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부산국제영화제

2019 부산국제영화제 ⓒ 부산국제영화제


지난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상영작 <도이치 이야기>의 '관객과의 대화(GV)'가 진행됐다. 이번 GV 행사에는 영화를 연출한 오다기리 죠 감독이 직점 참여해 많은 화제가 되었다.

영화 <도이치 이야기>는 40년이 넘게 마을 사람들을 강 너머로 실어나르는 일을 생계로 꾸려 온 뱃사공의 이야기다. 문명의 뒤편으로 사라져가는 것들과 그 과정에서 우리가 잃게 되는 소중한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돌이켜보고 인생에서 느낄 수 있는 소중한 것과 진정한 행복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이번 작품에는 영화 <해피투게더>, <화양연화>, < 2046 >, <동사서독 리덕스> 등 왕가위 감독의 작품을 도맡으며 세계적인 촬영 감독으로 인정받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이 함께 하면서 더욱 큰 화제를 얻었다.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오다기리 죠 감독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영화 <도이치 이야기>의 GV 내용을 간략히 전달한다.
 
 영화 <도이치 이야기> 스틸컷

영화 <도이치 이야기>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Q1. 이 영화를 찍게 된 계기와 감독 첫 작품과 배우 첫 작품의 차이는 어떻게 다른지 궁금합니다.
오다기리 죠 감독: "저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는 너무 바쁘고 너무 급해서. 돈이나 시간과 같이 숫자에 쫓기는 인생을 강제로 당하는 그런 느낌을 어렸을 때부터 계속 생각해왔습니다. '과연 그게 행복인가?'하는 마음도 갖고 있었습니다.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것,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번 영화를 쓰게 되었고요.

세상이 편리해지는 것에는 행복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면에는 영화에 등장하는 사공처럼 쓸데없는 것들은 사라지는 그런 것도 있다는 생각입니다. 정말로 그런 것들이 사라져도 좋은 것일까? 편리한 세상만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일까?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는 시간 만이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배우 일을 하고 있는데요. 배우로 첫 작품을 했을 때도 많이 긴장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이번에 제대로 된 장편 영화를 처음으로 작업해봤는데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고 부담도 컸습니다. 부담이 너무 커서 구내염이 많이 나고 체중도 많이 빠질 정도였어요. 1~2주간 밥을 먹지 못하는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위해서 스태프 분들은 많은 노력을 해 주셨기에 그것에 대해 진실된 응답을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겨냈습니다."

Q2. 필름의 느낌이 나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촬영 감독님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은데요. 크리스토퍼 도일 촬영 감독과 함께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있을까요? (크리스토퍼 도일 감독은 영화 <화양연화>, <무간도>, <해피 투게더> 등의 유명 작품을 촬영한 명망 높은 촬영 감독이다.)
오다기리 죠 감독: "크리스는 세계적으로 몇 안되는 정말 중요한 촬영 감독입니다. 저는 이제 막 첫 작품을 시작했을 뿐이니 그 분께 특별히 따로 주문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지만, 감독님께서 먼저 어떤 것이든지 요청해달라고 하셔서 제가 100% 하고 싶었던 것들을 담아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리미리 상담을 많이 해주셨던 기억이 나고, 색을 정할 때도 크리스가 먼저 이런 이런 게 어떻겠냐고 제안해 주신 게 생각납니다. 그러면 저는 그 제안에 대해 다시,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대답하면서 같이 만들어갔습니다.

크리스 덕분에 제가 상상하고 있던 것에 가장 가까운 장면에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의 지식과 경험 덕분에 너무나 아름다운 영화를 완성시킬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 감독님에게 촬영을 부탁한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사람들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놓칠 수 있는 풍경이나 장면들을 놓치지 않고 외국인들이 봤을 때 아름다운 일본이 또다른 모습을 담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에 부탁드렸습니다."
 
 영화 <도이치 이야기> 스틸컷

영화 <도이치 이야기>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Q3. 본인이 연기를 직접 하는 배우이기도 한데, 작품에 왜 직접 출연하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오다기리 죠 감독: "감독 일을 하는 것이 처음이라 그것만으로도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연기를 하는 것까지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 작품이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잘 완성시키는 것만이 중요하게 여겨졌습니다. 사실, 배우를 같이 하게 되면 대사도 외워야 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훨씬 더 많아지기에 그게 싫었고, 저 스스로 출연하는 모습을 보고 제가 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어서 이번에는 감독에만 집중했습니다."

Q4. 이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있는데 극을 이끌어 가는 주된 인물로 왜 굳이 뱃사공이라는 직업을 선택했는지 궁금합니다.
오다기리 죠 감독: "일본에서도 뱃사공이라는 직업이 이제 거의 사라졌고 관광지에서나 가끔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 아름다운 문화가 사라진다는 마음에 저는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여러 가지 전통적인 문화 그리고 역사가 사라져가는 마음이 들면서 그런 부분에 집중하면서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습니다. 뱃사공이라는 직업은 그런 배경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Q5. 영화 속 등장하는 반딧불과 주인공인 도이치의 처지가 의미적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나요?
오다기리 죠 감독: "단순하게 설명 드리자면 그렇습니다. 반딧불은 깨끗한 강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이미 도쿄에서는 볼 수 없는 그런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것들이 변했기 때문이겠죠. 뱃사공처럼 시대가 변함으로 인해 사라지게 되는 것들을 반딧불을 통해 그리려고 의도했습니다."
 
 영화 <도이치 이야기> 스틸컷

영화 <도이치 이야기> 스틸컷 ⓒ 부산국제영화제


Q6. 영화 전체가 수묵화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것은 크리스토퍼 촬영 감독님과 상의를 하신 부분인지 궁금하고요, 영화 속 소녀인 '후'의 의상이 빨간색이었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오다기리 죠 감독: "가끔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요. 의도적으로 연출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수묵화의 느낌이 나게 된 것 같습니다. 제가 그리고 싶었던 것을 크리스와 함께 그려왔고 이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듣거나 그런 반응을 보면 의도한 건 아니지만 기분은 굉장히 좋습니다.

빨간 의상에 대해서는 의상 감독님께서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결정하셨습니다. 저희 영화에 나오는 꽃이 떨어지면서 피가 흐르는 듯한 영상에 대한 설명이 시나리오에도 그대로 있었거든요. 그 부분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하셨고 또 큰 영감을 받으셔서 '후'라는 인물의 옷 색깔을 빨간색으로 하자고 말씀하셨습니다. 도이치의 꿈 속에서 등장하는 피라든지 불과 같은 대상만 붉은색으로 처리한다 던지 하는 부분 때문에 이 영화에서 빨간색을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도 느끼셨던 것 같습니다."

Q7. 마지막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오다기리 죠 감독: "오늘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소개되었는데요. 한국과 일본은 거리도 가깝고 문화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다른 나라에서보다 조금 더 깊이 전달되는 부분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개봉이 될 것 같은데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오다기리죠 도이치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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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숫자로 평가받지 않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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