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문제는 우리 사회에 검찰 개혁이란 화두를 던졌다. 한편으로는 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상기 시켜 주었다. 입시 제도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교육 개혁 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교육에서 공정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국민의 절실한 요구"라며 "11월 중에 획기적인 학종(학생부종합전형) 개선 방안과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지시했다.

지난 10일 방송한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은 최근 고위 공직자 자녀들의 고교 시절 스펙으로 논란이 된 현행 대학입시제도의 실태와 문제를 해부한다. 10여 년 전, 지역 불평등과 학력 차별을 없애기 위해 도입한 '수시' 제도는 지금 입시 현장에서 어떤 식으로 사다리를 없앴을까?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10여 년 전 이명박 대통령은 점수는 좀 낮더라도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 창의력과 인성을 갖춘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다는 취지로 특별활동내역 같은 비계량적 요소 등을 평가하는 '입학사정관제'를 도입했다. 당시 교육 당국은 개천에서 용이 나오고 일반고가 더 유리할 것이라고 외쳤다.

'공부의 신'으로 불리는 교육 콘텐츠 유튜버 강성태 대표는 '개천에서 용 난'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과거 학원 하나 없던 경상북도 문경시 점촌에서 경기도로 전학을 가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따라 하며 서울공대에 합격했다. 그는 현행 입시 제도에선 자신도 서울대에 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는 성적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수시로 가망이 없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분야마다 스펙을 쌓아야 하고 수상 실적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챙겨야 할 게 많다. 능력 자체도 안 되지만, '부모님께서 도와줄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현재 대학 입시 전형은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수능 시험을 쳐서 들어가는 '정시'와 학생부종합전형, 학생부교과전형, 특기자전형, 논술전형, 적성전형, 실기전형으로 입학하는 '수시'가 있다. 그런데 수시, 그중에서도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논란의 중심에 위치한다. 합격 기준이 깜깜이인 데다 재력과 인맥으로 스펙을 쌓기 때문이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제작진은 수시가 지역 불평등과 학력 차별을 없앴는지를 자료를 통해 검증한다. 서울의 사립 명문대들은 구체적인 입시 자료를 공개하지 않기에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2년간 서울대 힙격생 자료를 여러 각도로 분석한다. 결과는 실로 충격적이다.

첫째, 정시와 수시를 합한 합격자 수를 지역별로 분석한 결과 격차가 확연히 나타났다. 2007년~2011년 평균과 2013년~2018년 평균을 비교하면 경기도와 서울의 합격자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불균형을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간 것이다. 둘째, 수시가 확대된 최근 5년간의 합격자 수를 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평균 1938.8명)이 나머지 모든 지역을 합한 숫자(평균 1332.2명)보다 많다.

셋째, 대입전향의 80%를 차지하는 수시만 따로 통계를 내면 서울이 압도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다. 넷째, 서울 강남과 강북의 차이도 뚜렷하다. 강남구 평균(141.4명)과 성동구 평균(5명)은 50배 가까이 났다. 다섯째, 일반고 학생들의 서울대 진학은 늘지 않았다. 전국에서 서울대를 가장 많이 보낸 고등학교 상위 20개 중에서 일반고는 단 2개에 불과하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올해 초 인기리에 방송한 드라마 < SKY캐슬 >은 재력과 정보력으로 학력을 대물림하는 특권층의 입시 전쟁을 그렸다. 극 중엔 고액 입시 코디가 등장하고 "지금은 학종 시대라고요. 학종 시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따라서 당락이 결정된다고요"란 대사가 나온다. 드라마 속 풍경은 과장이 아니다.

얼마 전 수시 접수를 끝낸 고3 학부모들은 제작진과 만난 자리에서 수능 공부와 학교 내신 외에 교내 경시 대회를 준비하는 학원도 따로 보내야 하고, 3년 동안 자녀의 스펙 관리는 부모의 몫이라고 털어놓았다. 1년에 1억 가까운 돈이 들어간다는 사실도 밝힌다.

