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관행은 고질적인 병폐로 손꼽혀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신고, 접수된 검사 범죄는 1만 1천여 건에 달한다. 이 중에서 검사가 기소된 건 단 14건(0.13%)에 불과하다. 일반인의 범죄 기소율이 40%인 것에 비교하면 현저하게 낮은 수치다. 검찰의 법 적용이 과연 공정한지 의문이 갖기에 충분하다.

MBC < PD수첩 >과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가 공동으로 취재한 '검사범죄 2부작'은 현직 검사들의 성매매 사건,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 자정 기능을 상실한 검찰 내부, 주식시장을 움직이는 검은 손들과 그들을 비호하는 세력, 전관 변호사와 검사들의 유착을 고발한다. 지난 10월 22일 방송한 1부 '스폰서 검사' 편은 2016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을 다뤘다.
 
 MBC < PD수첩 > '검사 범죄-1부 스폰서 검사' 편의 한 장면

MBC < PD수첩 > '검사 범죄-1부 스폰서 검사' 편의 한 장면ⓒ MBC


제작진이 숱한 비위 사건들 가운데 이 사건에 주목한 이유는 금품과 향응 제공, 성매매, 증거 인멸, 로비 시도가 뒤엉킨, 검사범죄의 모든 측면이 압축된 결정판과도 같기 때문이다.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은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인 김씨에게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로 알려진 김형준 부장검사는 탁월한 수사, 지휘 능력을 인정받아 검찰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엘리트 검사다. 그와 고교 동창인 김씨는 2010년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수감 생활 중에 김형준 부장검사의 사무실에 불려간 김씨는 전화, 인터넷, 식사 등 편의를 제공 받으며 검사의 힘을 실감했다고 한다.

출소 후에 다양한 목적으로 보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김씨는 김형준 부장검사를 만나 여러 차례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고 내연 관계인 접대 여성 K씨의 생활비를 책임지는 등 김형준 부장검사의 든든한 스폰서가 되었다.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이후 스폰서 김씨는 자신이 동업자 한아무개씨에게 고소를 당하자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씨의 고소장엔 스폰서 김씨가 김형준 부장검사의 내연녀 K씨에게 전달했던 1500만 원도 적혀있었다.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김형준 부장검사는 자신과 친분이 두터운 박수종 변호사를 스폰서 김씨에게 소개한다.

검사 출신인 박수종 변호사는 서울서부지청에 접수된 고소 사건을 자신의 사법연수원 동기들이 근무하는 고양지청으로 이관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여기에 40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썼지만, 작전은 실패한다.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 건은 2016년 9월 5일 한겨례신문의 기사를 통해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그런데 대검찰청에 비위가 보고된 시기는 한겨레신문이 보도하기 무려 4개월 전이었다. 사건을 수사하던 마포경찰서는 스폰서 김씨의 금융계좌 영장을 2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은 전부 반려했다. 도리어 사건을 직접 수사하겠다며 사건송치 명령을 내렸다. 경찰관계자는 이것이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지닌 폐단이라고 지적한다.

"뇌물을 부장검사에게 줬다고 하니 우리가 계좌를 한 번 추적해보겠다고 (영장 신청을) 보냈죠. 서부지검에서는 큰일 난 거 아닙니까? '감히 경찰이 검찰을 수사해?' 하는 프레임이 오랜 기간 있었어요. 검사가 사건을 마음대로 처리하면 경찰은 따를 수밖에 없어요."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김형준 부장검사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 증거인멸을 꾀하고 서부지검의 부장검사들을 만나 로비를 시도했다. 배신당했다고 여긴 스폰서 김씨는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을 검찰에 흘리고 언론사에 비위 사실을 제보하겠다고 압박했다.

사건을 무마하는 과정에서 현직검사가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변호사가 의뢰인의 개인정보를 검찰에 넘겨주는 부적절한 처신도 나타났다. 손영배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스폰서 김씨의 법률대리인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 보상 방안을 귀띔하는 등 김형준 부장검사의 비위 사실을 돈으로 은폐하려는 거래에 메시지 전달을 도왔다. 한겨례신문 기자에게 전화를 건 적도 있다. 박수종 변호사는 한때 의뢰인이었던 스폰서 김씨의 차명 휴대전화 번호를 검찰에 넘겨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벌였다.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의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이 사건을 대하는 태도였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대검찰청은 뒤늦게 감찰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2016년 5월 18일에 비위 사실을 보고 받았는데 4개월이 지난 9월 2일이 되어서 사건이 진행된 이유에 대해 당시 관련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부지점에 진상 조사를 지시했다고 해명한다. 대검 감찰부가 할 일을 하지 않고 일선 지검에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스폰서 김씨는 김형준 부장검사에게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대검은 수사하지 않았다. 접대 여성이 2차를 나갔다는 마담의 증언, 김형준 부장검사와 호텔에 함께 갔다는 접대 여성의 진술, 숙박료 영수증, 성매매 대금을 지급한 내역 등 증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김형준 부장검사를 기소하지 않았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적하자 손진욱 의성지청장(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은 "1~2년 후에 고발이 된 사건이다 보니 성관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제작진과 만난 성매매 사건 전문 변호사의 이야기는 다르다. 김형준 부장검사의 수사가 "전혀 통상적이지 않다"고 설명한다.

"(저런 증거라면) 대부분 일반인들은 형사처벌을 받죠. 보통 벌금 300만 원 정도. 기소하는 게 통례에요."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검찰의 비리가 불거지면 검찰은 언제나 검찰총장이 사과를 하고 청렴서약식을 치른다. 김형준 부장검사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위기를 느낀 검찰은 고위검사의 비리를 상시 감찰하겠다며 '특별감찰단'까지 출범시키며 개혁 의지를 불태웠지만, 그것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2017년 대검 특별감찰단의 사건 처리 내역을 살펴보면 한 명의 검사도 구속기소하지 못했다.

검찰은 이미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 검사 출신의 이연주 변호사는 검찰의 감찰에도 철저한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법무부 장관이 동석한 자리에서 서지현 부부장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 전 차장검사에 대한 수사가 뒤늦게 이루어진 사실을 예로 든다. 임은정 부장검사 역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가 원인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다.

김형준 부장검사는 스폰서 김씨의 수사 관련 편의를 봐준 대가로 강남 고급 술집에서 2400만 원 상당의 접대성 향응을 받고, 현금 1900만 원과 계좌이체 1500만 원 등 34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16년 구속기소가 됐다.

반면 항소심은 "계좌이체 1500만 원은 빌린 돈으로 보이고, 일부 향응 접대비도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공소사실 중 향응 접대비 998만 원만 유죄로 판단하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이로인해 김형준 부장검사는 석방되었다. 대법원에서도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일반인이 이런 수준의 죄를 저질렀다면 엄벌에 처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저지른 범죄의 죗값은 달랐다.
 
<PD수첩>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검사범죄 2부작-1부 스폰서 검사'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MBC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은 검사가 비리에 연루되었을 때 사건이 어떤 방식으로 풀려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전형이다. 기소권을 독점한 채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자정 능력을 잃어버린 상태로 자신들의 비위를 감추는 검찰의 민낯을 낱낱이 알려준다.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은 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분리 등 검찰 개혁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검찰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집중된 검찰의 권력을 나누고 견제하는 것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견제 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이다. < PD수첩 >은 검찰에게 묻는다.

"2010년 < PD수첩 >은 '검사와 스폰서' 편을 보도했습니다.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났습니다. 그때도 검찰은 개혁을 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검찰은 변했습니까?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은 검찰이 진정으로 변한 게 있는지 묻고 있습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