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이렇게 하면 망해!"

백종원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30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백종원의 골목식당>(아래 <골목식당>)의 타깃은 '지짐이집 자매 사장님'이었다. 단골과 지인 장사를 해 왔던 지짐이집은 메뉴 구성과 맛에서 아쉬움을 드러냈고, 모둠전 메뉴를 개발하라는 백종원의 솔루션에도 방향을 잡지 못해 한숨을 자아냈다.

방송 말미에 나온 예고 영상에서도 자매 사장님들은 또 한 번 백종원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고, "무책임하다"는 쓴 소리를 들었다. 당장 언론은 "변화와 진지함이 없는 태도로 백종원을 분노케 했다", "백종원과 시청자들을 미치게 할 새로운 빌런이 등장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쏟아냈다. 시청자들 역시 '지짐이집'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사실 이러한 과정은 매번 <골목식당>이 이슈가 될 때마다 반복돼 온 일이다.

백종원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거나, 고집을 피우는 음식점 사장님들을 언론들은 그동안 악역에 비유해 '빌런'이라고 불렀다. 그동안 <골목식당>에는 수없이 많은 '빌런'들이 출연했다. 지금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포방터시장의 홍탁집 아들이나 끝내 솔루션을 중단했던 청파동의 피자집 사장님 등은 방송 당시 시청자들의 집중 포화 대상이 됐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조작방송이라고 주장한 뚝섬의 경양식집과 장어집도 만만치 않은 '빌런'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방송 전체를 통틀어 최악을 꼽으라면 역시 이대 백반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긴급 점검 당시 보여줬던 사장님의 태도는 과거로 회귀한 음식의 상태보다 심각했다. 태연하게 백종원의 이름을 팔고 거짓말까지 일삼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처럼 실제로 방송에서 이들은 '빌런'처럼 행동했다. 그들은 멘토 백종원의 언성을 높아지게 했고 혈압을 올렸다. 실망시켰고 낙담케 했다. 물론 시청자들의 엄청난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빌런을 조명하면서, 제작진의 역할과 책임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섭외부터 관찰, 편집까지 전 과정에 제작진이 개입했음에도 비난은 오로지 '빌런'이 된 온전히 출연자의 몫으로 돌아갔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물론 비난 받은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왜 잘못이 없겠는가. 고의든 과실이든, 알고 했든 몰라서 그랬든 간에 흠결은 있었다. 그러나 그 결함들이 인민재판의 무대에 서야 할 만큼 컸는지는 의문스럽다. 역시 시청률을 높이고 화제성을 끌어 올리기 위한 '낚시'에 활용됐던 측면이 크다. 지금도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끝나면 무수히 많은 기사들이 '이번 회의 빌런은 누구인가?'라는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지 않은가. 

빌런이 강조될 때의 문제점은 시청자의 시선이 빌런에서 옴짝달싹할 수 없게 된다는 데 있다. 어느 순간부터 골목상권의 몰락도 빌런의 탓이 되고, 요식업의 위기도 빌런 때문이 되버렸다. 손가락이 '개인'을 향할 때 '구조'는 잘 보이지 않는다. 마치 '개인의 일탈'이라는 해명처럼 허무하다. 개인의 일탈은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할 수 없(도록 만드)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우리가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배워야 할 게 있다면 그건 다양한 빌런의 모습이 아니라 요식업이 처한 참담한 현실이다. 또, 음식 장사의 실질적인 고단함과 어려움을 아는 것이다. 더 나아가 약간의 요리 실력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뛰어들었다가는 큰코 다친다는 걸 깨닫는다면 백종원의 심중을 정확히 들여다 본 것이다. 그만큼 요식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한낱 '예능'일 뿐이다.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책임도 없고, 그럴 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자꾸만 초점을 빌런에 맞추고 장사의 실패를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다 보면 '사장이 저 모양이니까 장사가 안 되지', '나는 저렇지는 않으니까 (요식업을 해도) 괜찮아'라는 일차원적인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생긴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청결하지 않고, 음식의 맛이 없으며, 손님 응대도 형편없는 문제투성이 식당들을 개선해 나가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노력은 칭찬해 마땅하다. 그러나 평범한 그러나 조금 미숙한 사장님들까지 가차없이 빌런으로 만들어 버리는 편집은 명백한 잘못이다. 최근에는 그런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어졌지만, 정릉 아리랑 시장 편의 지짐이집 자매 사장님에 대한 접근은 조금 위험해 보인다. 

이제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끼치는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단정할 순 없지만, 한 가게를 망하게 할 수도 있고 흥하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좀더 다양한 관점과 시선에서 '골목상권과 요식업'을 다뤄주길 기대한다. 빌런은 볼 만큼 봤으니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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