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 라이프> 포스터.

영화 <하이 라이프> 포스터.ⓒ ?올스타엔터테인먼트

 
아무것도 모른 채 감독과 배우들의 면면만 보고 영화를 선택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여성 감독이자 북미의 대표 영화제인 뉴욕영화제의 총아라고 할 만한 클레어 드니 감독의 신작, 로버트 패틴슨과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을 맡은 <하이 라이프>도 그런 경우였다. 

줄리엣 비노쉬는, 이자벨 위페르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배우로 세계 3대 영화제 여우주연상과 미국 영국 여우조연상을 최초로 석권한 걸로 유명하다. 그도 그렇지만 그녀가 출연한 영화들의 면면을 보면 '영화 보는 눈이 탁월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로버트 패틴슨은, 그 유명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2000년대 말에서 2010년대 초를 화려하게 수놓고는 예술영화로 노선을 틀어 연기력을 뽐냈다. <하이 라이프>는 사실 로버트 패틴슨이 원탑 주연에 가까운 영화인데, 보다 진중하고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를 염두에 뒀다는 클레어 드니 감독의 심중을 로버트 패틴슨이 열렬한 구애로 움직였다고 한다. 영화를 즐김에 있어 그의 연기를 일순위로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그런 그가 매달렸다는 영화의 면면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태양계 밖, 지구의 범죄자들

태양계 너머 우주 어딘가, 몬테는 우주선 안에서 홀로 아기 보이스를 키우고 있다. 태양계를 지나온 후부턴 지구와 통신이 되질 않는다. 원래부터 혼자였던 건 아니었는지 죽은 걸로 보이는 몇 명의 사람들이 있다. 그는 우주복을 입혀 그들을 우주선 밖으로 하나하나 내보낸다. 몬테를 포함, 그들 모두는 사형수에 준하는 범죄자들이다. 그들은 블랙홀에서 에너지를 추출해오는 임무를 띄고 있다. 

사실 그들은 지구에서 행한 실험의 일환으로 우주선을 탔다. 금기를 범하고 사형수가 된 범죄자들을 우주로 버려 사실상 사형시킨 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체크하는 것이다. 하여 그들은 의무적으로 지구와의 통신을 이어가야 했다. 문제는, 우주선 안에서 행해진 또 다른 실험이다. 아이를 죽이고 우주선에 타게 된 딥스 박사는 우주에서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게 가능할지 자신의 욕망을 투영해 실험을 강행한다. 

하나둘씩 죽어가는 범죄자들, 추악한 욕망과 본성을 오가며 서로가 서로를 탐하고 죽이며 자신이 자신을 죽인다. 와중에 태어난 아기 보이스, 욕망과 본성을 억제하며 살아간 몬테. 하지만 포기 없이 살아가려 해도 희망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 지구와의 통신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구로 돌아갈 순 없을 테고 돌아간다 해도 사형수를 면치 못한다. 그렇다고 임무를 행하기에도 힘들다. 그저 아무것도 없는 우주의 망망대해를 하염없이 돌아다닐 뿐이다. 

금기와 욕망

영화 <하이 라이프>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SF라고 하기엔 힘들고 긴장감을 유발하는 분위기를 형성하지만 스릴러라고 보기도 어렵다. 장르적으론 여기 한 발 저기 한 발을 걸치곤, 온갖 은유와 상징으로 다양하고 난해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를 내놓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린 느낌이 강하다. 

'금기'가 영화를 관통한다. 몬테가 아기에게 타부 인형을 건네며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려준다. '금기'라는 뜻의 타부, 몬테는 여동생을 살해했고 딥스 박사는 남편과 자식을 살해했다. 딥스는 우주선에서도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행하는데, 방사능으로 죽을 게 뻔한 상황에서도 여자 탑승자들에게 계속 임신 실험을 강행하는 것이다. 

금기된 행동의 결과로 결국 우주선에 타게 된 범죄자 탑승자들, '욕망'이 그들을 휘몰아친다. 자위방에서 욕정을 푸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강제로 이성을 탐하다가 비극적인 결과를 낳기도 하고, 갑작스런 뇌종양으로 죽어가면서도 마지막으로 갖는 생각이 이성을 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가 하면, 딥스는 모든 행동이 욕망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 결과, 서로가 서로를 죽이고 자신이 자신을 죽이는 금기에의 욕망이 고개를 든다. 

효율적이지 못한 은유와 상징

범죄자 탑승자들을 상징하는 게 금기와 욕망이라는 단순 추상 개념뿐만은 아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그들을, 특히 몬테와 딥스를 지칭하는 개념이 존재한다. 욕망의 화신과도 같은 딥스와 달리, 몬테는 적어도 우주선에선 욕망과는 거리가 멀다. 극중에서 몬테가 직접적으로 언급하듯, 자신은 수도승이고 딥스는 마녀이자 주술사다. 욕망은 타락하고 타락한 욕망은 파멸에 이르는가. 

몬테, 딥스와 더불어 극중 중요인물 중 하나라고 할 만한 보이시 또한 분명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을 테다. 그녀는 관계를 가지지 않고 임신했다. 동정녀 마리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성모의 집으로 찾아가 그녀가 성령의 아이를 잉태했음을 알리는 '수태고지' 후, 성모는 예수 그리스도를 낳았다. 수도승, 주술사, 마리아 등의 상징으로 보아 영화를 종교적으로 해석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영화는, 그러나 주지한 은유나 상징들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했다. 그저 늘어놓기만 하고는 제대로 연결시켜 의미 있는 무엇을 내놓지 못했다는 느낌이 강하다. 희망을 찾을 길 없는 상황에서 선택을 하는데, 그것이 희망일지 허무일지 보는 이들마다 다를 것이라는 열린 결말과 해석 정도? 결국 해석을 요하는 또는 강제하는 서사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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