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CJ ENM

 
매주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보통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유 퀴즈 온 더블럭>이 이번엔 서울 상암동을 찾았다. 과거 1990~2000년대 초반만 해도 지상파 3사 모두 여의도에 기반을 뒀었지만 방송의 규모가 커지면서 하나 둘씩 상암 DMC를 중심으로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2019년 기준으로 현재는 종편, 케이블 방송과 온갖 콘텐츠 회사들이 집결할 만큼 '방송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22일 방영된 <유퀴즈>는 제작진이 품고 있던 고민을 동종 업계 직장인들의 입을 통해 풀어보는 독특한 시간으로 꾸며졌다. 

<프로듀사> 김수현은 없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CJ ENM

 
이날 <유퀴즈>는 tvN 종사자 뿐만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는 MBC 제작진의 출연으로도 웃음을 자아냈다. 비가 내리는 상암에서 만난 <마이리틀텔레비전 V2> 조연출은 "내가 꿈꿨던 PD와 현실과의 괴리가 어느 정도냐"는 질문에 "연예인하고 친구가 될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골방에서 편집만 한다"는 솔직한 답을 내놓았다.  

"드라마 <프로듀사> 속 김수현 같은 PD는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던 그는 쉴 틈 없이 반복되는 편집과 자막 넣는 일이 방송국의 진짜 현실임을 이야기하면서도 "단순히 즐거움에 끝나지 않고 사회적 메시지도 담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밖에 tvN 드라마 담당 PD는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서 소통하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말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 방송은 화면 중간 중간 삽입된 개그맨, PD 등 다양한 사람들의 짧막한 인터뷰가 눈길을 모았다. '최근 대중들이 왜 TV를 찾지 않는지'는 어찌보면 <유퀴즈> 제작진뿐 아니라 현재 방송에 종사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일 것이다.  

상암동 방송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품고 있던 요즘 TV 예능 제작의 어려움은 예상 밖 인물과의 대화를 통해 좀 더 구체화됐다. 전화로 연결된 MBC 김태호 PD, 그리고 촬영 도중 'tvN의 왕'이란 별명을 얼떨결에 부여 받은 CJ ENM 나영석 PD의 이야기는 이날 <유퀴즈>가 전하려한 메시지의 핵심이나 다름 없었다. 

유명 예능 PD들에게도 고민은 있다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CJ ENM

 
갑작스런 전화 통화에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은 김태호 PD는 타 방송사 프로그램에서도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 유재석에 대해 "연탄같은 삶을 사는 분이다", 반면 조세호에 대해선 "유산슬 옆 짜사이 같은 존재"라는 말로 만만찮은 입담을 과시했다.

향후 TV 예능에 대한 예측을 해달라고 요청하자 "미래엔 유재석이 있는 프로, 없는 프로로 나눠진다"라며 "나에게 영향을 준 스타는 유재석"이라는 손발 오그라드는 멘트로 유재석을 민망하게 만들기도 했다. 

잠시 옆길로 샌 듯한 통화는 이내 제자리를 찾았고, 김태호 PD가 피력한 나름의 예능관은 귀를 솔깃하게 했다. 그는 "익숙한 것과 타협하는 일이 많다"는 솔직한 현실을 소개하면서 실험성보단 대중성을 중시하는 요즘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피력했다. 새로움을 표출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그의 작은 바람 또한 일선 방송 제작진들이 지닌 마음 속 고민과 같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tvN의 왕(?) 나영석과의 만남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지난 22일 방영된 tvN < 유퀴즈온더블록 >의 한 장면ⓒ CJ ENM

 
악천후로 인해 방송사 건물로 들어온 MC들은 편집실 순방을 진행하던 도중 나영석 PD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고의 예능 PD지만 주로 강호동과 호흡을 맞춘 반면, 유재석과는 조연출 시절을 제외하면 별다른 인연이 없던 터라 두 사람이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 입장에선 낯설지만 기대하게 되는 장면이었다. 

"< 1박2일 > 오래 했으니 여행 프로는 당분간 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새 프로를 준비했지만 "욕은 먹더라도 잘 하던 걸 하자"로 시작된 나PD의 tvN 예능은 <꽃보다 할배>처럼 익숙함에 조금 다른 것을 더해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프로그램은 무조건 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모든 것을 걸고 일하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난감해질 여러 입장과 사정이 있기에 현실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된다"는 나PD의 답변은 앞선 김PD와는 다소 다른 시각이었다. 반면 두 유명 연출자 모두 현재의 방송 예능 환경에 대해 많은 고민과 걱정을 하고 있다는 점은 같았다. 

그런 점에서 22일 방영분은 제법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동안 남이 말하는 내용을 영상으로 전달해주던 <유퀴즈> 제작진이 이번엔 동료들의 입을 빌려 시청자들에게 마음 속 이야기를 장시간 털어놓은 셈이다. 

화려해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은 생활을 하는 방송계 종사자들은 유튜브, OTT 등 신흥 미디어들과 경쟁을 펼치며 그 속에서 고민과 도전을 병행하고 있다. 단순히 "우리 힘들어요" 식의 내용만 담았다면 배부른 소리처럼 들렸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러한 우려를 현명하게 비켜나가면서 웃음과 진솔한 고백들을 적절하게 잘 담아냈다. 이렇게 진행된 < 유퀴즈 >의 상암동 탐방은 또 한번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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