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울산 현대모비스간 경기 모습.

2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창원 LG 세이커스와 울산 현대모비스간 경기 모습.ⓒ 창원LG세이커스


프로농구 창원 LG는 '2019~2020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시즌 초반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다. 팀 창단 이래 최초로 개막 5연패라는 굴욕을 당하며 일찌감치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비시즌 FA자격을 얻어 원주 DB로 이적한 간판 빅맨 김종규의 공백이 극명하게 드러났다는 평가다. 다행히 지난 16일 고양 오리온을 제물로 첫 승을 신고한데 이어 부산 KT전까지 2연승으로 달리며 초반의 충격을 딛고 어느 정도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각 팀들의 전력이 상향평준화된 올시즌 LG의 반등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22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진행된 울산 현대모비스전은 현재 LG의 가능성과 문제점을 동시에 보여준 경기였다. LG는 우승후보로 꼽히던 모비스와 시종일관 팽팽한 접전 끝에 5점차(57-62)로 석패하며 연승을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지기는 했어도 모비스의 야투성공률을 고작 33%(2점 18/44, 3점 3/20)로 틀어막은 것은 고무적인 장면이었다.

주전과 벤치를 가리지 않고 LG 선수들은 코트에 투입될 때마다 적극적인 수비로 모비스를 괴롭혔다. 개막 이후 첫 4경기에서 무려 87.7점을 내줬던 LG는 모비스전을 포함한 최근 4경기에서는 겨우 66.7실점밖에 내주지 않으며 방패가 확실히 견고해진모습이다.

그러나 현주엽 감독의 고민은 여전히 살아나지 않는 허약한 공격력이다. LG의 팀 평균득점은 69.3점으로 10개구단 중 최하위다. 10개구단 중 60점대 팀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팀은 LG가 유일하다. 팀득점 1위인 SK(90점)와는 무려 20점 이상 차이가 난다. 지난 모비스전을 포함하여 LG는 1라운드에서만 벌써 50점대 빈공에 그친 경기가 3번째다.

LG가 올시즌 80점 이상의 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개막전이던 서울 삼성(82-83 패)전이 유일하다. 하지만 삼성전도 연장전까지 치른 점수였고 정규시간 40분동안 올린 점수는 73점이었다. LG의 올시즌 한 경기 최다 팀득점은 19일 부산 KT전에서 나온 79점이다.

양뿐만이 아니라 질에서도 최악이다. LG는 야투에서 2점슛 44.4%, 3점슛 25.1%로 역시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모비스전에서도 전체 슛 시도는 75개로 상대팀보다 더 많았지만 성공시킨게 고작 25개로(32%), 64개를 던져 21개를 넣는데 그친 모비스보다 효율성에서 더 떨어졌다. 기본적으로 다득점 스포츠인 농구에서 아무리 힘들게 수비를 잘해도 결정적일 때 제대로 넣어주지 못하면 승리는 불가능하다.

라렌 제외 두 자릿수 득점은 김시래뿐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KBL 전체 득점 1위는 바로 LG 소속의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23.8점)이다. 매 경기 20점 이상을 넣어주는 확실한 득점원이 있는데도 팀 공격이 이토록 빈곤하다는게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문제는 '공격의 다양성'이다. 라렌을 제외하고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가 김시래(11.6점) 한명 뿐이다. 정통 포인트가드인 김시래는 본인의 공격보다 동료들의 플레이를 살려주는 데서 빛이 나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개막 5연패 기간 동안 직접 공격에 대한 김시래의 부담이 커지자 개인 기록은 나쁘지 않았지만 팀플레이는 오히려 제대로 풀리지 않았다. LG 입장에서는 김시래의 슛 시도가 많아지는 것이 결코 좋은 흐름이 아니다.

라렌은 득점은 많지만 지난 시즌 제임스 메이스처럼 1대1에 강점이 있는 에이스 타입은 아니다. 한국에 오기 전 유럽에서 활약하던 시절에는 골밑 플레이와 수비에서 더 주목받았던 선수였다. 모비스전에서도 라렌이 16점으로 팀내 최다득점을 올렸지만 야투는 19개를 던져 6개를 성공시키는데 그쳤다.

현재 LG의 주 공격루트가 대부분 김시래와 라렌의 2대 2 플레이에서 시작되는데 라렌이 높이에 비하여 슛거리가 짧은 편이다보니 공격루트가 한정적으로 좁혀진다. 특히 접전 상황에서 경기 막판 한두 골 싸움이 되면 상대팀은 김시래에게 시작되는 패턴 플레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강력한 압박으로 김시래를 코너로 몰아서 중앙으로 볼이 투입되지 못하게 막거나 다른 선수들이 슛을 시도하도록 유도한다. 이럴 때 라렌이 중장거리슛이 있거나 다른 국내 선수들이 외곽슛을 마무리해 줄 수 있으면 경기가 수월해진다. 하지만 해법을 뻔히 알면서도 정작 슛이 들어가지 않으니 대책이 없다.

또 다른 외국인 선수인 버논 맥클린과 국내 선수들의 동반 부진이 아쉬울 수밖에 없다. 2017-18시즌 고양 오리온에서 23.3점을 올렸던 맥클린은 LG에서는 4.6점에 그치고 있다. 외국인 선수제가 1인 출전으로 바뀌고 LG에서는 라렌이 주전으로 나서면서 출전시간과 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을 감안하더라도 지나치게 무기력하다. 김동량-정희재 등이 현주엽 감독의 주문에 따라 시즌 초반보다는 좀더 적극적인 공격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기복이 심하다. 베테랑 조성민과 강병현은 나이를 속일 수 없는지 더 이상 전성기 때의 효율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김시래의 과부하... 잠재적 불안요소

LG에 있어서 또 다른 잠재적인 불안요소는 김시래의 과부하다. 아직 1라운드도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김시래가 체력적으로 눈에 띄게 지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실 올시즌 출전시간(평균 31분) 자체는 커리어 평균과 크게 차이 나지 않지만 올시즌에는 경기운영 외에도 공격과 수비 등에서 짊어진 부담이 너무 많아진 데다 상대팀이 LG를 만날 때마다 김시래를 집중 타깃으로 견제하다보니 체력소모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니 모비스전처럼 잘하다가도 경기 후반에 이미 체력이 방전되서 정작 중요한 순간에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하지만 LG는 김시래가 빠지면 아예 경기가 풀리지 않을 정도로 마땅한 대체 자원이 없는 상황이다.

LG가 현재로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구석은 수비밖에 없지만 정작 수비 또한 약점은 있다. 김종규가 빠지면서 공격도 공격이지만 수비에서 강한 토종빅맨이나 장신 포워드들을 보유한 팀을 만났을 때 박인태 정도를 제외하면 매치업으로 내세울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점도 고민거리가 됐다. 원주 DB전이나 모비스전에서 전반적으로는 선전하고도 정작 3.4쿼터에서 김종규나 함지훈을 제대로 막지 못해 무너진 장면이 대표적이다.

결국 현재의 선수 구성으로는 상대팀을 어느 정도 괴롭힐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계산해도 확실한 '승리 공식'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앞으로 부상자들의 복귀라는 변수라도 있는 다른 팀들에 비하여 LG는 선수구성상 별다른 전력보강요소조차 없다.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빨리 결단을 내려서 과감한 외국인 선수 교체나 트레이드를 통하여 득점력과 내외곽을 커버할 수 있는 스윙맨, 혹은 김시래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볼핸들러를 추가로 보강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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