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 라인이 모두 바뀌었지만 실수는 여전했다. 평가전이기 때문에 승패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하지만 후반전에 받아든 역전패 결과는 뼈아팠다. 집중력에 문제를 드러낸 수비진이 마치 예고된 골들을 내주면서 씁쓸하게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이 14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1-2로 역전패했다. 두 팀은 2020 도쿄 올림픽 아시아지역 예선을 겸하여 열리는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C조 3차전(2020년 1월 15일, 태국)에서 만나야 하기 때문에 이번 평가전 과정과 결과를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입장이다.

김대원과 정우영만 돋보인 김학범호
 
 14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22세 이하 축구대표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에서 정우영(7번)이 첫 골을 넣자 김대원이 기뻐하고 있다 . 2019.10.14

14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22세 이하 축구대표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에서 정우영(7번)이 첫 골을 넣자 김대원이 기뻐하고 있다 . 2019.10.14 ⓒ 연합뉴스

 
사흘 전 화성에서 열린 1차 평가전에서 3-1로 완승을 거둔 한국은 스타팅 멤버를 모두 새 얼굴들로 내보냈다. 그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인물은 대구 FC가 자랑하는 공격형 미드필더 김대원과 바이에른 뮌헨을 거쳐 프라이부르크로 이적한 유망주 정우영이었다.

둘은 게임 시작 후 30초만에 번뜩이는 콤비 플레이를 펼쳐, 보는 사람들을 모두 놀라게 만들었다. 미드필드 지역에서 공을 잡은 김대원이 날카롭게 꺾어서 밀어준 공을 받은 정우영이 우즈베키스탄 페널티 지역 오른쪽 대각선 슛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정우영의 첫 터치가 너무 길게 달아나는 바람에 상대 골문을 직접 노리지는 못했다. 

둘은 초반 기회를 이처럼 아쉽게 날렸지만 30분 만에 멋진 골을 끝내 합작해냈다. 페널티 지역 안쪽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수와의 몸싸움을 이겨낸 김대원이 오른쪽 끝줄 바로 앞에서 반 박자 빠르게 꺾어서 밀어준 공을 정우영이 기다렸다는 듯 오른발로 살짝 방향을 바꿔 성공시켰다. '패스 타이밍-판단력-마무리' 세 박자 모두 빠르게 완결된 작품이었다.

1차전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와서 김진규의 쐐기골을 겸손하게 도왔던 정우영은 이 골로 두 게임 연속 공격 포인트 기록을 올렸지만 그 이후에도 상대 선수들을 계속 힘들게 한 실질적인 에이스는 김대원이었다. 

특히, 김대원의 결정적인 키 패스 능력은 후반전에 더 돋보였다. 57분에 왼쪽 측면으로 돌아들어가는 풀백 김진야를 빛나게 한 패스 타이밍과 2분 뒤에 반대쪽 공간으로 달려나가는 골잡이 조규성을 빛나게 하기 위한 오른발 아웃사이드 크로스 타이밍은 누가 봐도 감탄사가 터져나오는 수준이었다.

전반전 종료 직전에 조규성이 얻은 직접 프리킥 기회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김대원의 킥을 우즈베키스탄 골키퍼 네마토프가 날아올라 가까스로 쳐낸 것까지 포함하면 이 게임 MOM(맨 오브 더 매치)은 단연코 김대원이었던 것이다.

수비 집중력 흐트러지며 후반전 역전패

딱 3개월 뒤에 태국에서 다시 만나야 하는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은 아무리 평가전이라지만 1차전 1-3 패배에 이어 2차전에서도 패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후반전에 더 빠르고 거친 압박 수비로 우리 선수들을 괴롭혔다. 

그들의 뜻은 후반전 시작 후 4분만에 통했다. 비교적 높은 지역부터 압박을 펼친 결과 한국 선수들의 수비 실수를 유도한 것이었다. 49분, 우즈베키스탄의 알리야노프가 왼발로 기습 중거리슛을 때린 것이 그 궤적 선상에 서 있던 압디할리코프의 다리에 맞고 방향이 바뀌어 골문 안으로 굴러들어갔다.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로 들어온 골키퍼 안찬기는 굴절된 공 방향을 전혀 따라잡지 못했고 우리 수비수들은 상대 선수들의 강도 높은 압박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김학범 감독은 60분에 한꺼번에 세 선수를 교체하며 후반전 경기 흐름을 되찾아오고자 했다. 특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대구 FC의 정승원을 이유현 대신 오른쪽 풀백 자리로 옮겨서 더 공격적인 게임 운영을 주문한 것이다. 

이 때 바꿔 들어간 세 선수는 4분만에 날카로운 삼각 패스를 시도하며 추가골을 노렸지만 '김진규-이동준-임민혁'으로 이어진 공이 상대 골문 위로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정말로 이들 셋의 교체 효과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측면보다는 가운데 쪽 수비에 집중력을 높인 우즈베키스탄의 수비벽을 끝내 허물지는 못했다.

오히려 81분에 역전 결승골까지 얻어맞고 말았다. 한국 수비수들은 1차 수비가 성공한 둣 착각한 나머지 곧바로 이어진 우즈베키스탄의 측면 공격에 느슨하게 대응하는 어리석음을 드러냈다. 역전 결승골의 주인공은 한국 축구팬들에게도 낯익은 선수였다. 바로 사흘 전 화성에서 선취골을 터뜨린 우즈베키스탄의 왼발잡이 에이스 야흐시바예프였기 때문이다.

야흐시바예프가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짧은 드리블을 치면서 슛 각도를 노릴 때 그 앞을 한국 수비수 차오연과 미드필더 김진규가 가로막고 있었지만 이들의 다리 사이를 노린 야흐시바예프의 왼발 슛이 일품이었다. 그가 왼발을 매우 잘 쓴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텐데 그야말로 눈 뜨고 호되게 당한 꼴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뒤늦게 키다리 수비수 정태욱과 골잡이 오세훈을 한꺼번에 들여보내 롱 볼 공격 전술을 구사했지만 체격 조건이 크게 밀리지 않는 우즈베키스탄 수비수들을 몸으로 밀어내지는 못하고 역전패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했다.

11월에도 모여서 훈련하며 평가전 기회가 남아있다고 하지만 이번 우즈베키스탄과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드러난 수비 쪽 실수들을 개선하지 못한다면 3장으로 제한된 아시아축구연맹의 올림픽 진출권은 멀게만 보일 뿐이다.
 
 14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22세 이하 축구대표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에서 정우영이 첫골을 넣고 김대원(14번)과 기뻐하고 있다.

14일 충남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남자 22세 이하 축구대표팀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의 친선경기에서 정우영이 첫골을 넣고 김대원(14번)과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림픽 남자축구대표 평가전 결과(14일 오후 8시, 천안종합운동장)

O 한국 1-2 우즈베키스탄 [득점 : 정우영(30분,도움-김대원) / 압디할리코프(49분,도움-알리야노프), 야흐시바예프(81분)]

O 한국 선수들(김학범 감독, 4-2-3-1 포메이션)
FW : 조규성
AMF : 김대원(89분↔정태욱), 정승원, 정우영(60분↔임민혁)
DMF : 한찬희(89분↔오세훈), 김준범(60분↔이동준)
DF : 김진야, 이상민, 차오연, 이유현(60분↔김진규)
GK : 허자웅(46분↔안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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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학범 김대원 정우영 야흐시바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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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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