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티고> 포스터

영화 <버티고> 포스터ⓒ (주)트리플픽쳐스

 
힘겹게 버티고 있는 현대인들을 위한 영화가 우리를 찾아왔다. 16일 개봉한 영화 <버티고>다.

영화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매일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 분)의 일상을 그린다. 전계수 감독이 대학 시절 쓴 시 '널빤지 위의 사랑'을 모티브로 영화화한 작품으로, 이 시는 멜로디를 입혀 영화의 OST로도 활용됐다. 영화에는 30대 여성 직장인들이 공감할 법한 현실적인 설정들이 많은데 이는 전 감독이 과거 일본에서 3년간 직장생활을 했던 경험을 녹여 쓴 시나리오 덕분이다.

계약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서영은 사무실에만 들어오면 이명과 현기증을 느낀다. 병원에서는 보청기를 끼라고 권하지만 곧 재계약 시즌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그조차 여의치 않다. 괜히 보청기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가 재계약에 실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 업무와 청력은 아무런 관련도 없지만, 하루하루 불안한 서영은 아주 작은 흠도 감출 수밖에 없다.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주)트리플픽쳐스

 
그에게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남자친구 진수(유태오 분)는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상대다. 개발팀 차장인 진수는 잘생긴 외모에 뛰어난 업무실적까지 갖춰 사내 여직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비록 비밀연애이긴 하지만 진수는 단 둘만 있는 공간에서는 서영에게 더없이 듬직하고 다정한 연인이다. 그러나 최근 진수마저 일을 핑계로 서영을 조금씩 피하고, 결국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갑자기 회사를 떠나 버린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는 회사 사무실, 도시의 모습은 보통의 직장인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게끔 그려진다. 서영이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 역시 젊은 관객들에게는 익숙하게 느껴질 법하다.

고층빌딩은 이 영화의 가장 상징적인 배경이다.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고층빌딩은 높고 단단하고 또 그만큼 폐쇄적인 공간이다. 그 안에서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극 중반부 이후 밝혀지는 진수의 비밀 역시 그러한 일환이다. 매일매일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곳이지만 고층빌딩 속 서영은 항상 소외감을 느낀다.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주)트리플픽쳐스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관우(정재광 분)는 건물 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이다. 그는 서영을 늘 지켜보고 있지만 단단하고 높은 고층빌딩의 바깥에 있는 철저한 외부인이다. 그가 지친 서영에게 위안을 준다는 점은 다소 아이러니하다. 

영화는 비정규직, 직장 내 성폭력, 유튜브 등 현대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건드리지만 이에 대해 명확하게 비판하는 시선은 읽히지 않는다. 다만 보여줄 뿐이다. 관객이 속 시원하다고 느낄 장면보다는 답답한 장면이 더 많다. 이 점은 영화를 더욱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든다. 

마지막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판타지스러운 결말로 끝맺음 하는 것에 대한 호불호는 나뉠 수도 있어 보인다. 

휘몰아치는 서사보다는 인물들의 감정선 중심으로 극이 진행되는데 서영으로 분한 천우희는 섬세한 연기로 30대 여성 직장인의 불안을 표현해 낸다. 대형 스크린을 꽉 채우는 클로즈업 신이 많은 편이지만, 천우희는 충분히 자신의 빛을 발한다. 유태오와 정재광 역시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극에 활력을 더한다. 

한 줄 평: 지친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판타지 같은 위로
별점: ★★★(3/5)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영화 <버티고> 스틸 컷ⓒ (주)트리플픽쳐스

 
영화 <버티고> 관련 정보

감독: 전계수
출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
제작: 영화사 도로시(주), 로렐필름
배급: (주)트리플픽쳐스
러닝타임: 114분
상영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19년 10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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