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커> 포스터

영화 <조커>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영화 <그녀>를 가끔 떠올린다.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 캐릭터 때문이다. 게서 호아킨 피닉스(테오도르 역)는 사만다의 첫사랑이다. 그는 사만다의 딥러닝과 연계된 이별의 파동을 타인들에게 들키지 않고 앓는 정중동의 연기를 펼친다. 그 인간적 이미지는 영화 <조커>에서 완전히 망가진다. 미친 듯 웃어 제치는 정신 질환자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은 자살골도 아랑곳없이 내지르는 악당이다.
 
<조커>는 첫 장면부터 연출 의도를 드러낸다. 쓰레기 천지가 되어 쥐들이 들끓는 고담시의 암울한 상황 보도로 화면을 연다. 사회적 불안과 불화가 암암리에 퍼져 있음을 암시하는 거다. 그곳에서 광대 노동자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꾼다. 사람들에게 웃는 동안의 행복이라도 선물하고픈 열망이다. 엄마 페니 플렉(프란시스 콘로이 분)이 그를 "해피"라 부르는 역설을 이루고픈 거다.
 
'조커'는 1940년 발간된 DC코믹스의 만화 <배트맨> 1호에 처음 등장한다. 토드 감독은 그 조커 이미지를 스토리텔링 요소로 윤색해 아서 플렉의 조커를 완성한다. 춤추는 조커의 가슴 섬뜩해지는 유장미 창조다. 그 과정에서 조커 이미지의 밑그림이었을 유사 이미지가 동원되어 어우러진다. 관객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코미디언과 플레잉 카드(일명 트럼프)의 조커가 그것이다.
 
먼저 코미디언은 이탈리아 가면 희극(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익살꾼 피에로(어릿광대)가 모태다. 사회 풍자로 웃음을 제공하는 게 기본 정신이다. 영화에서는 토크쇼 진행자로 명성을 떨치는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 분)이 아서의 롤모델이다. 내게 낯선 관람 경험을 안기는 불편함의 영화적 복선들이 이 맥락에서 비롯된다. 코미디언 지망자가 조커가 되는 과정 내내 몰입이 절로 됨이 놀라운 아이러니다.
 
그만큼 스토리텔링 전개가 압축적이면서 극적이다. 아서가 자신을 초대한 머레이에게 무대에서 조커로 소개해 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이후 무대에서 벌어진 상황은 논리나 합리 등으로 추론할 수 없는 저지름이다. 그걸 버젓하게 행하는 아서의 조커 캐릭터에 필수적인 이미지가 "별종"이다.
  
 영화 <조커> 한 장면

영화 <조커> 한 장면ⓒ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플레잉 카드에서 조커는 열외의 패, 즉 "별종"이다. 감독은 아서의 조커에 그 의미를 한껏 활용해 사이코패스같은 섬뜩함을 연출한다. 웃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숨이 넘어가듯 고통스레 웃어 제치는 탓에 "별종"으로 조롱 받는 정신질환자 설정이 그것이다. 한편 그 설정은 어릿광대의 분장이나 가면이 익명의 반사회적 행위로 갈음되는 영화 장면에서 사회심리학적 관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도 한몫한다.
 
비록 영화는 폭동 수준의 현장에서 더 나아가지 않은 채 조커 아서를 환호 속에 놓아 두고 끝나지만. 어쩜 감독은 자기를 에워싼 군중들을 훑는 조커 아서의 몸짓을 통해 '웃픈'의 인간적인 여지가 잔존함을 연출한 게 아닐까.
 
희망적인 그 단서가 토머스 웨인(브레트 컬렌 분)이다. 사회적 약자인 아서에게 한때 아버지로 오인됐던 사회지도자의 언행은, 아서를 만능재주꾼인 어릿광대로 살게 하거나 싸이코패스적 반사회자로 만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 가능성은 지금 여기에도 존재한다.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조국 정국' 프레임을 통해 특히 20대 젊은이들이 내비친 분노와 배신감을 떠올리게 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어쨌거나 이 불편한 영화가 아름답다. 제어할 수 없어 고통이던 웃음 대신 절제된 춤을 선보이며 아서는 비로소 조커가 된다. 호아킨 피닉스의 호연은 "개 같은 코미디"의 산물, 즉 조커의 섬뜩한 초상을 영화의 백미로 꽃피운 셈이다. 흥미롭게 사회적 이슈에 몰입하게 이끈 밀도 있는 연출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유경 시민기자의 브런치 https://brunch.co.kr/@newcritic21/27 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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