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터면 휴스턴 애스트로스에게는 14년 전의 악몽이 다시 떠오를 뻔했다. 그러나 2년 전, 창단 첫 월드 챔피언을 경험했던 애스트로스에게 더 이상 그런 트라우마는 없었다.

애스트로스는 20일(한국 시각)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열렸던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ALCS) 6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시리즈 전적 4승 2패를 기록하면서 애스트로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통산 3번째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게 됐다.

이번 ALCS 일정은 한 차례 변수가 있었다. 원래 4차전 예정일이었던 17일 뉴욕에 비가 내리면서 4차전과 5차전이 하루씩 늦춰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5차전과 6차전 사이에 이동일이 있지만, 비로 인해 이동일이 사라져 두 팀 모두 밤샘 이동으로 컨디션도 최상이 아니었던 상태였다.

두 팀 모두 불펜 이어던지기, 도합 14명 투수 등판

애스트로스와 양키스 두 팀 모두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선발투수 3명까진 있었다. 3명의 선발투수들이 7전 4선승제에서 2번씩 등판하여 6경기를 책임질 수 있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나머지 1경기를 마땅히 맡길 만한 선발투수가 없었다. 보통 4차전이 그러한데 이번 시리즈는 비로 인하여 6차전이 불펜 데이가 됐다.

일단 애스트로스는 브래드 피콕이, 양키스는 채드 그린이 오프너로 등판하여 경기를 시작했다. 그러나 최소 2이닝은 던져줘야 하는 오프너들이 모두 경기 초반에 실점하면서 경기는 길게 이어지게 됐다.

포문은 애스트로스가 먼저 열었다. 2번타자 호세 알튜베가 2루타로 출루한 뒤 알렉스 브레그먼의 볼넷으로 2사 1, 2루 기회가 찾아왔다. 알튜베의 빠른 발을 활용하여 율리 구리엘 타석에서 히트 앤드 런 작전이 떨어졌지만 구리엘의 타구는 작전이 필요 없는 스리런 홈런이 되었다(3-0).

양키스 입장에서는 지면 바로 짐 싸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던 만큼 바로 반격에 나섰다. 디디 그레고리우스가 2루타로 출루했고, 바로 게리 산체스의 적시타가 나와서 한 점을 따라 붙었다(3-1).

양키스는 4회초 지오바니 어셀라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더 따라 붙었다(3-2). 그러나 두 팀 모두 불펜에 있던 자원들을 쏟아 부으면서 총력전을 펼쳤다. 애스트로스는 6회말 알튜베의 볼넷, 마이클 브랜틀리의 안타 그리고 브레그먼 타석에서 야수 선택이 나오면서 알튜베의 득점으로 한 점을 더 보탰다(4-2).

바로 전날 경기에서는 애스트로스가 2명(저스틴 벌랜더, 피콕), 양키스가 4명(제임스 팩스턴, 토미 케인리, 잭 브리튼, 아롤디스 채프먼) 도합 6명만 등판했기 때문에 경기가 2시간 59분 만에 끝났다. 그러나 이 날은 각 팀에서 7명씩 도합 14명의 투수가 등판하느라 투수 교체 시간으로 인해 경기가 4시간 9분이나 걸렸다.

르메이휴 동점 홈런, 14년 전 푸홀스의 한 방 재현
 
 휴스턴 애스트로스 호세 알투베

휴스턴 애스트로스 호세 알투베 ⓒ AP/연합뉴스

 
양키스는 8회말에 등판했던 왼손 구원투수 브리튼이 만루 위기를 실점 없이 벗어났다. 장타가 될 수 있었던 타구를 양키스의 우익수 디제이 르메이휴가 손까지 쓰면서 빠른 송구 동작으로 이어진 덕분에 추가 진루를 저지할 수 있었다. 애스트로스 입장에서는 더 도망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고, 2점 차 살얼음 리드 상황에서 로베르토 오수나가 등판했다.

그러나 9회초 선두타자 어셀라가 안타로 출루하면서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오수나는 다음 타자인 브렛 가드너를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그 다음 타자인 르메이휴와의 대결에서 9구까지 승부를 내지 못했다.

