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땅> 공연 사진

<잊혀진 땅> 공연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1986년 4월 26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해가 발생했다. 1945년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작폭탄 투하 당시 때보다 100배가 넘는 방사능이 방출됐다. 방사능 구름이 부풀어 올랐고, 방사능 물질이 함유된 비는 벨라루스,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 피해를 입혔다. 중금속과 방사능 물질은 여전히 그 지역에 남아있다. 수 백 년 동안 그 곳에 있을 것이다. 아니, 우리의 기억이 지속되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 남아있을 것이다. 체르노빌은 브뤼섹에서 비행기만 타면 3시간에 도착한다. 2000킬로미터...(연출 노트 中)
 

18일 오후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잊혀진 땅'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에 이어, 연출가 미쉘 드로프의 공동 인터뷰가 진행됐다. 미쉘 드로프는 생물과 무생물을 주제로 한 작업에 열중하고 있으며, 인형 작업을 통해 배우와 인형의 상호 작용으로 '관계'에 대한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또 어린이와 청년들을 위해 연극 분야에서 다양한 예술적 모험에 기여하며,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잊혀진 땅>은 2018년 벨기에 언론사 최우수 공연상을 받은 작품으로, '제19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 '시대를 조명하다'라는 주제로 올라왔다. 이 작품은 '자연방사능보호구역'이라는 이상한 이름이 붙여진 구역에서 시작된다.

숲이 우거져 있지만, '유령도시'에서 자란 채소밖에 먹을 수 없고, 태어난 아기도 병을 가지고 있는, 주민의 건강이 위태로운 곳이다. 이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이후, 보이지 않고, 느껴지지 않지만, 모두가 노출돼 있는 '우리의 모습'이 담긴 것이다.
 
- 한국에서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는 소감은 어떤가.
"2년 전에도 한국에 왔는데 다시 찾게 돼 기분이 좋다. 10년 전에 부산에서 공연하기도 하고, 국립극장에서도 '군인이야기'라는 한국-벨기에 합작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잊혀진 땅> 공연 사진

<잊혀진 땅> 공연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다루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아내와 책을 읽으면서 체르노빌 원전사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체르노빌 아이를 한 달 동안 유럽에 보내는, 홈스테이 프로그램이 진행됐는데, 우리 집에도 한 아이가 방문했다. 아이와 한 달 동안 함께 지내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와 나눈 대화 뿐 아니라, TV프로그램 등을 통해 접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게 됐다."
 
- 극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꽃의 상징적인 의미가 궁금하다.
"상징적인 의미를 넣고자 했다. 극 중간에 집 안을 꾸미는 꽃으로, 행복을 나타내지만, 마지막 장면은 다르다. 장례식 무덤에 꽃을 뿌린다는 의미로 죽음을 나타낸다."
 
- 무대를 둘러싼 새카만 바닥은 무엇을 나타내는가. 
"더러움. 종말. 타고 남은 재. 그런 것을 의미한다. 도시 상황을 그렸다고 볼 수 있다."
 
- 배우가 아닌 인형으로 감정을 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인형극임에도 배우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유가 있을까. 
"체르노빌에 세 번 방문했다. 기분이 이상하더라. 자연은 좋아 보이는데, 유령이 사는 곳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방사능을 느낄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인형을 무대에 올리게 됐다.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표현하고, 과거의 유령을 드러내 보이면서 우리가 사는 세계와 평행으로 보이게 그리고 싶었다. 배우가 숨지 않고 드러나면서, 인형과 함께 무대를 채운다. 배우와 인형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형은 배우가 할 수 없는 말들을 할 수 있다. 사람이 했다면 의미가 부여될 수 있는 말을 하고, 상스러운 표현도 한다. 두 개의 스토리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혁명적, 정치적인 표현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 공연 중 흘러나오는 음성은 원작에도 있는 건가.
"원작에도 있다. 한국 친구의 도움을 받아 번역해 올리게 됐다. 자막을 보면 공연에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아 번역의 과정을 거쳤다." 
 
 <잊혀진 땅> 공연 장면

<잊혀진 땅> 공연 장면ⓒ 예술경영지원센터


- 극 말미에 등장하는 거인은 어떤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가.
"거인에 대해 관객들이 매번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많은 의미가 있다.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게 가능성을 열어두고 싶다. 의사? 방사능 물질? 죽은 사람들? 경찰?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더라."

- 한국 관객들이 작품을 어떻게 봐줬으면 좋겠는가.
"각 나라마다 상황이나 다르니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와서 보고 느껴줬으면 좋겠다."
 
'잊혀진 땅'은 1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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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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