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시리즈 우승은 두산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 2019 한국시리즈 우승은 두산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우승을 차지한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훗날 역사에서 프로야구 2019시즌을 회고한다면 오로지 '미러클' 두산 한 단어로 모든 설명이 충분할 것이다. 두산이 2019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 키움 히어로즈를 4연승으로 완파하고 정규시즌에 이어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2016년 이후 3년만의 정상 탈환이자, 구단 역사상 6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프로야구 역사에는 일정한 시대별로 리그를 지배한 '왕조'가 있었다. 자국리그 최다우승에 빛나는 일본의 요미우리 자이언츠나 미국의 뉴욕 양키스 같은 명문팀들이 좋은 예다. KBO리그에서 왕조라는 수식어가 붙은 팀은 두산 이전에 약 4팀 정도가 있었다. 80~90년대를 지배한 해태 타이거즈(현 기아),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짧고 굵은 역사를 남긴 현대 유니콘스(현 키움 히어로즈), 2000년대 후반의 SK 와이번스, 2000년대 초중반과 2010년대 전반기까지 두 번의 전성기를 거치며 장기집권한 삼성 라이온즈 등이 대표적이다

KBO 최다우승팀은 기아 타이거즈다. 기아는 해태 시절이던 80-90년대 9회의 우승을 포함하여 총 11회 정상에 올라 KBO 사상 유일하게 두 자릿수 우승을 달성한 팀이다. 특히 타이거즈는 한국시리즈에서 유일하게 한 번도 준우승을 기록하지 않으며 승률 100%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시리즈 통산 경기승률도 44승 2무 13패, .772로 가장 압도적이다. 타이거즈를 제외하면 6할대 이상의 승률을 기록한 팀도 전무하다.

타이거즈의 뒤를 한국시리즈 8회 우승의 삼성 라이온즈가 뒤따르고 있다. SK와 현대는 각 4회 정상에 올랐지만 두 팀은 전성기가 상대적으로 다른 팀들에 비하여 짧은 편이었다.

역대 다섯 번째 왕조라 불리기에 손색 없는 기록
 
나 두산 오재일이라고!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0회초 2사 3루 상황 두산 오재일이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 나 두산 오재일이라고!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0회초 2사 3루 상황 두산 오재일이 역전 1타점 적시타를 날린 뒤 포효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0년대 중반 이후의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두산의 시대라고 할 만하다. 두산은 2010년대에만 총 3회의 우승을 추가하며 프로야구 최다우승 3위로 뛰어올랐다.

두산은 6회 우승으로 이미 SK-현대를 뛰어넘었지만 해태나 삼성에는 아직 못 미친다. 왕조의 연속성을 의미하는 백투백 우승도 해태와 삼성은 한국시리즈 4연패와 2연패를 각각 1번씩 달성했다. 두산의 연속 우승은 2015~2016년 2연패 1차례가 유일하다. 두산은 준우승도 7회나 기록하며 삼성(10회)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한국시리즈에서 고배도 많이 마셨다. 두산의 한국시리즈 통산 승률은 72전 36승 1무 35패로 .507로 역대 3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두산이 해태나 삼성보다도 오히려 앞선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역시 '꾸준함'이다. 프로 출범 초창기부터 80-90-2000-2010년대에 걸쳐 모두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구단은 두산과 해태 두 팀뿐이다. 포스트시즌 진출 횟수는 22회로 삼성(28회)에 이어 2위지만 본격적인 전성기에 돌입한 2000년대 이후만 놓고보면 15회로 삼성과 공동 1위다.

역대 왕조들의 공통적인 운명은 최전성기가 지나간 이후 한동안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였다는 점이다. 해태가 90년대 후반부터 IMF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김응용 감독을과 선동열-이종범 등 우승주역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한동안 내리막길을 걸어야했고, 기아 시절 이후로는 2회 우승을 차지했지만 연속 우승이 한번도 없을만큼 지금까지도 꾸준함과는 거리가 먼 팀이 됐다.

SK 역시 김성근 감독 시절 우승도 많이 했지만 무리한 혹사와 승리지상주의의 부작용으로 몇 년간 후유증에 시달렸다. 현대는 아예 구단이 사라져버렸고, 삼성도 5년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에 실패한 2015년을 전후로 우승 주역들의 해체, 모기업의 투자 위축 등으로 올해까지 삼성 역사상 최초로 4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하며 현재진행형의 침체기를 보내고 있다.

시대별로 유연하게 다양한 야구 스타일 수용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승리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두산 오재일이 끝내기 안타를 치자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며 더그아웃을 뛰쳐 나오고 있다.

