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컷

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백설 공주는 월트 디즈니 픽처스의 1호 공주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란 시그니처 명대사를 가지고 있는 질투의 화신이 떠오른다. 더불어 아이작 뉴턴, 앨런 튜링, 스티브 잡스 등 사과 심벌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화 캐릭터이기도 하다. 백설공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화 <스노우 화이트>는 본능에 충실 맑고 투명한 21세기 공주를 이야기한다. 

사실 백설 공주는 구전 설화기 때문에 굉장히 외설적이고 잔인하다. 이후 그림 형제의 원작 동화가 아이들의 교육용으로 각색되었고, 1937년 디즈니와 만나 지금의 백설 공주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오직 키스를 해줄 왕자님을 기다리는 공주는 이제 안녕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가진 백설 공주가 나타났다. 원하는 왕자 스타일을 직접 찾아 나서는 능동적인 공주다. 일곱 난쟁이 대신 일곱 남자를 거느리며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남자와 하는 성(性) 본능이 깨어난다.

아버지의 유산인 호텔에서 일하며 계모 모드(이자벨 위페르)와 사는 클레어(루 드 라쥬)는 부쩍 계모 남자친구의 추파가 신경 쓰인다. 그런 모습을 본 모드는 단박에 클레어를 없애고자 한다. 하지만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한 클레어는 새로운 곳에서 새 방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스스로 삶을 즐기고 그곳에 완벽 적응해 어느 때보다 행복한 삶을 꾸리는 중이다. 한편, 클레어가 살아있음을 알고 모드는 직접 행동에 나선다.
 
 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컷

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알프스 접경의 프랑스 시골마을은 동화 속에서나 볼법한 풍경을 자랑한다. 중세에서 시간이 멈춘 듯해 휴가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절실해진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한적하고 별 볼 일 없던 마을에 절세 미녀 클레어가 나타난다. 클레어를 숲속에서 발견한 피에르(다미엔 보나드)는 클레어의 첫 번째 남자가 된다. 그 후로 수의사 샘, 동네 서점 주인 할아버지, 소심한 숙맥 클레망, 쌍둥이 한쪽 프랑수아, 오토바이 타는 신부님, 음악과 결혼 한 초식남 뱅상 등 클레어는 일곱 남자와 정신, 육체적으로 통한다.

클레어는 점점 잊고 있던 정체성과 숨은 욕망을 확립한다. 죽은 시체처럼 하얗게 질려 목적 없이 살던 클레어는 시골에서 활기를 띤다. 뺨은 붉어지고, 피부는 빛나며, 자신감은 커진다. 자기도 몰랐던 강한 욕구가 발현된다. 어릴 적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포기한 바이올린도 다시 배우고, 죄책감을 고해성사하며 괜찮다고 다독인다. 점점 탐욕스러워지고 히스테릭해지는 클레어는 가시 돋친 장미의 치명적인 유혹과도 닮았다.
 
 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컷

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컷ⓒ (주)팝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선 관계의 주도권이 여성에게 있고 남성은 선택받기 위한 대상이 된다. 도발적이고 본능에 충실한 여성 서사가 압권이다. 아무에게도 속하지 않는 자유로운 주체성을 강조한다. 이는 <코코 샤넬>, <투 마더스>, <마담 보바리>, <야뉴스 데이>로 여성의 내면을 주목한 감독 안느 퐁텐이 있어 가능했다. <아뉴스 데이>에 이어 안느 퐁텐 감독과 또 다시 작업한 '루 드 라쥬'는 현대적인 백설 공주를 잘 소화했다. 프랑스의 국민배우이자 질투심 많고 표독한 계모로 변신한 '이자벨 위페르'의 존재감도 상당히 매력적인 영화다.

공주였다가 수많은 남자의 여왕이 된 21세기 백설공주는 거침없고 진취적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당장 행동하는 그에게 위선 따위는 없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산골짜기는 클레어의 피를 끓게 한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고 본능과 욕망에 충실한 클레어를 보며 대리만족을 느낄지도 모른다.

우리는 종종 매우 가까운 사이임에도 진짜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거짓말하는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는다. 특히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오프라인 공간은 더욱 심하다. 오히려 숨기지 않고 그대로 표현하는 클레어의 욕망이 이해되는 부분이다. 우리가 새로운 백설 공주 캐릭터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개봉은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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