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2020 터키 챔피언스컵 우승'... 김연경과 에자즈바쉬 선수들 (2019.10.10)

'2019-2020 터키 챔피언스컵 우승'... 김연경과 에자즈바쉬 선수들 (2019.10.10) ⓒ 에자즈바쉬

 
김연경과 에자즈바쉬는 과연 8년 만에 터키 리그 왕좌에 등극할 수 있을까.

올 시즌 터키 여자배구 리그의 정규리그가 12일 새벽(아래 한국시간)에 개막했다. 김연경 소속팀인 에자즈바쉬는 12일 오후 10시 베이리크뒤쥐와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정규리그에 돌입한다.

올 시즌 정규리그도 총 12개 팀이 모든 팀과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번씩 맞붙는다. 지난 시즌 최하위 2개 팀 차낙칼레와 할크방크는 2부 리그로 강등됐다. 반면, 2부 리그 우승 팀 PTT와 준우승 팀 예실유르트가 1부 리그로 승격돼 참여한다.

12개 팀 중 무려 8팀이 터키 이스탄불을 연고지로 하고 있다. 에자즈바쉬, 바크프방크, 페네르바체,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쉬, THY(터키항공), 베이리크뒤쥐, 예실유르트가 모두 이스탄불에 몰려 있다. 이어 카라욜라르와 PTT는 앙카라, 아이딘은 아이딘, 닐뤼페르는 부르사를 연고지로 한다.

에자즈바쉬도 올 시즌 목표는 '5개 전 대회 우승'(5관왕)이다. 터키 리그는 한 시즌 동안 3개의 대회를 치른다. 터키 챔피언스컵, 터키 리그, 터키 컵 대회이다. 또한 터키 리그와 별도로 시즌 중간에 유럽 챔피언스리그,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도 열린다.

그러나 5관왕은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하고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과 유럽 챔피언스리그 2개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최고 목표라고 할 수 있다.

터키 리그도 정규리그가 끝나면, 정규리그 8위까지 참여해 최종 우승 팀을 가리는 포스트시즌을 치른다.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해야 진정한 터키 리그 우승 팀으로 인정 받는다.

에자즈바쉬는 2011-2012시즌에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터키 컵, 터키 챔피언스컵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3관왕을 달성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7시즌 동안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없다. 올 시즌에 우승을 한다면, 무려 8년 만에 터키 리그 왕좌를 탈환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에자즈바쉬는 우승이 간절하다. 이는 김연경도 마찬가지다. 김연경과 에자즈바쉬는 올 시즌이 끝나면 계약 기간이 종료된다. 자신이 있을 때 에자즈바쉬가 왕좌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게 당연하다. 더군다나 김연경 선수는 올해 에자즈바쉬의 주장까지 맡게 됐다. 아시아 선수가 유럽 등 해외 리그에서 소속팀의 주장을 맡은 것 자체가 극히 드문 일이다. 김연경의 기량은 물론, 리더십과 친화력까지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대대적인 선수 변화... 8명 나가고, 8명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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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국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에자즈바쉬가 터키 리그나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느냐만 남아 있다. 과연 그럴 만한 전력과 경기력을 갖추고 있는가가 핵심 포인트이다.

우선 선수 구성이 지난 시즌과 크게 달라졌다. 지난 시즌 에자즈바쉬에서 활약했던 선수 중 무려 8명이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8명이 새로 영입됐다.

에자즈바쉬의 현재 등록 선수는 총 14명이다. 포지션별로 살펴보면, 레프트는 김연경(192cm), 나탈리아(186츠), 한데(190cm), 살리하(185cm)가 포진했다. 라이트는 보스코비치(193cm), 멜리스 두룰(186cm)이 책임진다.

센터진은 베이자(192cm), 기브마이어(187cm), 야세민(188cm), 에르귈(190cm)로 구성됐다. 세터는 로이드(180cm), 감제(179cm), 리베로는 심게(168cm), 부세(177cm)가 맡는다.(*선수 상세 프로필은 위의 표 참조)

지난 시즌 에자즈바쉬에서 활약한 선수는 김연경, 보스코비치, 베이자, 기브마이어, 감제, 심게로 6명에 불과하다.

올 시즌 새롭게 합류한 선수는 8명이다. 그 중 나탈리아, 로이드, 에르귈, 멜리스 두룰 4명만 순수 외부 영입 선수다. 한데, 살리하, 야세민, 부세는 원래 에자즈바쉬 소속 선수다. 지난 시즌 다른 팀에서 임대 선수로 활약하다 올 시즌 에자즈바쉬의 부름을 받고 복귀했다.

한편, 지난 시즌 팀 동료였던 레프트 라슨(미국), 멜리하, 귈데니즈, 라이트 괴즈데 이을마즈, 센터 뷔쉬라, 메르베 아틀리에르, 세터 에즈기, 리베로 딜라라는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라슨은 올 시즌 중국 리그 상하이에서 뛴다. 상하이는 김연경이 2017-2018시즌에 활약했던 팀이다. 멜리하와 괴즈데 이을마즈는 에자즈바쉬의 최대 라이벌 팀인 바크프방크로 이적했다. 이어 귈데니즈는 갈라타사라이, 뷔쉬라는 베식타쉬, 에즈기는 아이딘, 메르베 아틀리에르는 카라욜라르 팀에서 활약한다.

