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 이끼녀 리뷰입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편집자말]
 가수 이승환

가수 이승환ⓒ 드림팩토리

 
"어제 내내 너랑 싸우고 영화를 보러 갔네. 잔잔하니 좋더라. 훌쩍거리는 커플들 사이에서 니가 마구 보고 싶더라. 처량하기도 하고 가끔 아니 자주 소중함을 잊고 살았네. 바쁘단 핑계로."

홀로 영화관에 간 남자의 멍한 표정으로 노래는 시작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중한 사람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건 누구나 종종 저지르는 실수고, 그래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정일 것이다. 이승환이 보편적이라서 더욱 와 닿는 노래로 돌아왔다. 

지난 15일 발매된 이승환의 30주년 기념 정규 12집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의 타이틀곡 '나는 다 너야'를 소개한다. 이 곡은 이승환이 직접 작사, 작곡했다.

소중한 사람에게 잘 해줄 수 있는 기회는...
 
 가수 이승환

가수 이승환ⓒ 드림팩토리

 
'아 빨리 남편이 보고 싶네요', '이 풍성하고 꽉 찬 사운드~', '입대한 아들 더욱 그립게 만드네요', '30년을 좋은 곡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음원차트의 '나는 다 너야' 소개 페이지에 달린 댓글들이다. 댓글들이 말해주고 있듯,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소중한 사람이 갑자기 너무 보고 싶어진다. 10곡이 수록된 이번 앨범의 노래들이 대체로 밝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내지만 특히 이 타이틀곡은 포근함이 매력적인 곡이다. 

"너랑 있을 땐 오직 너 하나뿐이었는데 묘하게도 니가 없으니 온통 다 너야. 온 사방이 너야. 나는 다 너야."

간결하지만 많은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는 가사다. 그 사람이 없을 때 그의 소중함이 절절히 여겨지는 심정을 '니가 없으니 온통 다 너야'라는 짧은 문장 안에 충분히 녹여냈다. 학창시절에 늘 입던 체육복을 어느 날 깜박하고 챙겨오지 않았을 때, 체육시간을 앞두고 교실이 온통 체육복으로 보이던 날을 기억한다. 평소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친 친구들의 체육복에 자꾸 눈길이 가고 집에 있는 내 체육복이 그렇게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옷 하나도 이러한데 사람은 오죽할까 싶었다.

"극장에서 나와 출출한 김에 밥집을 들어갔네. 솜씨 좋은 맛집에 갑자기 목이 메네. 좋아했을 텐데. 너랑 다시 여길 와야지. 포장 되나요."

영화관에서 나와 밥집으로 혼자 들어가서 또 갑자기 멍해진 남자의 모습이 단편 영화처럼 그려진다. 배우 박정민-지우가 출연한 '나는 다 너야' 뮤직비디오는 가사와 잘 어우러지는 내용과 감성으로 리스너의 감정을 더욱 쓸쓸하면서도 포근하게 돋운다. 

오타를 냈다... '나는 더 나야'
 
 가수 이승환

가수 이승환ⓒ 드림팩토리

 
이승환의 새 앨범 발매 하루 전에 그의 쇼케이스를 취재했다. 그리고서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이승환 신곡 '나는 더 나야'라는 노래가 참 좋다고 적어보낸 것이다. 나중에 오타를 발견했는데, 묘했다. 오타가 났는데 말이 됐고, 여기서 더 나아가서 진짜 내 마음이 튀어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이상한 생각마저 들었다. 

'내 안에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이 쉴 곳 없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가시나무'란 노래가 불현듯 떠올랐다. 평소에 내 안에 내가 너무 많아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힘들어하는 나 자신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날의 오타는 단순한 실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실수는 무의식을 반영한다고 어디선가 들었다. 솔직한 생각이나 마음이 실수라는 형태로 슬쩍 고개를 드는 것이라면, '나는 더 나야'란 오타는 제대로 고개를 쳐든 내 본심이 아닐까 싶었다.  

'나는 다 너야'가 진정한 사랑의 형태라면, '나는 더 나야'는 미성숙하고 온전하지 못한 사랑일 것이다. 쉽게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면, 그 원인은 '나는 다 나라서', 나 자신에게 너무도 집중하고 있어서, 이기적이어서 그렇지 않을까 싶었다.  

"가끔 아니 자주 소중함을 잊고 살았네. 더 사랑해야지.

집으로 가는 길 무심코 켜진 잠금화면에 또 니가 있더라. 날 보며 웃는 니가 있더라. 고맙고 미안해. 내가 더 잘 할게. 나는 다 너야."


결말은 해피엔딩이다. 상대의 소중함을 깨닫고 용서를 구하며, 더 잘할 거란 각오와 함께 노래는 끝난다. 아마도 이 주인공은 '온통 나'인 세상에서 다시 빠져나와 자신을 잊고 '모두 너'인 세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모두 너인 그 세상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더 '내가 더 나로 완성되는' 현상을 맞닥뜨릴 것이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