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MBC

 
최근 매주 토요일 저녁 즐거움을 선사하는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가 본격적인 녹음 작업에 돌입했다. 얼떨결에 트로트 가수에 입문한 '유산슬' 유재석을 위해 대가들이 합류한 '뽕포유'는 최근 TV에서 외면받고 있는 트로트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예능과 무관한 트로트 음악인들은 시트콤+코미디 못잖은 예측 불허 상황을 연일 연출하며 <뽕포유>의 재미를 배가시킨다. 그런데 지난 2일 방영분에선 재미 못잖게 의외의 뭉클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방송상 '한국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으로 이름 붙여진 노장 세션맨들의 놀라운 연주는 트로트 음악에 대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선입견을 180도 바꿔 놓을 만했다.

악보만 보고 10분에 한곡 녹음 완성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MBC

 
각종 음악 예능을 통해 이제는 친숙해진 녹음실 장면이지만, 이날 <뽕포유> 속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스튜디오의 풍경과는 좀 달랐다. 총 8명의 세션맨들이 한꺼번에 대형 녹음실에 들어가 동시에 연주에 돌입하는, 사실상 스튜디오 라이브에 가까운 작업이었다.

이와 같은 녹음은 요즘 케이팝 제작에선 거의 접하기 힘든 방식이다. 작곡가+프로듀싱팀이 미리 만들어 놓은 음원에 맞춰 소형 부스에 들어가 보컬을 녹음하는 게 일반적이다보니 대형 스튜디오 작업 및 실제 악기 연주를 적극 활용하는 곡들은 대폭 줄어들었다.

그런데 이날 <뽕포유>는 앞선 <유플래쉬>편에서 기타, 베이스, 건반 등을 각자 따로 녹음하고 필요한 악기 연주자를 섭외해 콘솔 장비 앞에서 연주에 돌입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화면에 담아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뽕포유>속 40년 경력의 노장 연주인들은 수기로 작성한 악보만 보고 단 10분 만에 1곡 반주 녹음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 잘못 연주한 부분을 곧장 수정하기도 했지만, 이를 감안한다 해도 초고속 완성이었다. 

장르 경계 넘나드는 편견 없는 연주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MBC

 
이날 방송에선 더욱 특이한 장면도 목격되었다. 여러 가수의 신곡 녹음을 순번대로 한꺼번에 동일한 방식으로 수행하는 모습이 그것이었다. 이날도 총 6곡의 작업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었다. 타가수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건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보통 3시간 30분 정도를 '1프로'로 명명하고 이에 맞춰 녹음실 대여가 이뤄지는데, 이와 같은 방식은 시간과 금전을 절약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좋은 소리를 담고 싶어도 제작비가 풍족하지 않은 제작자 입장에선 이들 연주인은 말 그대로 고마운 존재다.

<뽕포유>에 출연한 노장 세션 연주인은 과거 1970~80년대 이후 국내 가요 녹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해준 인물들이다. 이날 방송에선 트로트를 연주했지만 지금도 팝, 발라드부터 재즈, 록 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전원일기> 테마곡을 작업했던 색소폰 연주자 김원용(방송에선 '김원영'으로 자막 오기)은 나훈아, 조용필, 이미자부터 핑클, 터보, 조성모 등 다양한 가수들의 음반에서 빼어난 솜씨를 발휘한 바 있다. '위대한 탄생' 초기 멤버였던 변성룡(건반), 이승철 데뷔 30주년 공연에도 참여한 신현권(베이스), 김창완 밴드와 나훈아 라이브 밴드를 오가는 강윤기(드럼) 등 음악계 장인들은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예술혼을 불태웠다.

대가들의 명연, 다시 볼수 있을까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 놀면 뭐하니 - 뽕포유 >의 한 장면ⓒ MBC

 
요즘 음악 제작 환경에선 연주자 활용은 현저히 줄었고 오케스트라 소리조차 가상악기 프로그램으로 구현이 가능해졌다. 자연스레 노장 음악인들의 연주는 이제 트로트 등 몇몇 장르에서나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들 장르조차도 경쾌한 댄스풍 세미 트로트의 강세 등으로 인해 실제 악기 사용은 예전만 못한 게 현실이다.

한꺼번에 오케스트라 단원 수십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오래된 대형 녹음실도 달라진 세태 속에 점차 문을 닫고 말았다. 그리고 과거 LP와 CD 속지에서 이름을 볼 수 있던 연주인들도 나이를 먹으며 하나 둘씩 음악계에서 사라졌다.

<뽕포유> 연주인들의 리더 윤영인 단장(기타리스트, 전 레코딩뮤지션협회장)은 녹음을 끝마친 후 "앞으로 몇 년 안에 이런 합주는 유물로 남지 않을까. 마지막 장인들의 모습을 보신거다"라고 소감을 피력한다.

'한국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이라는 방송 속 별칭은 이들 연주인에 대한 적절한 비유였다. <뽕포유>는 그렇게 앞선 <유플래쉬>와는 다른 방식으로 음악인들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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