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생각의 에조는 한 단어로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아티스트다.

자유로운 생각의 에조는 한 단어로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아티스트다.ⓒ 포크라노스

 
정의되기를 거부하는 아티스트가 있다. 한국, 인도, 미국에서의 유년기를 거쳐 디제이, 래퍼, 모델로 활동하는 에조(EJO)의 세계가 그렇다. 정착보다 방랑을, 보이기보다 들여다보기를 선호하는 이 자유로운 뮤지션은 김오키, 까데호 등 여러 아티스트들과의 협업으로 천천히 이름을 알려왔다. 올해 4월 발표한 첫 정규 앨범 < Mind Web Wanderer >는 독특한 21세기 노마드 족의 자기소개서 같은 작품이었다.

에조는 힙합의 이름 아래 재즈, 일렉트로닉, 록, 앰비언트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갔고 자유로운 심상을 차분한 랩으로 풀어냈다. 하지만 그 결과물이 선뜻 와 닿진 않았다. 내면의 자아라 하기엔 그 표현이 단순했고 무의식의 영역이라 하기엔 상당히 정격적이었다. 해석하기보다 느끼는 것이 중요한 작품임을 참작하고서라도 그 '느낄 만한 요소'가 적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에조의 '마인드 웹'은 '월드 와이드 웹'과 달리, 열린 공간이 아니었다.

그렇게 덮어 뒀던 독특한 뮤지션의 세계를 다시 찾게 된 것은 지난달 발표된 < Mind Web Wanderer >의 리믹스 앨범 덕이었다. 단독의 솔로 앨범과 달리 이번 리믹스 과정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눈에 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여러 디제이들과 밴드 멤버, 래퍼들이 에조의 발걸음에 새로운 색을 더했다. 무채색의 스케치가 비로소 선명해진 모습이다.

'Her little toe'에선 비스메이저 컴퍼니 소속으로 <쇼미더머니 시즌 6> 준우승으로 대중에 널리 이름을 알린 넉살과 <고등래퍼 2> 준우승자 로한(Rohann)이 랩을 보탰다.

디제이 소울스케이프, 진무, 플라스틱 키드 등으로 구성된 음악 크루 360 사운즈(360 Sounds) 소속 말립(Maalib)이 참여한 'Salt, light & pepper'도 흥미롭다.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소금, 빛, 후추'를 찾으라는 간소한 원곡을 리듬감 있게 바꿨다. 프로듀서 딥프라이의 'Parking lot romance'와 3인조 밴드 까데호의 베이시스트 김재호가 새로 만진 'Revolution will not be televised' 역시 훨씬 잘 들린다.
 
 한국, 미국, 인도를 오가며 무국적, 무경계의 정체성을 펼치는 아티스트 에조(EJO)는 지난 9월 발표한 정규 앨범 <Mind Web Wanderer>의 리믹스 앨범을 발표했다.

한국, 미국, 인도를 오가며 무국적, 무경계의 정체성을 펼치는 아티스트 에조(EJO)는 지난 9월 발표한 정규 앨범 의 리믹스 앨범을 발표했다.ⓒ SWYP

 
변화는 < Mind Web Wanderer >의 앨범 커버로도 확인된다. 어둑한 도심 속 급히 달리는 자동차 위에서 네온사인과 함께 흔들리던 에조는 이번 리믹스 앨범 커버에서 선명한 고층 빌딩 위 영적인 자세로 방랑을 만끽하고 있다. 내면에서 머물던 노래가 타인에 의해 보다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게 됐다는 안도이자 기쁨이다.

'디지털 노마드'의 개념을 처음 언급한 프랑스 경제학자 자크 아탈리는 '시간적, 공간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디지털 시스템 하에서 정착을 거부하고 유목하는 이들'이라는 설명으로 21세기의 신인류를 설명했다.

경계 없이 생각을 확장하는 에조는 분명 이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 Mind Web Wanderer >는 홀로보다 같이 있을 때 더 빛나는 작품이다. 디지털 세상이 모든 것처럼 보일지라도 가상은 결코 현실이 될 수 없다. 그가 음악을 만드는 곳은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서있는 이 도시이며,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재능있는 방랑자의 디지털 아이디어를 감상하며 주위를 돌아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https://brunch.co.kr/@zenerkrepresent/409)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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