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푸에르토리코의 야구대표팀 평가전에서 승리한 한국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3일 만에 '완전체'가 모인 김경문호는 다시 3일 후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평가전 2경기를 치렀다. 아무리 조별리그가 안방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다고 해도 상당히 빡빡한 일정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중남미의 복병 푸에르토리코를 상대로 2경기 연속 한 점도 허용하지 않는 영봉승을 기록하며 대회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김경문 감독을 기쁘게 한 것은 투수들의 컨디션이었다. 한국시리즈 일정을 치른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 선수를 제외하면 최소 열흘 이상, 최대 한 달 정도의 실전 공백이 있었음에도 대표팀 투수들은 모두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번 대회 선발 3인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양현종(KIA 타이거즈), 김광현, 박종훈(이상 SK 와이번스)은 푸에르토리코와의 평가전 2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10명의 불펜 투수들 역시 2경기에서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좋은 구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그 어느 때보다 양적으로 풍부한 불펜진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오승환(삼성 라이온즈)이나 정대현 같은 든든한 마무리 투수가 없다는 점은 김경문 감독을 고민스럽게 하는 부분이다. 과연 이번 대회 김경문 감독의 낙점을 받아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질 마무리 투수는 누가 될까.

리그 세이브왕에게 뒷문을 맡기는 것은 당연한 선택?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투수가 될지 외야수가 될지 확신조차 없었던 하재훈이 올해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세이브를 챙긴 투수가 됐다. 5승3패36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1.98. 59이닝 동안 64개의 삼진을 잡았고 피홈런은 단 하나에 불과했다. .222의 낮은 피안타율에 블론세이브도 단 하나. 2019 시즌 하재훈은 특급 마무리 투수가 갖춰야 할 모든 것을 지닌 투수로 급성장했다.

하재훈은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공의 회전수가 워낙 많아 마치 전성기 시절의 오승환을 보는 듯한 '돌직구'를 던진다. 물론 중남미 타자들이 빠른 공에 강점을 보이지만 프리미어12에 출전하는 중남미 나라들은 현역 빅리거가 포함된 1군 대표팀을 구성하지 못했다(물론 이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다). KBO리그에서 가장 묵직한 속구를 던지는 하재훈의 공이라면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마무리 투수로서 하재훈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역시 체력이다. 실제로 7월까지 1.6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던 하재훈은 8월 한 달 동안 1패7세이브 4.15로 주춤하며 1점대 평균자책점이 붕괴된 바 있다. 물론 시즌 후반부터는 어느 정도 구위를 회복했고 대표팀 소집 후에도 체력을 보충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프리미어12의 강행군을 소화할 체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경문 감독은 두산과 NC 다이노스를 이끌던 시절 정재훈, 이용찬, 임창민 같은 젊은 투수들을 뛰어난 마무리 투수로 키워낸 경험이 있다. 비록 실패로 끝나긴 했지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대회 초반 마무리로 낙점됐던 투수는 프로 3년 차에 불과한 한기주였다. 경험이 많지 않은 하재훈의 마무리 기용이 모험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지만 리그 세이브왕이 대표팀의 뒷문을 지키는 건 어쩌면 가장 확실한 '정공법'일 수도 있다.

대표팀에서 가장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조상우의 활용법은?

지난 10월6일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7회 2사 1,2루에 등판해 카를로스 페게로를 삼진으로 잡고 8회 김상수로 교체될 때만 해도 조상우는 키움의 많은 불펜 요원 중 한 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가을야구 일정을 치를수록 키움 불펜에서 조상우의 존재감은 점점 커졌고 두산과 한국시리즈를 치를 때 조상우는 키움 불펜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올랐다. 

실제로 조상우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에 등판해 3.2이닝 동안 삼진 6개를 잡으며 두산 타선을 완벽하게 틀어 막았다. 특히 2차전 1사 1,2루와 4사전 무사 1,2루 위기에서는 5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는 엄청난 위력을 뽐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키움을 꺾었을 뿐 조상우에게는 완패를 당한 셈이다. 만약 키움에 조상우 같은 투수가 한 명 더 있었다면 두산은 쉽게 우승을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조상우의 위력은 대표팀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2일 푸에르토리코와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 9회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14개의 공을 던진 조상우는 3연속 루킹삼진을 기록하며 간단히 경기를 마무리했다. 모자 사이즈가 너무 커 투구할 때마다 모자가 벗겨진 것을 제외하면 완벽한 투구였다. 조상우가 올해 가을야구에서 보여준 위력을 프리미어12에서도 이어간다면 대표팀의 마무리 투수를 맡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대회를 치르다 보면 분명 상대의 상승 흐름을 끊어줘야 할 승부처가 찾아올 것이다. 이 때 대표팀 불펜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조상우가 반드시 필요하다. 키움의 장정석 감독이 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믿음직한 투수인 조상우를 마무리로 활용하지 못했던 이유도 이와 같다. 과연 김경문 감독은 조상우라는 매력적인 마무리 카드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할까.

'한국시리즈의 영웅' 이용찬, 대표팀에서도 이어갈까

리그 최고의 잠수함 셋업맨으로 올해 7승 5패 24홀드 3.41을 기록하며 대표팀에 승선한 'HHH' 한현희는 한국시리즈에서 2이닝2실점으로 부진하며 김경문 감독의 추가 명단 발표에서 낙마했다. 한현희의 대체 선수로는 같은 잠수함 투수인 우규민(삼성)이나 정우영(LG) 등이 예상됐지만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의외로 두산의 우완 정통파 이용찬이었다.

작년 15승 3패 3.63을 기록하며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낸 이용찬은 올해 심한 기복을 보이며 7승 10패 4.07로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우완 선발 요원을 뽑기 위해서라면 10승 투수 최원태(키움)나 배제성(kt 위즈)을 선발하는 게 더 순리에 맞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이용찬은 불펜 투수로 변신한 한국시리즈에서 2승1세이브를 수확하면서 한현희 대신 김경문호에 승선했다.

이용찬의 가장 큰 장점은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풍부한 경험이다. 이용찬은 루키 시즌이었던 2009년 26세이브를 기록하며 세이브 공동 1위에 올랐고 선발 투수로 활약한 2012년에는 10승 11패 3.00을 기록했다. 2009 시즌을 앞두고 통산 111세이브를 기록하던 정재훈(두산 불펜코치)을 선발로 전환시키고 경험이 일천한 이용찬에게 과감하게 마무리를 맡긴 지도자가 바로 당시 두산을 이끌던 김경문 감독이었다.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투수지만 이용찬은 최근 두 시즌 동안 정규리그에서 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없다. 물론 이용찬도 여전히 시속 145 km를 넘나드는 속구와 위력적인 포크볼을 구사하는 위력적인 투수지만 시속 150km를 자유자재로 던지는 파워피처들을 두고 이용찬에게 뒷문을 맡기는 것은 위험한 모험이 될 수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증명한 이용찬의 경험과 실적이 대표팀에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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