그리고 르메이휴는 오수나의 10구째 공을 받아쳤다. 애스트로스의 우익수 조지 스프링어가 필사적으로 따라가 점프까지 시도했으나 타구가 관중석에 꽂히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9회초 1사에서 터진 동점 홈런으로 승부는 그 끝을 알 수 없게 됐다(4-4).

사실 애스트로스는 14년 전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있던 시절인 2005년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이하 NLCS)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당시 내셔널리그 와일드 카드 자격으로 NLCS까지 진출했던 애스트로스는 중부지구 챔피언이었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 있었고, 5차전 미닛 메이드 파크에서 창단 첫 리그 챔피언등극을 앞두고 있었다.

9회초 애스트로스는 시리즈를 끝내기 위해 당시 마무리투수였던 브래드 릿지가 마운드에 올랐다. 2사 주자 1, 2루 상황에서 타석에는 현 시점에서 600홈런과 3000안타를 달성한 알버트 푸홀스(현 LA 에인절스)가 들어섰고, 애스트로스 더그아웃은 파티를 준비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여기서 릿지의 결정구였던 슬라이더의 각이 밋밋하게 들어갔고, 푸홀스는 이 밋밋한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큼지막한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려 버렸다. 충격적인 홈런을 맞았던 릿지는 이후 월드 시리즈에서 정규 시즌 홈런이 하나도 없었던 스캇 포세드닉에게 홈런을 허용하는 등 2패를 떠안으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릿지는 2008년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정규 시즌 세이브 성공률 100%에 월드 챔피언 반지까지 획득하면서 재기하는 듯 했다. 그러나 2009년 이후 부상 등이 겹치면서 큰 기복을 겪다가 2012년 은퇴를 선언헀다. 반면 푸홀스는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며 통산 3202안타 656홈런을 달성했고, 에인절스와의 계약이 2021년까지 남아있다(은퇴 후 10년 동안 홍보대사까지 예약).

애스트로스의 입장에서는 14년 전 릿지가 푸홀스에게 당했던 그 악몽이 다시 떠오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양키스의 입장에서는 새로운 양키 스타디움이 개장한 이후 한 번도 오르지 못한 월드 시리즈를 바라보며 최종 승부를 7차전까지 미루려는 의지가 보이는 홈런이었다.

3년 전 악몽 재현된 채프먼, 끝내기 알튜베는 MVP

분위기를 가져온 양키스였지만, 9회초에 추가 득점으로 역전까지 이뤄내진 못했다. 그리고 9회말 양키스는 마무리투수였던 쿠바 출신 왼손 파이어볼러 채프먼이 등판했다. 시속 163km까지 나오는 강력한 빠른 공을 갖고 있는 채프먼이었기에 일단 승부는 연장으로 넘어가는 듯이 보였다.

일단 선두 타자 마틴 말도나도와 조쉬 레딕이 삼진과 내야 뜬공으로 연속 아웃되면서 승부는 일단 연장으로 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앞선 이닝에서 르메이휴의 타구를 잡지 못했던 스프링어가 필사적으로 볼넷을 얻어내며 시리즈를 끝내고자 하는 희망을 이어갔다.

그리고 타석에는 이날 경기에서 2번의 출루로 2번 모두 득점했던 알튜베가 들어섰다. 알튜베는 2볼 1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채프먼의 4구 째 높게 형성된 빠른 공을 잡아당겼다. 미닛 메이드 파크 좌측 외야 장벽의 노란 선 윗쪽에 타구가 맞으며 이 타구는 시리즈를 끝내는 워크 오프 홈런이 됐다(6-4).

