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세미나-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세미나-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성하훈

 
"정부 개입이 필요할 정도로 '시장이 실패했다."
"한국영화 재생의 미래 100년을 향한 첫걸음은 'CJ, 롯데 등의 대기업의 영화산업 전 부문에서 걸친 독과점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한국영화 100년의 해에 영화계가 영화산업을 수직계열화 한 대기업에 맹공을 퍼부었다. 새로운 100년을 위해서는 대기업 독과점 제재가 시급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23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영춘 의원실과 '영화다양성확보와 독과점해소를위한 영화인대책위'(아래 반독과점 영대위)주최로 열린 '한국영화 100년 세미나-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은 대기업 수직계열화 문제 성토와 함께 정부의 대책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정지영 감독은 인사말을 통해 "대기업 독과점 문제는 이명박 정권에서 시작해 박근혜 정부로 이어졌다. 영화계가 탄압받는 과정에서 운동이 없다보니 영화인들이 많이 대기업에 종속됐다. 10년 동안 익숙해지다보니 문제제기를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독과점 영대위 이은 공동대표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이하며 오늘의 진단과 대안이 건강하고 지속발전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의원은 "지난 5년간 독립영화 제작편수와 관객수가 내리막이었다"며 "영화에 대해 잘 모르지만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 압력도 넣고 여론도 조성해 달라고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영주 의원도 참석해 "대기업 불공정행위는 17대 의회 때부터 관심을 기울이고 있던 사안"이라며 "영화산업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특히 토론과 발제자로 참여한 인사들은 "국회에 계류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영비법) 개정안을 더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문체부가 발표한 영화산업관련 계획에 대해서도 "대기업 규제 내용이 없다"며 박양우 장관의 의지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모습을 보였다. 박양우 장관은 CJ 사외이사 출신으로 임명 전 영화계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기업 제재를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CGV 이익 위해 CJ엔터테인먼트는 손해 감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대표 기업인 CJ CGV와 CJ ENM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대표 기업인 CJ CGV와 CJ ENMⓒ CJ

 
발제자로 나선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김병인 대표는 불공정경쟁(독과점), 외부효과, 공공재, 정보의 비대칭 등 정부개입이 필요한 '시장실패'의 4가지 유형을 제시하며 한국영화시장은 '불공정경쟁'과 '외부효과'가 동시에 발생한 복합적 시장실패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병인 대표는 또한 "한국의 상영산업은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3사가 전체 극장매출의 97%를 장악하는 고도의 과점상태로 특히 CGV 혼자 50%를 차지하는 불공정경쟁(독과점)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어 상영산업 절대강자 CGV와 한국영화 투자배급사인 계열사 CJ엔터테인먼트는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지원하는 외부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 사례로 2011년부터 2017년까지의 CJ엔터테인먼트의 영업이익률과 한국상업영화의 평균수익률을 비교했다. CJ엔터테인먼트는 2011년을 제외하고 언제나 산업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을 보여왔다는 것이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2011년을 제외하고는 2017년까지 평균 10% 안팎을 유지했다.
 
김 대표는 "동기간 동안 CJ엔터테인먼트의 누적영업손실은 –113억 원인데도 배급사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비결을 막강한 계열사 극장체인의 후광, 즉 '외부효과'를 등에 업고 1위 자리를 고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CJ엔터테인먼트가 정상적인 시장 주체였다면, 누적되는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극장상영업자에 대해 부금(극장에 대한 한국영화의 가격)의 인상을 요구했었어야 하는데도 이런 노력을 했다는 기록이 전혀 없다"며 "이는 이윤을 추구하는 정상적인 회사의 행태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극장인 CGV의 수익 극대화를 위해 별도의 법인인 CJ엔터테인먼트가 비상식적인 희생을 감내해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CJ엔터테인먼트가 속한 CJ ENM의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중대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CJ ENM의 주주 중엔 국민연금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병인 대표는 "이런 비상식적인 과정에서 극장이 담당해야 할 마케팅 비용이 배급사로 떠넘겨지고, 극장은 상영 전 광고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시키고 있다"면서 "3대 극장 체인이 전국 극장매출의 97%를 차지하고 있는 고도의 독과점 상황에서 극장체인의 계열 배급사인 CJ와 롯데는 한국영화 배급사 1, 2위를 다투며 한국영화배급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새로운 감독 부상없이 20년째 똑같은 감독들만 관심받아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세미나-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100년 세미나-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진단과 대안'ⓒ 성하훈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최용배 부회장은 구체적 수치를 제시하며 "한국영화는 2000년대 초반 전성기를 구가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권으로 바뀐 후 기존의 영화정책 기조가 실종되었고 대기업의 영향력 확대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영화인들에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문화체육부장관과 영화인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영화정책과 지원기능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이어 "그 사이 자본력을 지닌 대기업이 자연스레 산업의 주도권과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게 됐다"면서 이명박 정권의 대기업 친화정책을 독과점 심화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또한 "스타감독, 스타배우, 대규모예산에 의존하는 대작중심의 최근 한국영화기획방식은 대기업이 독점하는 산업환경의 산물"이라며, "신인감독, 약한캐스팅, 중규모예산의 기획은 환영받지 못하는 현실이 지속된다면 새로운 봉준호 감독의 출현은 비관적이다"라고 밝혔다.
 
