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 영의 악의 기원>포스터

<다윈 영의 악의 기원>포스터 ⓒ 서울예술단

 
"작품의 흐름은 대중문화 코드와 벗어나 있다. 하지만 계급사회로 나누어진 세계관, 미스터리한 분위기, 추리 등 흥미를 자아내는 대중적인 요소가 깔려있다. 삼대에 걸친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가 근본적이면서 보편적인 정서를 자극하게 한다."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 프레스콜에서 오경택 연출이 작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지난해 초연된 작품으로, 고(故)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신과 인간, 죄와 벌, 부모와 자식,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 문제를 흥미로운 판타지로 풀어내, 단 9회 공연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이날 '프라임스쿨' '세상을 바꾼다' '척결' '시험' '용서할 수 없는 죄' '안녕 루미'의 순서로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이 펼쳐졌다. 다윈 역의 최우혁, 레오 역의 강상준, 교수 역의 김건혜, 로이드 검사 역의 김용한, 루미 역의 송문선, 서울예술단 단원 등이 함께 무대를 채웠다. 유희성 이사장, 이희준 작가, 박천휘 작곡가, 오경택 연출가, 안영준 안무가, 김길려 음악감독, 배우 최우혁, 송문선, 강상준이 자리해 질의응답 시간을 이었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한 장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한 장면 ⓒ 서울예술단

 
"작년에 무대가 올라가면서 걱정을 많이 했지만, '다윈 영' 현상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도 많은 관객분과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국적인 색채를 깊게 드러내는 것과 더불어, 민간단체에서 올리기 힘든 실험적인 작품을 내보이는 것이 서울예술단의 방향이다.

스릴러, 어두운 세계관을 이희준 작가가 유려하게 담았고, 박천휘 작곡가가 아름답고 구조적인 가사로 풀어냈다. 김길려 음악감독이 작품의 흐름을 잘 잡아줬다. 창작뮤지컬에서 선보이지 않은 실험적인 감각으로 마니아를 양산했고, 원작 소설이 재출판 되기도 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도 재조명 됐다고 한다." (유희성 이사장)

 
초연에 이어 재연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은 부담감을 토로했다. 쉽지 않은 넘버로 이뤄져 있을 뿐 아니라, 856쪽에 달하는 원작 소설을 압축한 작품에서 풀어내야 할 감정 역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작품에 출연했는데,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대본 받았을 때, 계속 읽었다. 그리고 원작을 읽었는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 무조건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첫 공연 올라서 마이크 내릴 때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다시 임한다는 것에 정말 부담이 크다. 더 잘해야겠다는 중압감, 당연히 잘해야겠다는 중압감이 있지만, 그보다 작품에 대한 애착이 더 컸다. 두려움을 이길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책임감이 강하게 들지만, 기쁜 마음으로 다시 도전하게 됐다."(최우혁)

 
"다양한 것을 시도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원작이 900페이지에 달하는데, 그 안에 녹아든 인물들의 표정이나 제스처를 무대와 연계해서, 정서적으로 더 디테일해질 수 있게 채우고 싶다. 그런 재미가 있는 작품이다"(강상준)
 
"초연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걱정에 부담이 컸다. 원작에서 표현된 디테일한 심리묘사를 무대에서도 구현하고, 또 찾는 게 제 목표다."(송문선)
 
재연인 만큼 초연에서 아쉬웠던 점을 '꽉' 채워서 돌아왔다. 곡도 추가되고, 디테일을 살렸다. 작품을 향한 창작진들의 고심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번 공연에는) '밤이 없었다면'이라는 곡이 추가됐다. '사랑해야 한다'를 대신한다.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 다윈에 대해 관객들이 어떻게 느낄지 궁금했다. 정서적으로 동조할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초연에서, 원작에 있던 '진정한 악'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웠다. 곡 하나가 바뀌었지만, 그 안에 악의 근원으로 향해가는 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디테일과 더불어 분위기도 바뀌었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관객들을 끌어안았다면, 관객들을 앞서나가면서 원작의 맛을 살리는 행동을 만들었다."(박천휘 작곡가)
 
"초연에서 느낀 미진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채우고 밀도감을 높였다. 한마디로 '디테일'인데, 대사 하나하나, 가사 하나하나, 배우의 표정, 동작, 구성과 편곡, 무대 형상화 등, 미처 깨닫지 못한 곳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재연의 출발이자 완성이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큰 틀은 그대로 가지만, 장면의 진행, 밀도감 등 전반적으로 완성도를 높이려고 집중했다." (오경택 연출)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한 장면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한 장면 ⓒ 서울예술단

 
넘버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박 작곡가는 "초연에는 니스(박은석 분)에게 어려운 곡을 많이 줬는데, 이번에는 최우혁에게도 써줬다"라고 말했다.
 
"'밤이 없었다면'을 들었을 때는 좋았다. 불안한 마음이 들어 악보를 봤는데 선을 벗어나 쉴 곳이 없더라. 재연의 가장 큰 다윈의 고통이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연습하면서 타협하고 싶지 않았다. 음을 낮춘다던지, 편곡 등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다윈을 잘 완성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무리 없이 잘 연습할 수 있었다. 뿌듯함보다 해냈다는 생각이다."(최우혁)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오는 27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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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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