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행사로 북적된 남포동 야외무대

2019 부산영화제 커뮤니티비프 행사로 북적된 남포동 야외무대ⓒ 부산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을 이끈 커뮤니티 비프가 주목받는 것은 영화제가 도시재생에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특별하기 때문이다. 부산영화제의 외연 확장이나, 태생지라는 특수성도 있으나 주요 도시에서 신도심에 밀려 쇠락해가는 원도심을 살리는 데 영화제가 역할을 한다는 것은 주의 깊게 볼 부분이다.
 
도시재생은 정부가 낙후지역 지원 및 마을 살리기 등에 수 년간 수십조 원을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국책사업이다. 부산영화제가 커뮤니티비프를 통해 도시재생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오는 11월 개최 예정인 강릉국제영화제 예술감독을 맡은 김홍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올해 커뮤니티비프를 유심히 관찰하고 다녔다. 김홍준 감독은 "강릉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자 한다"며 커뮤니티비프가 준비한 행사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영화와 결합한 인문학과 재즈·요리 등
 
올해 본격적으로 시작된 커뮤니티비프가 중점을 기울인 것은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인문학의 결합이다. 도시의 역사와 남겨진 흔적들의 가치를 알게 한다는 의미로 임시수도나 피란수도 시절 역사의 빈틈이나 공백으로 여전히 숨죽였던 사람들의 숨결을 찾아 나섰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독립연구자와 함께 역사기록에 등록될 수 없는 사람들의 활동과 내력이 묻어 있는 곳을 찾아서 확인한 것이다.
 
좌익경력이 문제가 돼 1948년 밀항하기 전까지 월북화가 조양규가 근무했던 토성초등학교와 한국전쟁의 역사가 있는 국제시장과 임시수도기념관, 박정희 18년 독재를 무너뜨린 부마항쟁의 중심지 등으로 탐방객들의 안내해 켜켜이 쌓인 역사적 의미를 일깨웠다.
 
 커뮤니티비프 원도심 역사 유적 탐방 프로그램인 '길 위의 인문학'

커뮤니티비프 원도심 역사 유적 탐방 프로그램인 '길 위의 인문학'ⓒ 부산영화제

 
박찬일 요리사와 함께 걸으며 차이나타운을 방문하고 한국전쟁(1950~1953)시기에 문을 연 전통의 노포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은 신청자가 몰려 일찍 마감되기도 했다. 부산영화제를 방문한 관객이 음식을 맛보고 원도심 골목을 다니며 새로운 사실과 역사의 발견하게 한다는 취지는 좋은 성과로 귀결됐다 .마을공동체에서 주민들과 제작한 영화를 상영하고 시상하는 마을영화제도 열렸고, 김지미 이영하 배우는 한 마을기업의 주민활동가들과 오찬 만남을 갖기도 했다.
 
사운드 플랫폼 ODE (오드)가 참가한 '서라운드 재즈 시네마' 역시 재즈 애호가들의 호응이 좋았다. ODE가 소개하는 사운드 시스템 DEVIALET (드비알레) 를 통해 생동감 넘치는 서라운드 음향으로 재즈 영화를 감상하고 재즈 평론가 황덕호와 함께 재즈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댄스 이머시브: 피나>도 무용 공연과 영화가 결합돼 주목받았는데, 1918년 설립된 옛 한성은행 부산지점이었던 '한성 1918 청자홀'이란 공간이 원도심에 남아 있는 덕분에 유용하게 행사 장소로 활용됐다. 카뮤니티비프 측은 "여타 영화제에서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과는 깊이와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부산영화제에 합류하기 전 영화 피디와 여성영화제 사무국장을 거쳐 목포도시재생지원센터장을 역임했던 담당 프로그래머의 특이한 경력이 영화제와 도시재생이 만나는 데 원활한 작용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부산영화제 직전인 지난 9월 18일~24일까지 부산 중앙동 40계단 앞에서 열린 '40계단 교육예술영화제'

부산영화제 직전인 지난 9월 18일~24일까지 부산 중앙동 40계단 앞에서 열린 '40계단 교육예술영화제'ⓒ 부산 중구청

 
커뮤니티비프가 진행된 부산 원도심에서는 부산영화제 직전인 9월 중순 커뮤니티비프 협력단체인 모퉁이극장이 주관하는 1회 40계단 예술교육영화제가 열리기도 했다.

'쇠퇴지역 내 공공이용이 가능한 공간들을 시민과 소통하는 창의적인 문화 활동을 통해 시민 모두를 위한 문화중심구역으로 재구성하는 게 목적으로 시작된 영화제다. 침체된 쇠퇴지역의 사회 활력 제고와 지역문화를 활성화하는 문화적 지역재생사업이었다.
 