사실 채프먼도 일리미네이션 게임에서의 악몽이 한 차례 있었다. 2016년 트레이드 마감 시한 때 잠시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되었던 채프먼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 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동점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장 10회에 바로 재역전이 나오며 구원승을 했으니 다행이긴 했다. 그러나 당시 컵스는 1908년(대한제국 순종 2년) 이후 108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었으니 하마터면 채프먼이 염소의 저주를 연장시키는 역적이 될 뻔했다. 그리고 이날 ALCS 6차전에서 채프먼은 끝내 홈런 때문에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양키스의 애런 분 감독은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ALCS 7차전에서 연장 11회 너클볼 투수 팀 웨이크필드(은퇴)에게 끝내기 홈런을 기록했던 주인공이었다(당시 월드 챔피언은 플로리다 말린스). 그러나 16년 뒤 이번에는 알튜베에게 홈런을 맞으며 반대로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시리즈를 끝낼 수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투수가 홈런을 허용한 악몽은 반복되었지만, 애스트로스는 시리즈를 끝낸 알튜베의 활약으로 역전패까지 당하진 않았다. 트라우마를 지워낸 활약 덕분에 알튜베는 ALCS MVP에 선정됐다.

좋은 기억 만들어낸 두 리그 챔피언, WS에서 격돌

이제 내셔널리그 챔피언인 워싱턴 내셔널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인 애스트로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격돌한다. 와일드 카드로 올라온 내셔널스에게는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지지 않으며, 승률에서도 앞선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우승 팀 애스트로스에게 홈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

이에 시리즈를 4차전에서 끝내고 휴식을 위하고 있던 내셔널스 팀은 곧 휴스턴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애스트로스는 월드 시리즈 1차전이 열리는 23일이 되기 전까지 이틀의 휴식 시간이 생겼다. 그래도 7차전까지 가지 않은 덕분에 애스트로스 투수들도 어깨를 충분히 쉬어줄 수 있는 시간이다.

애스트로스는 내셔널리그 챔피언 자격으로 1번(2005),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격으로는 2번(2017, 2019)을 포함하여 팀 역사상 3번째로 월드 시리즈에 나선다. 반면 내셔널스는 전신인 몬트리올 엑스포스 시절을 포함하여 사상 첫 월드 시리즈 출전이다.

두 팀의 대결은 특히 각 리그에서 강력한 선발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은다. 애스트로스는 사이 영 상 수상 이력의 투수가 2명(2009 잭 그레인키, 2011 벌랜더)이나 있으며 젊은 투수 게릿 콜까지 원투쓰리 펀치가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강력했다. 다만 원투쓰리 펀치가 모두 오른손 투수라는 점에서는 균형이 살짝 부족하다.

내셔널스 역시 선발진 맞대결은 밀리지 않는다. 사이 영 상 3회 수상의 맥스 슈어저가 1차전 출격을 준비하고 있으며 1988년생의 다승왕 스티븐 스트라스버그가 2차전 출격을 준비한다. 특히 스트라스버그는 포스트 시즌 자신이 등판한 경기에서 패한 적이 한 번도 없는 가을불패의 투수다. 왼손 투수 패트릭 코빈과 노 히터 게임 이력의 어니발 산체스까지 4명의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아직 두 팀의 선발 등판 순서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내셔널스는 NLCS에서의 순서를 감안하면 슈어저-스트라스버그-코빈-산체스 순서가 될 것이 유력하며, 슈어저는 만일의 경우 7차전 구원 등판도 준비할 수 있다. 애스트로스는 현재 순서를 감안하면 콜-그레인키-벌랜더의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으며, 4차전은 ALCS 6차전처럼 불펜 데이가 될 수도 있다.

정규 시즌에 애스트로스는 선발투수 탈삼진 부문에서 1위, 내셔널스가 2위였다. 2001년 월드 시리즈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랜디 존슨, 커트 실링 등)와 양키스(마이크 무시나, 앤디 페티트, 로저 클레멘스 등)가 맞붙은 이래 18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서 선발투수 파워 대결이 이뤄지는 것이다.

두 팀의 타선도 짜임새가 좋은 편이지만, 선발투수들의 파워가 강한 만큼 이번 월드 시리즈에서는 화려한 탈삼진 쇼가 벌어질 전망이다. 콜이 정규 시즌 326탈삼진, 벌랜더가 300탈삼진, 스트라스버그가 251탈삼진 그리고 슈어저가 243탈삼진을 기록했다. 이 선발투수들이 맞붙는 월드 시리즈에서 화려한 퍼포먼스를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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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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