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는 두산 베어스에게 4연패를 당하며 속절없이 무릎을 꿇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3승 1패, 플레이오프에서는 2위 SK 와이번스를 상대로 파죽의 3연승을 거두며 거침없이 한국시리즈를 향했던 키움이지만 정규리그 1위 두산에게는 투타에서 전력차를 보이며 결국 준우승에 머물렀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은 다시 미뤄야 했지만 좌완 영건 이승호만큼은 빛을 발했다. 이승호는 이번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부터 키플레이어로 주목을 받은 투수다. 이유는 정규시즌에서 이승호가 두산을 상대로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로 발탁된 히어로즈 좌완 선발 이승호

국가대표로 발탁된 히어로즈 좌완 선발 이승호 ⓒ 히어로즈

 
팀 에이스 브리검에 앞서 2차전에 두산 저격수로 선발 등판한 이승호는 키플레이어라는 기대치에 걸맞은 호투를 펼쳤다. 5.1이닝동안 88개의 투구수로 2실점만 기록하며 두산 타선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실제로 오재일에게 허용한 2점 홈런을 제외하면 경기 내내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이승호는 5-2로 팀이 앞선 상황에서 승리투수 조건을 갖추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비록 키움이 9회말 믿기지 않는 대역전패를 당하며 한국시리즈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은 누리지 못했지만 이날 이승호의 피칭은 인상적이었다. 만약 2차전에서 키움이 그대로 승리를 지켰다면 데일리 MVP는 이승호의 몫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이승호는 이틀 쉰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도 구원 투수로 등판했다. 선발투수 최원태가 난조를 보이자 장정석 감독은 이승호를 깜짝 투입했다. 2차전 투구의 피로도가 남아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두산 타선을 상대로 위력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4차전에서 1.2이닝을 소화한 이승호는 뒤이어 나온 투수 양현이 적시타를 허용하며 1실점을 하긴 했지만 마운드에 있는 순간 만큼은 두산 타선을 압도했다. 조상우 정도를 제외하면 키움 마운드 전반이 물오른 두산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99년생 영건 이승호가 보여준 안정감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큰 무대에서 보여준 강심장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일까? 이승호는 NC 좌완 구창모의 부상으로 결원이 생긴 프리미어12 국가대표팀의 대체 선수로 선발되어 '김경문호'에 승선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이 준플레이오프 당시부터 앞으로의 일정을 감안해서 선발하겠다는 언급을 했을 때부터 구창모를 대신한 이승호의 발탁은 유력했다.

포스트시즌이 끝나자마자 국제대회를 준비하는 일정이 고될 수도 있지만 이승호로서는 확실한 기회다. 특히, 도쿄 올림픽 예선을 겸하는 이번 프리미어12에서 이승호가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을만한 투구를 보인다면 올림픽 국가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흥미로운 점은 이승호 이전에 KBO리그에서 뛰었던 동명이인의 좌완투수 선배들도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참가했다는 점이다.
 
 SK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이승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SK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이승호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다. ⓒ SK 와이번스

SK 와이번스에서 신인왕을 받았던 1981년생 이승호는 신인으로 승승장구 하던 2000년 국가대표로 발탁되어 시드니 올림픽에 참가한 경험이 있다. 당초 예비엔트리에만 포함되고 최종엔트리에서는 탈락했던 이승호지만, 한화 송지만의 부상 대체 선수로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았다. 당시 대표팀은 3-4위전에서 일본을 꺾고 동메달을 획득해 이승호는 어린 나이에 메달과 병역 혜택을 동시에 받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LG 트윈스에서 전성기를 보낸 1976년생 이승호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선인 삿포로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의 국가대표로 참가했다. 당시 LG 에이스로 활약했던 이승호는 한일전 선발투수로 등판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대표팀이 대만과 일본에게 일격을 당하며 아테네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는데는 실패했다.
 
 프리미어 12 호투가 기대되는 이승호

프리미어 12 호투가 기대되는 이승호 ⓒ 히어로즈

 
1999년생 키움의 이승호 역시, 이들처럼 올림픽 무대를 노릴 만하다. 한 종목에 같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의 선수가, 그것도 같은 포지션에서 뛰는 선수가 올림픽에 연이어 출전하는 것은 흔한 기록이 아니다.

3세대 이승호라 불리는 키움 히어로즈 이승호가 과연 진기록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11월 진행되는 프리미어 12에서 한국시리즈에서와 같은 모습만 보여준다면 이승호의 도쿄행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관련 기사] 세 번째 이승호, '젊은 영웅' 이승호가 뜬다

[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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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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