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KBS의 시사프로그램 <시사직격>이 방송 4회 만에 논란에 휩싸였다. <시사직격> 최근 방송분(10월 25일)은 한일 양국의 특파원을 지낸 진보 보수지 언론인들의 토크로 꾸며졌다. 이날 방송에서 일부 출연자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여과 없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돼 논란이 일었고 이에 대해 <시사직격> 제작진은 바로 사과했다.

이와 관련 <시사직격> MC를 맡고 있는 임재성 변호사의 의견이 궁금해 인터뷰를 신청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일제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피해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는데, 임 변호사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 대리인단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다음은 지난달 31일 서울 교대역 근처 법무법인 해마루 사무실에서 만난 임재성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KBS <시사직격> MC인 임재성 변호사

KBS <시사직격> MC인 임재성 변호사ⓒ 이영광


- <시사직격> MC를 맡아 4번 정도 진행했는데, 해보니 어떤가요. 
"일단 물리적으로 힘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제작진이 MC 제안하셨을 때, 제가 '스튜디오에서 준 글만 읽을 거면 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어요. 제작진이 그런 거 아니라며 MC가 비중 있는 역할이라고 해서 했는데, 자승자박이죠(웃음).

어제(10월 30일) 스튜디오 촬영이었는데, 6시에 시작해서 11시까지 5시간 했어요. 내일(11월 1일)은 가서 내레이션 녹음을 해요. 내일 방송은 3년 전 남부지검에서 안타깝게 목숨을 놓으셨던 김홍영 검사님 얘기예요. 검사님 아버님 뵈러 부산도 다녀왔어요."

- 방송 진행이 처음이라 신기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아직 신기한 게 많죠. <시사직격>은 많은 분이 모여 만드는 프로그램이에요. 그 많은 분이 무언가를 발굴하고 찍고, 붙여가면서 50분짜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정을 신기한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매주 다루는 주제에 대해 계속 공부를 하는 것도 좋고요."

- 처음 MC 제안 왔을 때 고사하셨다고 하셨잖아요. 제안 왔을 때 어떠셨어요?
"제가 지난해 10월 30일 판결 나온, 일본 기업 상대로 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의 대리인 중 한 명이었고, 제주 4.3 재심사건 등을 맡으면서 작년과 올해 방송에 출연할 기회가 몇 번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다른 프로그램 고정 패널 제안도 한두 차례 받았습니다. 그때 '제가 진행하는 사건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지만, 매주 앉아 오늘은 이 얘기 내일은 저 얘기 하는 건 제가 잘하지 못할 것 같다'라고 거절했어요. 

<시사직격> 제작진에서 제안을 주셨을 때도 처음에 같은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어떤 마음인지 아는데, 당신이 사회에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우리 프로그램에서 같이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을 도구적으로만 활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하셨어요."

- 최근 방송에 나오는 변호사들은 패널을 하면서 경험을 쌓은 뒤 진행으로 옮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바로 진행을 하게 되어서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저는) 방송 출연 자체도 많지 않았어요. <오늘밤 김제동>에 사건 관련해서 몇 번 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KBS 시사교양 PD들이 보시고 제안을 주셨던 거지요.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가장 크게는 발음이 걱정이었어요. CP에게 이 부분에 대해 의논을 드렸는데, 과외를 잡아주시더라고요. <추적60분>을 진행하셨던 유지철 아나운서님이 저를 6번 정도 만나 과외를 해주셨어요. 발음뿐만 아니라 단어 사이의 휴지기, 강조 방법, 표정, 손동작 같은 것을 속성으로 배웠지요."

- 시사 프로그램 보는 시각도 진행 맡기 전후로 달라졌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달라졌죠. 예전엔 내용을 봤다면 지금은 진행자가 어떻게 하는지만 보여요. < PD수첩 > MC인 한학수 PD님은 손을 어떻게 쓰시는지 보죠. '아, 한학수 PD님은 손에 펜을 잡고 있으시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손 쓰기가 정말 어렵더라고요. 차렷하면 어색하고, 그렇다면 막 움직이면 산만하고... 아마 당분간은 내용보다는 진행자만 보일 거 같네요(웃음)."

