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자도빌 포위작전> 포스터.

영화 <자도빌 포위작전> 포스터.ⓒ 넷플릭스

 
20세기는 전쟁의 시기였던 만큼 무수히 많은 전쟁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거기엔 전쟁을 대하는 수많은 시선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전쟁은 계속되었고 따라서 전쟁 영화도 시선을 달리해 계속 선보였다. 인간 세상을 설명하는 방편으로 전쟁이 요긴하게 쓰였던 것이다. 

한편으론 굵직굵직한 전쟁들이 아닌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잘못 알려졌던 전쟁과 전투를 다룬 영화들도 종종 선보였다. 걔중엔 기존 전쟁영화들을 답습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최소한의 스케일을 다루면서도 무엇 하나에 천착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 이상 큰 의미가 없지 않겠는가. 여기 그 와중에 깔끔하게 잘 만들어진 전쟁영화 수작 한 편을 소개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자도빌 포위작전>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거니와 잘못 알려지기까지 한 1961년 아프리카 콩고 카탕가 주 자도빌의 전투를 다룬다. UN의 요청으로 파병된 아일랜드 평화유지군과 프랑스 벨기에의 외인부대의 전투다. 자칫 세계대전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었던 전쟁의 중요 기점인 만큼 당시뿐만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중요할 텐데, 전투를 실행한 이들 아닌 전쟁을 실행한 이들의 정치적 생리 때문에 오랫동안 묻혀져 왔다고 한다. 

수뇌부의 전략과 현장의 전술

1961년 최고조에 달한 냉전 속에서 아프리카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된다. 새롭게 탄생한 콩고 공화국은 광물이 풍부한 카탕가를 두고 동서로 나뉘어 싸우고 있었다. 콩고의 촘베 장군이 채광 기업들과 결탁해 카탕가 주를 통제하며 콩고에서 독립시키려 했다. 이에 UN은 아일랜드 평화유지군 파견을 제의한다. 루뭄바 총리 암살이라는 도덕적 의무도 한몫했다. 

퀸란 소령이 이끄는 알파 중대 150명이 콩고 카탕가 주 자도빌 지역으로 파견된다. 문제는, 중립국을 표방하는 아일랜드군이었던 만큼 사령관을 포함한 중대 모든 일원이 전쟁경험 없는 초짜들이었던 것이다. 거기다 현장엔 제대로 된 무기와 방어구는 물론 식량도 구비되어 있지 않았다. 과연 그들이 촘베가 프랑스에 요청한 프랑스 벨기에 백전노장 용병들의 3000명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인지. 

정작 UN 수뇌부는 이들이 안중에도 없다. 사무총장이 콩고 지부 대표 오브라이언을 카탕가로 직접 출동시키며 촘베를 잡아들이게 한 것이다. 이에 오브라이언은 모토르 작전을 펼치는데, 작전이 잘못 되어 민간인을 학살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만다. UN에는 보고를 올리지 않았지만, 촘베 측으로 흘러들어가 자도빌 포위에 명분을 주게 된다. 하여 UN 수뇌부에서는 자도빌 전투가 별 게 아닌 일로 치부되는 한편 보다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자평하고 있었고, 퀸란의 알파 중대는 자도빌에서 끝없이 몰아부치는 용병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자도빌 파견 군사작전 실화

영화 <자도빌 포위작전>은 1961년 UN 소속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의 콩고 카탕가 주 자도빌 파견 군사작전 실화를 다룬다. 흥미로운 지점은 전술적인 현장 전투의 치밀함과 치열함을 다루는 한편, 전략적인 수뇌부의 비열함과 무능함도 비중 있게 다룬다는 것이다. 전술과 전략이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게 전쟁일진데 이들은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런 모습을 다룬 전쟁영화는 많은데, 이 영화는 오랫동안 묻혀왔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는 게 상투적이지 않은 점이겠다. 

영화 초반 별명이 카이사르인 퀸란이 말한다. "문제는 정치인은 전술을 모르고 군인은 전략을 모른다는 건데, 카이사르는 둘 다 해박했어." 부하들의 놀림감으로 치부되며 퀸란의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에피소드로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줄기를 들라면 이 대사 자체를 들겠다. 큰 그림을 그리며 전체를 아우르고 컨트롤하는 '전략'를 구상하고 실행하지만 현장에는 없는 수뇌부, 큰 그림 따위는 알 바 없고 눈앞에서 다치고 죽는 전우들의 목숨이 중요하기에 닥친 전투에서 이길 '전술'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전투원. 

역사를 움직이는 건 전략가라고들 한다. 그들은 강의 줄기를 바꾸는 길을 제시한다. 체스판의 왕 또는 여왕으로, 졸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던 이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전술가들의 실행 없이는 꿈도 꿀 수 없다. 졸들의 희생 없이는 승리가 요원하다. 서로를 이해하고 승리에의 길을 공유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지점이 생기곤 한다. 영화에선 다분히 전략을 주무르는 수뇌부의 100% 잘못이 선행되었다. 이후 잘못을 덮으려는 행동의 여파로 현장만 죽어났다. 합리적 소통은 없었고, 비합리적 명령만 있었다. "지원은 없다. 사수하라!"

깔끔하게 처리한 전투 현장

영화의 백미는 현장 전투원들이 수뇌부의 비열한 정치적 희생물이 되는 과정뿐만 아니라 전쟁물 팬들이 좋아할 만한 수준의 현장 전투 면면이다. 경험 전무한 150명이 경험 풍부한 3000명을 상대하는데, 판타지나 신화 전설에 기반하는 게 아니라 실화에 기반한다는 것이다. 스포일러일지 모르나 실화이기에 결론을 전하는데, 자도빌 전투를 치른 아일랜드 평화유지군은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고 한다. 

믿기 힘든 이 결과는 프랑스 벨기에 용병들이 숫자만 믿고 전술적 행동 없이 막무가내로 쳐들어오기만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아일랜드군의 철두철미한 전술적 행동 덕분이기도 하다. 적재적소 배치, 대장 저격, 주요 화력 집중된 후방 타격, 유인 후 대량 살상, 약간의 운과 대장의 솔선수범 등이 그들을 버티게 한 요인이다. 

영화는 전투를 매우 깔끔하게 처리해낸다. 몇몇 주연급 전투원들의 말도 안 되는 물리적 활약 또는 희생에의 정신적 활약 등이 아닌,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임무와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빚어내는 하나된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다. 실제로도 그러했을 개개의 행동과 전체의 동선을 영화는 무리없이 보여주었다. 21세기 전쟁영화에서 보기 힘든 정통한 전투 장면이었다. 실화이기에 전체적인 내용과 결과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이 전투를 알 수는 없기에, 자도빌 전투 하나만으로 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충분하다. 

영화는, 아니 실화는 다시 전투를 훌륭히 치른 이들의 사후 처리를 다룬다.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도 한데, UN과 아일랜드는 사망자 한 명 없이 용감히 싸웠지만 무기가 없어 항복할 수밖에 없었던 이들을 '자도빌의 바보들'이라고 치부한다. 훌륭한 전투 과정과 그 이면의 정치적 술수들을 완전히 묻어버리고, 본인들이 저지른 오판의 결과를 이들에게 뒤짚어씌운 것이다. 45년여가 지난 2005년 아일랜드는 비로소 이들에게 '영웅'이라는 칭호를 부여했다고 한다. <자도빌 포위작전>은 그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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