근거로, 한국영화를 평가하고 진단하는 효과적인 기준이라며 임권택,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박찬욱, 김지운, 봉준호, 나홍진 감독 등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을 제시했다. 이들은 해외 영화인이나 관객에게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받아들여지는 인물들로, 나홍진 감독을 제외하면 1998년~2007년 사이에 국내외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대표작을 만든 영화인들이다.
 
최용배 부회장은 "그런데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은 여전히 국제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최근 10년을 보내면서 이들의 새 영화가 아닌, 새로운 감독의 새로운 영화가 해외로부터 특별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한국영화에 대해 보여주었던 외국영화인들의 존경심은 최근 10여년간 서서히 사라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여년 전부터 한국영화의 수출금액의 증가세가 둔화됐고. 절대 수출액으로 보아도 전성기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영화 지속을 위해서는 ▲대기업에 대한 적극적 규제 ▲영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 투자지원과 제작지원 ▲영비법 개정을 통한 배급과 상영 겸영금지, 스크린독과점금지, 예술영화전용관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체부 계획에 배급·상영 겸영 금지 내용 없어
 
 2018 한국영화 배급사별 점유율  영화진흥위원회 2018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나온 배급사별 점유율

▲ 2018 한국영화 배급사별 점유율영화진흥위원회 2018 한국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나온 배급사별 점유율ⓒ 영진위

 
토론자로 나온 안병호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위원장은 "한국영화의 대기업 수직계열화가 심화 되면서 지난해 4대 배급사 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80.8%로, 다수 상영관의 점유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한 영화들은 상영기회가 줄어들고 시장에서 기회가 상실되면서 제작 활성화도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화를 제작하면 다수의 스크린 점유를 기대하게 되고 결국 상영관 점유가 수월한 대기업의 이해에 따라 제작이 진행되고, 더 많은 비용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가능성에 주목하다 보니 순제작비가 증액되는 경향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10억 미만 저예산 영화의 제작도 늘고 있기는 하나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해 차기작 제작이 경직되면서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영화현장의 일자리 역시 빈익빈 부익부의 상황이 지속되면서 노동환경 개선에도 불구하고 스태프들의 고용불안정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화진흥위원회 2004년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 내용 중에는 '한국영화 산업이 블록버스터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는 불안정함을 반증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승자독식의 영화 유통 구조가 아닌 여러 영화가 고루 상영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도록 영화진흥위원회가 더 이상 '진흥'에 머무르지 말고 '지속'의 관점으로 정책을 입안해 달라고 요구했다.
 
배장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집행위원장도 앞서 언급된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들을 열거한 뒤, '영화계 상생선언', '한국영화동반성장이행협약', '한국영화동반 성장 이행협약 부속합의문', '영화 상영 분야 표준계약서' 등을 거치면서 공론화되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그 이유로 "구속성과 가벌성이 없기 때문이었다"고 비판했다.
 
배 부위원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9월 발표한 '한국영화산업발전계획'에는 반독과점영대위가 주장하는 배급·상영 겸업 금지에 대한 내용이 없고, 문체부에서 지난해 발표한 '사람이 있는 문화 문화비전 2030' 에 담긴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문제 적극 대처'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다"면서 "국회와 정부는 건강한 영화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법률 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영화(독립영화, 다큐멘터리, 주요 영화제, 정책 등등) 분야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각종 제보 환영합니다^^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