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배우 카이

뮤지컬 배우 카이ⓒ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렸을 때 꿈이 톨게이트 직원이었어요. 세상 사람들 손을 다 만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요. 목표가 있다면 '제 목소리'로 많은 사람들의 손을 잡는 거예요. 주어진 시간 안에서 노래를 통해 보다 많은 이들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요."
 
팝페라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카이가 자신의 꿈과 목표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많은 사람들의 손을 만지고 싶어 톨게이트 직원이 되고픈 소년은, 음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카이가 됐다. 꾸준히 관객을 만나고 있는 그의 행보는, 이미 꿈을 이룬 듯 하다. 하지만 카이는 아직 '공상의 노트'를 꾸준히 채우고 있다. 아직 꾸고 있는 '꿈'도 많고, 이루고 싶은 '꿈'도 많기 때문이다. 그의 '공상의 노트'에 적혀있던 앨범 발매, 콘서트 준비로, 어느 때보다 더 열심인 카이를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서머셋팰리스 2층에서 만났다.
 
"많이 바쁜데, 안 바쁜 것처럼 살아요. '뇌내혁명'이라는 책을 봤는데, 인간은 뇌의 스위치를 켜고 끌 수 있대요. <레베카> 연습할 때는 스위치를 켜고, 쉴 때는 끄죠. 놀이라고 생각해요. 역할 완수하는 재밌는 놀이요."

  
 카이

카이ⓒ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LG아트센터에서 클래식을 주제로 콘서트가 열리는 가운데, 우연히 극장 대관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이미 클래식 무대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카이이기에 콘서트를 준비하게 됐다고. 하지만 준비를 하면 할수록 욕심이 더 생겼다. 그는 "클래식이라는 주제 안에서 최고의 것들을 채워서 내보이려고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무대에는 카이의 스승 박인수 교수와의 듀엣을 볼 수 있다. 그는, 가수 이동원과 <향수>라는 곡을 발매한 박 교수와의 남다른 인연을 털어놓았다.
 
"교수님이 <향수>를 발매하셨고, 좋은 시, 좋은 음악이 최고의 클래식이라고 강조하셨죠. 레슨 때도 부르고 싶은 노래도 하고, <향수>도 함께 했어요. 정말 색다른 분위기의 교육 현장이었어요. 제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학교를 다녀서, 마음과 몸이 힘들었던 때인데, 정말 많은 가르침을 주신 분이에요. 제가 웨이터로 일한 적도 있는데 새벽에 오셔서 '넌 노래하는 사람이다. 그만 뒀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해주시기도 했고, 개런티를 받게 해주시기도 했어요. 정말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죠."
 
때문에 이번 무대에는 '헌정'의 뜻이 담겨있다. 올해 80세가 넘은 은사와 함께, 이야기 하듯, 새로운 버전의 <향수>로 무대를 채운다.
 
"굉장히 풍채도 좋고 건장하세요. 하지만 세월을 거스를 수 없는 목소리의 변화 등에 있어서 제자한테 해가 될까봐 걱정하시더라고요. 제가 20년 정도 모시면서 전혀 볼 수 없었던 모습이에요. 우리네 아버지 뒷모습 같기도 하고요. 가슴이 찡했어요. 교수님께서 '오랫동안 잊지 못한 녹음일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아! 개런티는 연주곡을 맞춰드리는 걸로 했어요. 장가가는데, 부모님께 한복 맞춰드리는 것처럼요.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카이

카이ⓒ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한국관광공사 '대학로 공연 관광 페스티벌-웰컴 대학로' 홍보대사로 활약 중인 카이는 일본과 중국 등으로 나아가 한국 문화를 전하고 있다.
 
"아시아 전역으로 공연을 다녔는데, 한국 문화, 뮤지컬 수준이 정말 높더라고요. 해외에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이 뜨겁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전할 수 있는 음악을 널리 알리는 공상을 멈추지 않고 있어요. <엑스칼리버>를 보는 관객들의 열기가 정말 대단하더라고요. 음악도 <와호장룡> 멜로디 같고. 해외 무대에서 뮤지컬 넘버도 부를 수 있고 가요도 불렀는데, 한국적인 음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방향성이 있겠지만, '카이스러운' 앨범을 완성시키고 싶어 시작하게 됐어요. 콘서트에서 음악을 녹여보자!는 생각에서 앨범 발매와 콘서트가 이어지게 됐어요."
 
< KAI IN KOREA >는 카이의 세 번째 정규 앨범이다. 앨범 발매와 함께 무대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그는 11월 16일부터, 2020년 3월 15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레베카>에도 이름을 올렸다.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맨덜리 저택을 소유하고 있는 영국 최상류층 신사 막심 드 윈터를 맡았다.
 