수시가 확대되면 사교육이 줄어들 거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완전히 빗나갔다. 도리어 사교육 시장에 신규 사업이 태어났다. 바로 입시 컨설팅 업체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얼마나 많은 스펙을 채울 수 있느냐가 입시 전쟁의 핵심이다. 자율 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진로 활동 등에서 고교생이 감당할 수 없는 스펙을 쌓으려면 업체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현재 입시 컨설팅 업체가 성행하는 상황이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제작진이 만난 A 입시 컨설턴트는 진로, 활동계획, 중간점검, 생활기록부, 지원예측 등 총 8시간을 상담하는 비용이 240만 원이라고 설명한다. B 입시컨설턴트는 학생부 관리에는 연구보고서와 수상 경력이 중요하다면서 연구 기획, 연구 테마 등 학생부 스펙만 한꺼번에 지도해주는 1년 치 비용이 720만 원이라고 제시한다.

프로젝트의 규모는 부모의 재력에 따라 결정된다. 최상의 스펙을 만들고 아이 활동을 관리해주는 비용의 기본 단위는 보통 1억, 1억 2천, 1억 5천만 원 선이라고 한다. 부모가 돈만 댈 수 있다면 자선 단체를 만들거나 경진대회까지 여는 식으로 스펙을 쌓아준다. 특권층과 부유층의 아이들은 이렇게 만든 스펙을 활용하여 명문대에 진학한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학종의 세부 특기사항을 잘 써주는 학생 집단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스펙 몰아주기' 의혹을 제기한다. 실제로 올해 서울대에 6명을 합격시킨 한 명문고에선 성적이 좋은 학생들에게 스펙을 쌓을 수 있는 각종 대회를 몰아준다는 입시 부정 의혹이 폭로되었다. 일부 학생은 생활기록부를 학생 본인이 직접 쓰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교육청은 감사에 착수했지만, 수사권이 없어 의혹은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학생부 몰아주기는 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작진이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130여 명의 학생부를 분석한 결과, 내신등급이 낮아질수록 학생부의 쪽 수는 현저히 줄어드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교내 수상 실적의 쏠림 현상도 심하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4년 전, 서울의 한 명문 사립고에서 벌어진 입시 비리는 성적 조작과 특권층 자제 봐주기까지 현 교육 사태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사건이다. 당시 전경원 교사는 2011년부터 3년 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90여 명의 성적이 조작되었다고 폭로하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학교 폭력을 일으킨 학생이 고위 공직자의 자제라는 이유로 어떤 처벌을 받지 않은 사실도 문제 삼았다.

당시 감사를 통해 비리 의혹을 적발한 서울시 교육청은 검찰에 고발했다. 그런데 검찰은 압수 수색 한 번 하지 않은 채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이후 서울시 교육청은 항고했지만, 기각되고 말았다. 양심선언을 했던 전경원 교사는 검찰이 동일한 잣대로 입시 비리를 수사하길 요구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문제를 보면 다른 입시 부정 수사에 비해 엄격하게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지금 수사의 방향과 수사의 강도처럼 다른 입시 부정도 똑같이 다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 프로그램의 한 장면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긴급해부! 배신의 입시’ 편프로그램의 한 장면ⓒ JTBC


현재 여야는 사회 지도층 자녀의 입시 특혜를 뿌리 뽑겠다며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 자녀의 입시 과정을 전수조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은 조사 대상과 방식, 조사 기구 설치 방법 등에서 입장이 엇갈리는 중이다. 더욱 문제는 말만 무성할 뿐 의지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교육부는 대학 입시 제도를 손질해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검찰은 특권층과 부유층의 입시 비리를 공정한 잣대로 수사해야 한다. 여야는 입법으로 교육 개혁의 의지를 증명해야 한다. 교육 개혁과 검찰 개혁은 다른 화두가 아니다.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를 묻는 하나의 화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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