"리허설 없이 바로 녹화했죠, 인생은 실전이더라고요"

- 첫 방송 어떻게 보셨나요. 
"민망했죠. 시사교양 프로그램 MC의 톤이 무얼까 지금도 고민이 많은데, 일단 1회는 웅변하는 식으로 해봤어요. 유지철 아나운서께서 제안해주시기도 했고, 이전 <추적60분> MC들의 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웅변 근처에도 안 가봤거든요. 녹화할 때 2시간 지나니 목이 쉬더라고요. 2회는 톤을 내렸는데, '너무 가라앉았다'라는 평가가 있었어요. 그래도 조금씩, 제가 할 수 있고, 제 색깔이 담긴 톤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생각합니다."

- 주위에선 뭐라고 하나요?
"긴장 좀 풀고 하라는 얘기 많이 들었어요. '어깨가 굳어있다', '원래 말 잘하는데 왜 방송에서는 그러냐' 등이에요. 그래도 회차가 늘어가면서 긴장은 좀 풀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들려 다행이지요."

- 방송 전 준비는 어떻게 하셨어요?
"사실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첫 녹화 들어가기 두 달 전 정도였는데, 앞에서 말씀드린 발음 과외와 PD, 작가분들과 몇 차례 회의했던 것이 준비였지요. 제 나이가 마흔인데, 그렇게 과외를 받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 아이템에 대한 공부도 필요하지 않나요?
"필요하죠. 지금까지 다룬 주제는 그래도 제가 공부가 좀 되었던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앞으로는 공부 많이 해야지요. 현재 홍콩 이슈를 준비하고 있는데, 긴 분석 기사들을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발음과외를 해주셨던 유지철 아나운서께서 'MC는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고, 이해해야 한다. 왜냐면 내용에 대한 이해와 장악이 MC의 표정에서 나오고, 그 표정을 시청자들이 본다'라고 하셨어요. 이해가 깊어야 멘트의 단어와 표현의 미묘한 차이도 잡아낼 수 있죠. 공부밖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 첫 녹화 때 어떠셨어요?
"첫 번째 방송이 원래 다른 아이템이었는데 9월 27일 토요일에 서초동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려서 그 다음주 월요일 회의에서 주제를 검찰개혁으로 바꾸었지요. <시사직격>이 '깊이에 속도를 더한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사람이 검찰개혁을 이야기하며 광장에 모인 것을 다루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이었습니다.

50분짜리 프로그램을, 월요일 결정해서 금요일 방송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엄청난 노동이 들어갈 수밖에 없지요. 녹화도 수요일 저녁이었는데, 목요일 저녁으로 바꾸었고요. 첫 녹화였지만, 떨리고 할 시간도 없었어요. 대본 받고, 바로 수정의견 드릴 부분 드려서 반영하고, 리허설 없이 바로 녹화했죠. 인생은 실전이더라고요."

"소송의 역사 담은 <시사직격>, 고마웠다"
 
 KBS <시사직격>의 한 장면

KBS <시사직격>의 한 장면ⓒ KBS


- 2회 때 강제 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와 함께한 이야기 다루셨잖아요, 직접 나가셨던데 어떠셨어요?
"두 가지 마음이 있었어요. 첫 번째는 <시사직격>이 고마웠어요. 대법원판결 이후 1년 동안 한-일간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정작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오랜 투쟁과 고통의 이야기가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어요. <시사직격>은 일본제철을 상대로 일본과 한국에서 이어진 소송의 역사를 50분간 담았어요. 할아버지들이 1997년부터 일본에서 소송하시고 싸우셨던 모습, 모두 패소하시고 다시 한국 법원을 두드렸던 과정들... 그 긴 시간을 <시사직격>이 담아주어서 고마웠지요. 두 번째로는 방송 핑계로 광주에 가서 이춘식 할아버지 뵙고 술도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고요."