'삼각편대를 지켜라'... 감제 세터에 주목하는 이유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지만, 에자즈바쉬는 여전히 초호화 군단이다. 특히 레프트 김연경, 나탈리아, 라이트 보스코비치로 구성된 윙 공격진은 가히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라고 할 수 있다. 3인방 모두 '세계 최고'라는 평가가 아깝지 않은 선수들이다.

김연경은 공격뿐만 아니라 수비력까지 갖춘 세계 최고의 '완성형 레프트'다. 보스코비치도 설명이 필요 없는 세계 최고의 라이트 공격수다. 두 선수의 최근 경기력이 좋다는 점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김연경은 9월 말에 끝난 2019 월드컵 대회에서 지난 시즌보다 경기력과 컨디션이 더 올라온 모습을 선보였다. 보스코비치도 9월 초 유럽선수권에서 세르비아를 우승으로 이끌고 MVP를 수상했다.

나탈리아도 세계 정상급 레프트 공격수로 브라질 대표팀의 핵심 선수다. 지난 시즌 브라질 리그에서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감독과 함께 소속팀 미나스를 4관왕으로 이끌었다. 터키 리그 우승과 MVP 수상 경력도 있다. 2016-2017시즌 터키 리그에서 김연경과 함께 페네르바체의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합작했고 MVP를 수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자즈바쉬가 올 시즌 터키 리그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거란 전망은 높지 않다. 터키 리그 페네르바체, 이탈리아 리그 이모코, 스칸디치 등 강적들이 초호화 멤버를 구성하면서 지난 시즌보다 전력이 한층 강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에자즈바쉬의 우승 여부는 라이벌 팀들의 전력 변화보다 '내부 약점'을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공격 삼각편대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 하거나, 파괴력을 떨어뜨리는 '방해 요소'가 많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세터의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 능력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에자즈바쉬는 현재 2명의 세터가 있다. 올해 영입한 미국 대표팀 주전 세터 출신의 로이드와 터키 대표팀 출신의 감제다.

그런데 감제의 활약에 특히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가 부진하면, 공격 삼각편대의 한 쪽 날개가 필연적으로 잘려나가기 때문이다.

터키 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 규정 때문이다. 터키 리그는 외국인 선수가 경기 중 코트에 동시에 3명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에자즈바쉬는 공격 삼각편대 3명이 모두 외국인 선수다. 외국인 선수인 로이드 세터가 들어가면, 공격 삼각편대 중 한 명은 코트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는 가장 큰 전력 손실 요인이다. 터키 리그 챔피언결정전이나 터키 컵 결승전 등 중요한 경기에서는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초호화 군단의 '구석기 배구'... 변해야 산다

터키 리그에서 공격 삼각편대를 제대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감제의 토스워크와 경기 운영이 하루빨리 안정화되고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문제는 감제 세터가 유럽 강팀에 어울리지 않는 '몰빵 토스'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중요한 순간에 센터진의 속공과 윙 공격수의 파이프 공격(중앙 후위 시간차 공격) 활용 빈도가 극히 적고, 보스코비치에게 토스를 몰아주는 습성이 이번 챔피언스컵 3~4세트 위기 상황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심지어 몰빵 토스마저 불안정했다. 그러면서 역전패 위기를 자초했다. 이는 지난 시즌 부진의 최대 이유였음에도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노정한 것이다.

반면 로이드 세터는 공격수들과 손발을 더 맞춰야 하는 부분이 남아 있지만, 많은 공격수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측면에서는 한 수 위의 능력을 갖고 있다. 로이드는 지난해 2018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의 주전 세터로 활약한 경험도 있다. 

중요한 국제대회나 빅리그에서 파이프 공격과 센터 속공 등 공격 다변화 없이 단조로운 경기 운영을 하는 팀은 결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없다. 이는 최근 세계 배구 흐름과 결과들이 넘치도록 증명해준 사실이다.

그런 팀은 많이 앞서가도 언제든지 역전패를 당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토털 배구를 바탕으로 스피드 배구'를 구사하는 팀이나, 장신 센터진의 속공이 강한 팀에게는 더욱 그렇다. 그런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속수무책으로 패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배구 전문가들조차 에자즈바쉬의 경기 스타일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모든 포지션에 좋은 선수들을 갖춘 초호화 군단이 왜 그런 '구석기 시대 배구'를 하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이는 감독의 전술 운용과 지도력과도 관련되는 문제이다. 팀이 공격 다변화를 통한 스피드 배구를 구사할 수 있도록 조직력을 다져야 할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 그것이 현대 배구에서 요구되는 감독의 능력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클럽 세계선수권 대회는 로이드 세터와 공격 삼각편대를 모두 동시에 가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에자즈바쉬의 왕좌 탈환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김연경의 올 시즌 터키 리그 결말은 과연 해피엔딩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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