는 방향성이기도 했다. 
 
다만 일본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 특성에 맞는 명칭 정리와 각 지역 간 연대를 위한 활동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계속 필요해 보인다. 부산영화제로 시작된 커뮤니티시네마가 충무로영화축전으로 이어지며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영화계의 중요한 이슈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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