영화제 통해 활성화된 도심이 부담을 준 전주
 
영화제가 도시재생에 기여하고 쇠락한 지역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부산영화제뿐만이 아니다.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전성기를 지난 것으로 평가되던 원도심의 활성화에 기여 하고 있는 공로가 크다. 전통적으로 주요 대도시의 역세권 중심으로 형셩된 도심 기능은 신도시가 생겨나면서 상당부분 이전했다.
 
전주영화제가 열리는 고사동도 마찬가지였으나 전주영화제의 꾸준한 성장과 발전이 약해지던 원도심에 힘을 불어넣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 건 지역의 땅값이다.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땅값이 상승하면서 전주 원도심은 전주영화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원도심 상인들은 영화제 관련 행사가 더 많아지길 기대하면서 영화제 원도심 활성화에 많이 기대해주길 바라는 눈치다.
 
 2019 전주영화제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늘어선 관객들.  메인 상영관인 전주돔이 위치한 원도심에 전용관을 지으려던 전주시의 계획은 땅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9 전주영화제에서 표를 구하기 위해 늘어선 관객들. 메인 상영관인 전주돔이 위치한 원도심에 전용관을 지으려던 전주시의 계획은 땅값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하훈

 
다만 문제는 이렇듯 활성화된 원도심이 영화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주영화제 전용관 건립은 원도심에서 부지를 물색하고 있으나 토지 가격 상승으로 지연되는 중이다. 전주시가 40억 정도의 국비를 확보해 2023년까지 전용관 건립을 마무리 짓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으나, 토지 주인들이 가격을 3배 이상 부르면서 몇 차례 난관에 부딪혔다. 전주시 관계자는 "토지가격이 맞지 않을 경우 값이 싼 다른 부지도 알아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에 대해 주변 상인들은 영화제 중심 공간이 혹시라도 다른 곳으로 옮겨갈까 고민하면서 "진즉에 부지매입을 했으면 됐을 일을 미루다 땅값만 올랐다"며 행정적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제의 도움으로 살아난 원도심이 도리어 영화제 정착에 부담을 주는 것은 역설적이다.
 
부산영화제가 그간 태생지인 남포동을 외면했던 이유 중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들이 있다. 물론 2011년 영화의 전당이 완공되면서 해운대로 영화제 중심이 옮겨간 게 가장 큰 원인이기는 하다. 그러나 초기 영화제의 성공과 성장으로 지역의 가치가 높아지자 협조하던 공간들이 뻣뻣한 자세를 보인 것이 남포동에 대한 마음을 접게 만드는 데 역할을 했다.
 
부산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남포동을 긴 시간 외면했던 것에 대해 "영화제가 주목을 받게 되자 남포동의 일부 극장이 상영관 대여료를 인상하거나, 협조해 주던 인근 호텔 등이 그간의 배려를 접고 고압적 자세를 보였다며 "한정된 예산에서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남포동 상영은 수년 간 중단돼 왔다. 영화제 특수는 먼 이야기가 됐고, 상징적 위치로만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커뮤니티비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게 됐다. 
 
원도심 활성화 따른 젠트리피케이션 경계
 
 지난 10일 한성1918 청자홀에서 열린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인 ‘어크로스 시네마’. 지역 영화 문화 단체 및 공동체 사이의 혁신 네트워크 포럼이다.

지난 10일 한성1918 청자홀에서 열린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인 ‘어크로스 시네마’. 지역 영화 문화 단체 및 공동체 사이의 혁신 네트워크 포럼이다.ⓒ 성하훈

 
목포의 경우도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도시재생사업의 도움으로 시네마라운지MM이라는 독립예술영화상영관이 만들어졌으나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크게 인상하며 부담을 안기고 있다. 결국 목포 시네마라운지MM은 임대료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워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커뮤니티비프 프로그램 중 하나로 지역 영화 문화 단체 및 공동체 사이의 혁신 네트워크 포럼인 '어크로스더시네마'에서는 이런 내용이 포함된 강연과 토의가 있기도 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정성우 목포시네마라운지MM 대표는 "지난 2년 간은 시청의 지원을 받았기에 버틸 수 있었으나, 이를 빌미로 턱없이 올린 월세 감당이 힘들어 현재의 극장에서 11월에는 철수할 예정"이라며 도시재생사업을 악용하는 건물주들에게 유감을 나타냈다.
 
올해 커뮤니티비프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향후 발전 과정에서 영화제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원도심 지역민들 및 행정관청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젠트리피케이션(낙후된 구도심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으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을 방지해 내는 것도 중요한 숙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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