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는 최근 이지은-여진구 주연의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출연했다.

설리는 최근 이지은-여진구 주연의 tvN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출연했다.ⓒ tvN


얼마나 많은 이들이 스러져 가야 하는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잃어야 달라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거짓말 같은 소식에 참담했던 하루가 지나갔다. 자신에게 솔직하려 했던, 누구보다 당당했던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슬픔은 가시지 않고, 생각은 부산스러워 정리되지 않는다. 말은 무겁기만 하고, 글은 가볍기만 하다.

지난 14일, 설리(본명 최진리)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스케줄을 앞두고 있음에도 연락이 되지 않자 걱정이 된 매니저가 설리의 자택을 찾았던 모양이다. 경찰은 현장에서 설리가 자필로 쓴 노트를 발견했고, 진위 및 내용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침입 흔적이 없는 등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여 설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설리는 '타깃'이었다. 익명에 기댄 포털 사이트와 SNS의 수많은 악플들, 더러운 언어에 숨은 누군가들은 악다귀처럼 달려들어 설리를 공격했다. 끊임없이 물고 할퀴고 들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속박을 경쾌히 벗어 던지고, 세상을 향해 똑부러지게 자신의 목소리 냈던 설리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기를 죽여야 할, 기어코 꺾어두어야 할 대상으로 각인됐던 걸까. 

설리는 기꺼이 '상징'이 됐다. 그러지 않았어도 됐을 텐데, 굳이 그러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 그는 더욱 대담하게 자신을 드러냈다. '여성'에 대한 저열한 공격들에 맞섰다. 팬들이 오히려 걱정을 할 정도였다. 그런 염려에도 설리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며 나아갔다. 앞장 섰고, 멈추지 않았고, 주저하지 않았다. 설리는 자신의 싸움을 이어갔다. 그러나 악플들은 그를 야금야금 파괴했던 모양이다.

악플이 날뛸 기회를 제공한 언론

JTBC2 <악플의 밤>의 MC를 맡은 설리는 악플에 고통받았던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대인기피증을 앓았고, 공황장애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고 고백했다. 얼마나 외롭고 힘겨웠을까. 가혹한 언어들이 무자비하게 온몸을 강타하고, 참혹한 언어들이 스멀스멀 기어와 자신을 덮칠 때 얼마나 소스라쳤을까. 밀어내도 밀어내도 끝없이 밀어닥치는 저 괴물들과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끔찍했을까. 

악플 못지않게 설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갔던 존재가 또 있다. 바로 언론이다. 지금은 얼굴색을 싹 바꾸고 추모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일부 언론들은 설리의 SNS를 기웃거리며 논란이 될 법한 사진을 옮겨 나르기 바빴다. 설리가 속옷을 입었는지 입지 않았는지 확인하려 들었고, 노브라 사진을 유포하는 데 혈안이 됐었다. 온갖 선정적인 기사와 클릭 수를 올릴 제목을 달아 설리를 난도질 했다. 

이처럼 설리를 도마 위에 올려 놓고 난도질했던 건 언론이었다. 없던 논란도 기어코 만들어 냈고, 설리의 행동을 '기행'으로 못박아 함부로 떠들어댔다. 그리하여 악플이 날뛸 기회를 제공했다. 어쩌면 언론은 악플(을 쓰는 누군가)보다 악랄했고 집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알면서도 방치했고, 알면서도 묵인했고, 알면서도 북돋았다. 되려 조장했다. 그 책임을 어찌 묻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나 반성은 결국 나를 향한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글을 쓰는 동안에도 여러 감정들이 사무친다. 그가 대인기피증과 공황장애를 고백하는 순간에도 안일했다. 왜 괜찮을 거라 생각했을까. 담담히 웃는 모습에 안도했던 것일까. 그가 잘 싸워내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걸까. 내 깜냥이, 내 몫이 아니라고 여겼기 때문일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여겼던 걸까. 

그 외로웠을 싸움에 응원의 마음을 한 줄 보태지 못했기에 가뜩이나 비루한 내 언어가 더욱 가난하다. 비통하다. 스스로에게 누구보다 솔직했던, 세상을 누구보다 용감했던 설리. 부끄러운 글자들을 겨우 모으고 모아 영전에 바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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