▲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승리지난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키움 히어로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두산 오재일이 끝내기 안타를 치자 두산 선수들이 기뻐하며 더그아웃을 뛰쳐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두산은 구단의 중흥기였던 김인식-김경문 시대(90-2000년대)까지만 해도 우승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꾸준히 가을야구에 진출하던 강팀이었다. 김인식 감독 시절, 김동주-우즈-심정수 등 강타자들이 있을 때는 화끈한 '거포중심주의'의 빅볼로, 김경문 감독 시절에는 발빠른 교타자들와 두터운 불펜진을 적극 활용한 '허슬두' 등으로 다양한 야구 스타일을 시대별로 유연하게 수용해온 것도 두산의 강점이다.

두산이 가장 오랜 시간동안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한 것은 초창기였던 1988년부터 92년까지 5년 연속에 불과하다. 2015년 김태형 감독 시절 삼성 왕조의 리그 5연패를 저지한 것을 기점으로 '2인자' 이미지를 벗고 본격적인 두산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특히 지금의 두산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인 '화수분 야구'는 달라진 한국야구의 트렌드를 가장 앞서 구현한 성과이기도 하다. 과거 왕조들의 경우, 감독의 리더십이나 몇몇 스타들의 활약상에 의하여 팀의 운명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고 세대교체의 시기를 맞이하면서 자연스럽게 무너졌다.

반면 두산은 지난 10여년간 수많은 주축 선수들이 노쇠하거나 타팀으로 이적하는 상황 속에서도 끊임 없이 새로운 스타들을 발굴해내며 이렇다할 슬럼프 없이 리그를 호령해왔다. 역시 체계적인 스카우트와 내부 육성 시스템, 프런트와 현장이 각자의 자리에서 합리적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한국형 시스템 야구'를 가장 앞서서 정착시킨 것이 두산이 장수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불과 우승을 차지했던 3~4년 전과 비교해도 당시 우승주역이었던 김현수-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양의지-장원준-민병헌 등은 더 이상 두산에 없거나, 있어도 핵심 전력이 아니다. 더 윗세대로 올라가면 손시헌-이종욱-최준석-홍성흔 등도 주전으로 활약하다가 아직 기량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 두산을 떠나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두산에 이 선수들의 공백은 전혀 없었다. 심지어 두산은 외국인 투수는 몰라도 외국인 타자 운은 없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국내 선수들만으로도 충분히 탄탄했던 타선과 강력한 수비는 수년째 정상을 호령하는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산이 강팀일 수밖에 없는 이유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 9회말 두산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에게 축하받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 9회말 두산 박세혁이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에게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만 해도 NC로 이적한 FA 양의지의 공백을 박세혁이 성장하며 훌륭하게 메웠고, 보상 선수로 지명한 이형범이 필승조로 올라서며 불펜진은 더욱 두텁게했다. 정규시즌에서 부진했던 오재원은 가을야구에서 눈부신 부활로 베테랑의 가치를 증명했다. 선발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믿고보는 두산 외국인 원투펀치'의 계보를 이었다. 선수 경력의 황혼에 있다고 평가받은 베테랑 배영수가 연장 접전을 이어가던 4차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하여 우승을 확정짓는 모습은 두산팬이 아닌 야구팬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올시즌 우승은 그 어느 때보다 극적이었다. 2년 연속 아쉬운 준우승에 그친데 이어 양의지의 이탈로 인한 전력 공백, 공인구 전환으로 인한 타격 약화같은 변수로 분위기가 처질수도 있었지만, 정규시즌에서 SK와 9경기 차이를 뒤집고 마지막날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한데 이어, 한국시리즈에서는 키움과 4경기 모두 접전 끝에 모두 역전승으로 시리즈를 장식하는 뒷심을 선보이며 '미러클 두산'이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드라마를 완성했다.

현재보다 미래의 두산이 더욱 무서운 부분은 구단의 전성기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 박세혁 등 대부분이 기량이 정점에 오른 데다 군필자이고, 어린 선수들도 차곡차곡 경험을 쌓으며 성장하고 있다. 최근 꾸준한 성적에 올시즌의 극적인 역전 우승 경험까지 더해지며 선수단 내부에 '승리 DNA'가 축적되고 있다는 것도 무시 못할 요소다.

국내-외인, 베테랑-신예의 완벽한 조화, 선수들이 스스로 분위기를 잡아나가는 활기찬 덕아웃 분위기는 두산이 강팀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줬다. '화무십일홍'같은 단어는 벌써 십수년 가까이 두산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두산이 지금의 상승세를 꾸준히 이어간다면 앞으로 삼성이나 해태를 뛰어넘는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왕조'로 등극하는 것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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