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가 마지막 한 장 남은 한국시리즈 티켓의 주인공이 됐다. 키움은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2019 KBO리그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10–1로 완승하며 쾌조의 3연승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다.

양팀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플레이오프에서 맞붙었다. 지난해 이맘때는 SK가 웃었다. 양팀은 당시 5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연장 10회말 SK가 김강민과 한동민의 연속 홈런으로 키움(당시는 넥센)에 극적인 재역전승을 거두며 한국시리즈에 올랐고 내친 김에 두산까지 꺾고 정상에 올랐다. SK로서는 8년 만의 한국시리즈 제패이자, 당시 사령탑이던 트레이 힐만 감독이 외국인 사령탑으로서는 KBO리그 첫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수립하며 아름다운 '가을 동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1년 만에 다시 만난 양팀의 운명은 180도 뒤바뀌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치르고 올라온 키움이 예상을 깨고 체력적 우위에 있던 SK를 시리즈 내내 압도하며 지난해의 '가을 악몽'을 되갚았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염경엽 SK 감독이 4회 추가실점이 나오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10.17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염경엽 SK 감독이 4회 추가실점이 나오자 굳은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9.10.17ⓒ 연합뉴스

 
이번 플레이오프는 '염-장 대첩(염경엽 vs. 장정석), 혹은 '염경엽 더비'로도 불렸다. 알려진 대로 염경엽 SK 감독은 넥센 히어로즈 시절 감독 커리어를 시작해, 2016시즌까지 매년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며 히어로즈 전성기의 토대를 닦은 인물이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끈 것도 염경엽 감독이었다.

하지만 히어로즈와 염경엽 감독의 결별 과정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2016년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패한 이후 염경엽 감독은 곧바로 사퇴를 선언했다. 당시 염 감독은 구단과의 불화설에 시달렸고 SK로 팀을 옮긴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염경엽 감독은 '인간으로서의 도리'까지 언급하며 SK행을 강하게 부정했지만 결과적으로 SK행은 사실이 됐다. 물론 감독이 아니라 단장이기는 했지만 히어로즈 팬들은 허탈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염경엽 감독은 단장으로서 트레이 힐만 감독을 뒷받침하여 2018년 SK의 우승을 이끌어냈고, 가족 문제로 재계약을 거절하고 미국으로 돌아간 힐만 감독의 후임으로 결국 SK 지휘봉을 잡게 됐다.

염경엽 감독의 후임으로 등장한 인물이 바로 지금의 장정석 감독이었다. 장감독은 여러모로 데뷔부터 염경엽 감독과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현대 유니콘스 시절부터 선수와 프런트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 인연을 맺어왔다. 장감독은 염감독과 마찬가지로 무명 선수 출신에 프런트를 거쳐 감독으로 오른 사례라는 점에서 '제 2의 염경엽'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전문가들은 지략대결에서 감독 경력과 포스트시즌 경험이 더 많은 염감독의 근소한 우위를 전망했지만 뚜껑을 열자 오히려 장정석 감독의 용병술이 더 빛을 발했다. LG와의 준플레이오프부터 빛을 발했던 한 박자 빠른 적극적인 불펜 운용은 SK와의 플레이오프에서도 빛을 발했다. 단순히 감독의 감이나 몇몇 선수에게 의존하는 방식이 아닌, 키움이 추구하는 철저한 데이터 야구에 기반한 효과적인 마운드 분업화로 위기 상황을 최소화하며 일발장타에 의존하는 SK의 화력을 무력화했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SK를 10 대 1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키움의 장정석 감독이 손가락으로 'K'를 만들며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키움히어로즈와 SK와이번스의 경기. SK를 10 대 1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키움의 장정석 감독이 손가락으로 'K'를 만들며 관중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타선과 수비에서도 이름값보다 컨디션을 보고 선택한 김규민-송성문 등이 적재적소에 좋은 활약을 선보이며 장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기전에서 경기운영의 경직성을 약점으로 지적받았다면, 올해는 용병술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탈피하는 창의성으로 한 단계 진화한 것이, 1년 전과 전혀 다른 결과물로 나타났다는 평가다. 장정석 감독은 이로서 구단 역사상 두 번째이자 코치 경험없는 사령탑으로는 최초의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성과를 이뤄내며 프런트 출신 감독에 대한 의구심에 확실히 종지부를 찍었다.

반면 디펜딩챔피언 SK와 염경엽 감독에게는 최악의 가을이 됐다. 정규 시즌 내내 선두를 달리다가 막판 한 달 사이에 무려 9경기 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최종전에서 두산에 역전당하며 다잡은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날린 후유증이 끝내 가을야구까지 발목을 잡았다.

SK는 80승에 선착한 팀이 정규시즌 1위를 차지하지 못한 최초의 팀이자, 역대 최고승률 2위(88승 1무 55패, .615), 심지어 PO 스윕패라는 굴욕까지 추가했다. 1차전 무득점 연장패배, 2차전 역전패에 이어 3차전에서는 일찌감치 대량실점을 허용하며 경기내용도 갈수록 나빠졌다. 정규시즌 막판부터 급격하게 침묵했던 타선은 가을야구에서도 끝내 살아나지 못한게 뼈아팠다. 그야말로 흑역사로 남을 역대급 반전이다.

염경엽 감독은 히어로즈 시절을 포함하면 올해로 5번째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으나 이번에도 정상 도전에 실패하며 뒷심이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히어로즈 시절과 달리 SK에서는 디펜딩챔피언 팀을 그대로 물려받고도 한국시리즈조차 밟지못했다는 것은 염감독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심지어 그 상대가 바로 옛 제자들이 버틴 키움이라는 점에서 염경엽 감독에게는 두고두고 잊지못할 뼈아픈 가을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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