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포스터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포스터ⓒ 에이원 엔터테인먼트

 
일본 애니메이션 중 몇몇 작품들은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시골을 배경으로 가족의 사랑과 친구들 사이의 우정, 처음이라 수줍고 설렜던 풋사랑을 담아낸 이 작품들은 보고 있는 것만으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는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이 <아리테 공주> 이후일본을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다카기 노부코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삼아 만든 애니메이션이다. 
 
조그마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소녀 신코는 할아버지가 들려준 천 년 전 동네에 대한 이야기로 상상 속의 친구들 그리고 장소와 어울린다. 신코는 천 년 전 이곳에 살았다는 공주를 상상하며 교감을 나눈다. 밝고 명량한 신코는 반에 새로 전학 온 키이코를 만나게 된다. 도시에서 전학 온 키이코는 소극적이고 낯을 가린다. 첫날부터 화장과 향수 때문에 자신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들에게 키이코는 두려움을 느낀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키이코에게 신코는 친구가 되어주고자 한다. 학교부터 집까지 키이코를 따라다니며 마음을 여는데 성공한 신코는 함께 숲속을 거닐고 들판 위를 질주하며 우정을 키워나간다. 신코는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를 키이코에게 해주고 키이코 역시 보이지 않는 천 년 전 공주와 인물들을 상상하며 외로움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점점 동네 아이들과 가까워진다.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스틸컷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스틸컷ⓒ 에이원 엔터테인먼트

 
신코와 키이코, 동급생 시게루와 다쓰요시, 여기에 신코의 동생 나카코는 함께 동굴을 탐방하기도 하고 작은 댐을 만들어 금붕어를 키우며 하루하루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들을 만들어 나간다. 그러던 중 키이코의 실수로 금붕어가 죽으면서 친구들은 슬픔에 빠진다. 신코는 친구들은 물론 죄책감에 시달리는 키이코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다시 금붕어를 찾을 모험을 계획한다. 하지만 모험을 앞둔 전날 다쓰요시의 집에 일이 생기면서 계획 실행이 위기에 놓인다.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는 '추억'과 '성장'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통해 마음 깊이 자리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는 단순히 신코와 친구들이 시골에서 추억을 만들어가기 때문이 아니다. 신코는 상상력을 통해 긍정과 행복으로 가득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고 이 세계로 친구들을 초대한다. 신코의 긍정적인 영향으로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가는 친구들의 모습은 함께 있는 것만으로 그저 즐겁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을 하며 웃음꽃을 피웠던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런 추억은 의미에서도 비롯된다. 작품은 신코와 천 년 전 공주의 이야기를 함께 전개하지만 그 사이의 연결점은 미약하다. 굳이 천 년 전 이야기가 있어야 되나 의문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의미의 연결은 성인 관객들의 마음에서 비롯된 욕심이라 볼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과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나 보상이 없는 일에 대해서는 폄하하는 경향이 있다. 신코와 키이코에게 상상과 일상의 연관성은 중요하지 않다.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스틸컷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 스틸컷ⓒ 에이원 엔터테인먼트

  
그저 잠시 상상에 빠지는 순간만으로 용기를 얻고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다. 어쩌면 천 년 전 마을의 모습은 그들이 써 내려갈 이 추억 역시 또 다른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추억은 신코와 키이코를 비롯한 친구들의 성장으로 이어진다. 신코는 남을 위한 배려심을 지닌 소녀가 되어가며 키이코는 용기를 지니게 된다. 감정표현 없이 묵묵했던 소년 다쓰요시는 슬픔을 이기고 긍정적으로 웃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이런 성장은 추억을 방울방울 떠올리게 만들면서 관객에게도 어린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두 소녀의 성장을 담아낸 이 영화는 보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개운해지는 '힐링'의 힘을 지니고 있다. 사소한 갈등에도 마음을 졸이고 약속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 노력했던 그때 그 시절을 수채화풍의 맑은 화폭과도 같은 스크린에 담아내며 휴식과도 같은 시간을 선사한다.
 
<마이 마이 신코 이야기>는 여성 서사와 성장, 내면의 환상과 상상을 보여주면서 배경의 디테일함을 추구하는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잠시 옛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아련한 감동의 순간을 보여준다. 제21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을 통해 다시 한 번 국내 관객들과 만난 이 작품은 바쁜 일상 속 행복했던 유년시절을 떠올리게 만드는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 씨네리와인드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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