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메이저리그 팬들의 상당수는 LA다저스를 응원하는 팬들과 일치한다. '코리안특급' 박찬호가 전성기 구간을 포함해 두 번에 걸쳐 9년 동안 활약했고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 역시 빅리그 진출 이후 올해까지 7년째 다저스에서만 활약했기 때문이다. 기간은 짧았지만 최희섭(2004~2005년)과 서재응(2006년) 역시 다저스에서 활약했던 경력이 있어 다저스는 한국 야구팬들에게 남다른 의미를 가진 팀이 됐다.

따라서 한국의 메이저리그 열기는 한국 선수와 다저스의 성적에 크게 좌우된다. 올해는 류현진이 1453패 평균자책점 2.32로 빅리그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냈고 가을야구에서도 승리를 챙겼지만 다저스는 내셔널리그 디비전 시리즈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에게 1승 3패로 패하며 탈락했다. 더 이상 류현진의 등판을 볼 수 없게 된 한국 팬들의 관심이 급격히 줄어든 것은 사실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식은 관심과는 별개로 현지에서는 여전히 야구 열기가 매우 뜨겁다. 길었던 가을야구 일정을 거의 마치고 메이저리그 최강팀을 가리는 월드시리즈 일정만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양대리그에서 가장 막강한 선발진을 보유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워싱턴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해 메이저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가리기 위한 양 팀의 경쟁에 야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벌랜더-콜-그레인키, 정규리그 59승 합작한 휴스턴의 최강 트로이카

정규리그 100승을 거둔 팀이 4팀이나 나온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따낸 팀은 107승의 휴스턴이었다. 휴스턴은 아메리칸리그 다승 1,2위, 평균자책점 1,2위, 탈삼진 1,2위를 휩쓴 리그 최강의 원투펀치 저스틴 벌랜더와 게릿 콜을 보유한 팀이다. 여기에 지난 트레이드 마감시한에 2009년 사이영상 수상자 잭 그레인키를 영입했다(그레인키는 휴스턴 이적 후 10경기에서 8승을 추가해 시즌 18승을 기록했다).

워낙 압도적인 선발 트로이카에 가려 있지만 사실 휴스턴은 불펜의 높이도 그리 낮은 팀이 아니다. 만 24세의 젊은 마무리 로베르토 오수나는 빅리그 5년 경력에 이미 154세이브를 올렸고 윌 해리스, 라이언 프레슬리, 조 스미스 등으로 구성된 셋업맨들도 타 팀과 비교해 전혀 약하지 않다. 경기 후반 불펜싸움으로 넘어간다 해도 휴스턴은 워싱턴을 상대로 충분히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정규 시즌 107번의 승리를 만들어 낸 타선의 짜임새 역시 매우 훌륭하다. 조지 스프링어는 정규리그 40경기에 결장했음에도 39홈런 96타점을 기록했고 유망주의 껍질을 벗고 이제 어엿한 휴스턴의 간판타자가 된 3루수 알렉스 브레그먼은 올해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볼넷(119개)을 얻어냈다. 만 22세의 나이에 87경기만 뛰고도 27홈런을 터트린 요르단 알바레스의 장타력 역시 A.J. 힌치 감독이 크게 기대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지난 2017년 포스트시즌 일정을 모두 버텨내고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야말로 휴스턴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다. 워싱턴이 전신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을 포함해 창단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반면에 휴스턴은 일부 선수를 제외하면 이미 2년 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다. 작은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월드시리즈에서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날 수도 있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 휴스턴의 최대 불안요소는 상대적으로 약한 4선발과 올해 가을야구에서 기복을 보이고 있는 3선발 그레인키다. 휴스턴은 템파베이 레이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1,2차전을 가볍게 따낸리 후 3,4차전을 내리 내주며 위기에 빠진 적이 있다. 따라서 월드시리즈에서도 그레인키와 브래드 피콕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하면 휴스턴은 선발진이 뛰어난 워싱턴에게 또 한 번 크게 고전할 수도 있다.

슈어저부터 산체스까지, '균형'은 워싱턴도 뒤지지 않는다

워싱턴의 간판타자 브라이스 하퍼(필라델피아 필리스)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워싱턴의 10년 3억 달러 계약을 거절했다. 당시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와 맥스 슈어저, 하퍼, 라이언 짐머맨 등으로 대표되던 워싱턴의 첫 황금기가 저물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워싱턴은 올해 정규리그에서 93승을 따내며 와일드카드로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밀워키 브루어스, 다저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차례로 꺾고 월드시리즈에 진출했다.

간판타자 하퍼가 떠난 워싱턴을 지탱한 힘은 여전히 건재한 선발진이었다. 스트라스버그는 18승을 따내며 내셔널리그 다승왕에 등극했고 부상으로 172.1이닝 소화에 그친 슈어저도 9이닝당 12.7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을 만큼 구위에는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14승의 패트릭 코빈과 11승의 아니발 산체스 역시 신시내티 레즈로 이적한 태너 로아크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았다.

타선에서 하퍼의 빈자리를 메운 일등공신은 수준급 3루수에서 단숨에 MVP 레벨로 성장한 앤서니 랜던이었다. 랜던은 정규리그 146경기에 출전해 타율 .319 34홈런 126타점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타점 1위에 올랐다. 워싱턴의 4번타자 후반 소토는 빅리그 데뷔 2년 차 시즌에 34홈런 108타점으로 훌륭한 시즌을 보냈다. 무엇보다 여전히 만으로 21번째 생일이 지나지 않은 약관의 어린 선수라는 점이 야구팬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워싱턴은 휴스턴에 비해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 워싱턴이 휴스턴보다 앞설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4선발 산체스다. 디비전시리즈에서 류현진과 맞대결을 벌였던 산체스는 세인트루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등판해 7.2이닝 1피안타 무실점 호투로 시리즈의 분위기를 워싱턴 쪽으로 가져 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신체스의 풍부한 경험은 워싱턴의 큰 무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강한 선발진에 비해 불안한 불펜은 워싱턴의 최대 불안요소로 꼽힌다. 워싱턴은 다저스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불펜의 약점을 메우기 위해 슈어저, 스트라스버그, 코빈 등 선발 트로이카를 불펜으로 활용한 바 있다. 이미 긴 가을야구 일정을 치르느라 지친 워싱턴이 월드시리즈에서도 같은 작전을 써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만약 워싱턴의 '선발투수 불펜 당겨쓰기'가 한 번이라도 어긋난다면 올해 월드시리즈는 의외로 조기에 끝날 수도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