- 3회에서는 인터뷰도 하시더라고요. 이전엔 주로 인터뷰 당하는 입장이셨는데 이건 색다른 경험일 것 같아요.
"지금까지 녹화 중 스튜디오 인터뷰가 제일 어려웠어요. 사실 카메라 앞에서 말 잘하는 사람 많죠. 발음도 좋고, 표정 좋은 사람 많죠. 그런데 MC의 실력은 본인이 이야기를 잘하는 걸 넘어서서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더라고요. 현장에서 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 입장, 지금 하려는 이야기에 대해서도 미리 파악해서 잘 쥐고 있어야지요. 공감하면서도 필요한 답변을 끄집어내야 할 때도, 이야기를 충분히 들으면서도 적절히 개입해야 하는 역할이죠. 3회 때 이철희 의원이 나오셨거든요. 제가 팬심으로 듣고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너무 '듣고만' 있었더라고요."

- 4회 한일 기자들의 대담이 논란이었잖아요. 많이 당황스러우셨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 어땠어요?
"한국과 일본, 진보지와 보수지를 대표하는 4명의 기자분들 말씀을 담는 것이 기획이었어요. 치열한 논쟁을 기대했는데, 현장에서는 논쟁보다는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다음 분이 이야기를 이어가는 느낌이 강했지요. 아무래도 양국 특파원 경험을 공유하는 분들이다 보니 인간적인 유대감도 존재하시는 듯하였고요. 그렇게 하다 보니 이야기가 나열식으로 진행되었고, 주제도 많다 보니 충분한 주장과 반론이 담기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분명했습니다."

-  논란이 되어서 당황스러웠겠어요?
"저희가 많이 부족했고, 저와 제작진 모두 주시는 말씀 깊이 새긴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산케이 기자가 이야기했던 '문재인씨' 표현인데, 일본어에서 '씨氏'는 통상적인 존칭어인 '상'보다 격식이 높은 표현입니다. '트럼프씨', '메르켈씨'와 같이 국가수반에 일반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를 그대로 자막으로 사용했던 것은 잘못이었습니다. 특히, 양국 관계가 민감한 상황에서 더욱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하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희를 조금 더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50분 동안 담은 방송, 강제동원 소송의 대리인인 사람이 MC를 맡은 방송이니까요. '친일 방송', '매국 방송'이라고 마음을 닫지 마시고 조금 더 보시면서, 이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지 보시면서 저희에게 기회 주셨으면 합니다."

- 거기서 강제동원 판결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잖아요, 그러나 변호사님은 전혀 의견을 안 내셨어요. 누구보다 할 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답답했죠. 끝나고 PD님에게 조선일보 선우정 기자님과 1:1로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릴 만큼 답답했지요. 사회자 역할이기에 제가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은 형식상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1965년 청구권협정에 대해서 '일본의 사과가 협정 그 어디에 있냐'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방송에 담기긴 했습니다."

- 이번 논란에 대해 다른 의견도 들어봐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리셨는데 좀 더 자세히 얘기 부탁드립니다,
"저는 공영방송이라면 여러 가지 입장을 담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불편한 의견이라도 아주 극단적이라고 치부할 정도가 아니라면, 대면할 필요가 있고, 그런 과정에서 논쟁과 극복도 이루어질 수 있어요. 강제동원과 위안부 피해자들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죠. 만약 보수지 기자들의 발언이 피해자들이 거짓증언을 한다는 등의 개인을 공격하고 부정하는 발언이었다면, 피해자분들의 대리인인 제가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고 결단코 방송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방송의 주된 쟁점은 청구권협정이었어요. 이것은 국가간 조약의 해석에 대한 문제입니다. 한국 대법원의 13명 대법관 안에서도 이견이 있는 쟁점일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가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다'라는 것과 직결된 이야기이기도 했습니다. 왜 일본 정부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부당한 발언을 하는지, 그 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는 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 <시사직격>이 부족했던 점이 분명히 있었고, 시청자분들의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입니다. 논쟁이 필요한 쟁점이라면 충분한 반론이 함께 담겼어야 하는데 부족하였고, 방송의 분위기 역시 첨예한 쟁점을 담는 것과 미스매치되었어요. 저희의 부족함을 인정합니다. 시청자분들에게 사과드립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해 주세요.
"방송은 방송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추적60분>과 < KBS 스페셜 >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시도가 <시사적격>입니다. 부담감이 크지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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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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