"대본을 분석하고 있어요. 캐릭터를 설득하고 또 설득 당하고 있죠. 아직 '어떤 막심'이라고 말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의 막심과 또 다른 막심이라는 거예요. 무대 위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게 채우는 것보다, 비워두는 게 어렵다는 거예요.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안에 경쟁구도가 있지만, 이기는 것보다 '지고' 싶어요. 잘 살려두고 싶어요.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을지, 폭발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지, 유기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에요."
  
 카이

카이ⓒ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신을 "뮤지컬 덕후"라고 소개한 카이는 정말 '좋아서' 공연을 챙겨 본다. 때문에 <레베카>를 보고서도, 무대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레베카>는 이미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에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스펜스가 작품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재 관람 하시는 분이던, 처음 보는 분이던, 긴장감 갖고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어요. 작품 어떻느냐는 질문과 함께, 제가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안 맞을 거 같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근데 제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지금까지 '막심' 배우들 나이가 나와 비슷했거나, 어리더라고요. 선입견이라고 생각했어요. 카이라는 이름이 갖는 목소리, 연기, 이미지 등이요. 그런 것들이 작품을 반감시킬 거라는 생각이에요. 새로운 '레베카'를 기대하고 오신다면, 정말로 '새로운 레베카'와 '막심'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카이는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컨디션을 지키기 위해 '먹는 것'보다 '자는 것'에 집중한다. 하루에 8시간 정도는 숙면을 취해야 목소리를 지킬 수 있다고. 이처럼 바쁜 일과 속에서도, 목소리를 위해 자기 관리까지 챙긴다는 것이다. 그의 원동력이 궁금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째는 팬들이에요. 그들의 마음을 자극하려는 '비지니스적'인 행위가 아닌, 진짜 절 움직이게 하는 분들을 위해 노래하고 싶어서예요. 한 번 더 노력하게 만들어 주는, 버팀목이자 원동력이죠. 제가 10년 동안 온 이 길은, 마치 산을 오르는 듯한 여정이었어요. 쉽지 않은 길이었어요. 오디션을 통해 한 번에 작품에 캐스팅 된다던지, 스타덤에 오른 게 아닌, 차근차근 밟아오면서, 제가 간절히 바랐던 것들이 이뤄지는 시기가 오니까,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해지더라고요. 노력을 끊을 수가 없어요. 노력 중독이랄까요. 꾸역꾸역 이길 까지 오다보니, 저와 같은 마음을 겪고 있는 후배들이 너무 소중하고, 또 같은 길을 가다 내리막을 가는 선배들이 귀중해요. 모든 게 기적 같고, 감사하고 그래요. 이런 마음이 두 번째예요."
 
때문에 카이는 무대 위라고 해서, 먼발치에서 느낄 수 있는 '스타'가 아닌 '사람' 정기열로 다가가고 싶다고 말한다. 무대 위 그의 따뜻한 '온기' 뜨거운 '열기'는 순간적으로 피어오른 불꽃이 아니었다.
 
"예술가의 무대 위와 아래가 같을 필요가 없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무대 위와 아래가 같은 사람'이라는 게 바뀌지 않을 제 지론이에요. 물론 신비감이 떨어져서 덜 빛날 수는 있죠. 하지만 무대 위와 아래가 다른 사람을 견딜 수 없겠더라고요. 저희 어머니께서도 제 무대 위 모습을 보면 평소 저와 너무 다르다고 한 소리 하시지만(웃음). 전 언제나 정기열이고,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는 카이예요. 그런 모습을 기대하셨으면 좋겠어요."
  
 카이

카이ⓒ EMK엔터테인먼트 제공

 
쉽지 않은 길을 쉬지 않고 달려 이 자리에 왔지만, 카이는 안주하지 않는다. 쉬지 않고 바로 자리를 떠, 또 달려 나간다. 그런 그가 자신에게 건네고 싶은 한 마디는 무엇일까. 귀공자 분위기를 풍기는, 고생 없이 떡하니 무대에 섰을 법한 그의 이미지가 와르르 깨지는 순간이다. 인터뷰 내내 털어놓은 '노력 중독' '기적' 등의 단어와 표현, 울컥하던 그의 표정에서 드러난 그의 열정이다.
 
"'속지 않았다! 카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무대 예술이라는 게 열심히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는 점이 자랑스러워요. 열심히 하고 또 열심히 해야 돼요. 정말 죽도록이요. 열심히 해야 만 얻을 수 있는 게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카이 인 코리아(KAI IN KOREA)> 발매 기념 콘서트 <카이의 서울 클래식>은 10월 24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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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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