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라울 역의 맷 레이시(좌),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중)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우)


라울 역의 맷 레이시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오페라의 유령> 라울 역의 맷 레이시(좌),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중)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우) 라울 역의 맷 레이시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 에스앤코

 
오페라 하우스 지하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숨어 사는 흉측한 유령, 천재 프리마돈나 크리스틴, 크리스틴을 사랑하는 귀족 청년 라울의 사랑이야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는 이제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작품이다. 월드투어를 하고 있는 오리지널 팀이 2012년 25년 기념 내한 공연 이후 7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오리지널 팀은 지난 2월 마닐라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텔 아비브, 두바이에 이어 한국의 부산, 서울, 대구, 3개 도시로 향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1986년 런던, 1988년 뉴욕에서 초연돼 전 세계 41개국 81개 도시에서 1억 4천 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에서 30년 이상 연속 공연되고 있는 유일한 작품으로 '브로드웨이 최장기 공연' 기네스북 기록, 브로드웨이 최초 13000회 공연 달성, 토니상, 올리비에상 포함 전세계 메이저 어워드 70여 부문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흥행 돌풍을 이었다. 2001년 12월 한국어 첫 번째 공연은 24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뮤지컬 산업화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인터내셔널 투어로 2005년에도 오리지널 팀이 내한했고 19만 명의 관객이 공연을 즐겼다. 2009년 두 번째 한국어 공연은 11개월 동안 33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고, 2012년 25주년 기념 공연으로 찾아온 공연 역시 매진 행렬을 이었다.
 
 <오페라의 유령> 음악감독 데이빗 앤드루스 로저스(좌)협력연츨 라이너 프리드(우)

<오페라의 유령> 음악감독 데이빗 앤드루스 로저스(좌)협력연츨 라이너 프리드(우) ⓒ 에스앤코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유령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 라울 역의 맷 레이시, 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 음악감독 데이빗 앤드루스 로저스가 자리해 작품에 대한 소회를 나누었다.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바람 은 그것 뿐'(All I Ask of You)등 다수의 곡이 관객들의 혼을 빼 놓는다. 이렇게 사랑을 받는 음악의 비결은 무엇일까.
 
"<오페라의 유령> 음악은 정말 사랑을 위해 썼다는 느낌을 준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선물을 고르는 것 같은 진심이 담겨있고, 이는 곧 사랑받는 힘이 된 것이다. 선입견 없이 진심 어린 음악을 담는 음악감독의 진실성이 작품에 잘 녹아든 거 같다."(조나단 록스머스)

"작품에 나오는 음악이 심플하고 단순한 편이다. <오페라의 유령>을 본 분이라면, 한 소절은 흥얼거리면서 극장 밖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친숙하면서, 복합적인 요소가 있다. <오페라의 유령>처럼 30년이 넘게 시대를 불문하고 친숙하게 많은 곳에서 불리는 뮤지컬음악도 없을 것이다. 작품 안에서 스토리라인이 깨지지 않으면서 음악 역시 힘을 갖는다는 점이 놀랍다."(라이너 프리드)
 
<오페라의 유령>는 그간 스타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이번 유령 역을 맡은 조나단 록스머스는 '역대 최연소 유령'이자 웨버의 작품에서 6번이나 주연을 맡았다. 브로드웨이 월드 어워즈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으며, 남아공을 비롯한 전세계 무대에서 <미녀와 야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시카고> <스위니 토드> 등의 작품에 출연했다.

2012년에 이어 두 번째 내한한 크리스틴 역의 클레어 라이언은 웨버의 뮤즈로 떠오르며, 아름답고 청아한 목소리로 '크리스틴 그 자체'라는 찬사를 받은 배우다. 라울 역의 맷 레이시는 브로드웨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로 평가받았다. 이 배우들이 <오페라의 유령>에 임하는 마음을 들어봤다. 작품이 배우들에게 준 영향 또한 적지 않았다.
 
"작품 안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수많은 고민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지금은 이렇게 좋은 공연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특권이라고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앞서 젊은 층에 어린, 낭만적인 인물을 많이 맡았는데, 라울을 맡으면서 제 삶의 경험도 부여, 연기 층도 늘려가고 있다. 매일이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고 있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무대에 오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맷 레이시)
 
"<오페라의 유령>은 어렸을 때 보고 마음속에 남아있는 작품이다. 음악이 익숙해질 때까지 듣고 또 들었고, 포스터를 보면서 '저거다' '내가 꼭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다. 연기와 노래 말고는 다른 장래희망이 없었던 것 같다. 내 삶의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고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을 처음 온 두 분과 함께 하는데 분명 한국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부산에서도 공연하게 되는데 굉장히 기대에 차있다." (클레어 라이언)
 
"많은 작품을 보며 우리 작품을 떠올릴 수 있지만, 우리 작품을 보고 다른 작품을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다른 작품도 했었는데, '어떻게 살아가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은 <오페라의 유령> 외에는 없었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천진난만하게도, 작품을 처음 보고 '나도 할 수 있는데'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다음에는 '내가 해야 돼'라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면서 집착에 가까운 꿈을 꾸게 됐다. 작품하기 전에도 이미 작품에 대한 농도가 깊었는데, 하면서 더 깊게 느끼고 있다. 역할 자체가 '꿈'이었다. 유령 역을 맡으면서 꿈이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많은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만나지 못할 것이다."(조나단 록스머스)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 에스앤코

 
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는 작품에 대해 '마법'이라고 평했다. 그 '마법'에는 많은 창작진의 노고 뿐 아니라 연출 해럴드 프린스가 있었다고. 해럴드 프린스는 <오페라의 유령> 뿐 아니라,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에비타> <스위니 토드> 등 전 세계에서 성공한 뮤지컬로 꼽히는 작품의 연출을 맡았다.
 
"많은 분이 <오페라의 유령>의 성공비결을 물어봤다. 난 '마법'이라고 답한다. 작품을 위해 많은 사람이 하나의 자아로 뭉쳐지는 지점이 바로 '마법' 아닐까.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담소 나누듯 가볍지 않았다. 마찰과 충돌 때문에 서로의 목소리를 내세우는 일이 엄청 잦았다. 하지만 작품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하나로 합쳐졌기 때문에 마법이 통할 수 있었다. 특히, 두 달 전에 작고하신 연출 해럴드 프린스 언급안 할 수 없다. 그는 분분한 요소를 붙이는 접착제 같은 역할을 했다. 전설 같은 분이다. 그의 천재성은 아무리 말해도 부족할 것이다. 훌륭한 선장이자 건축가라고 생각한다. 영화나 소설을 읽고 보는 것은 쉽지만 뮤지컬 화법으로 해석하는 방법은 쉽지 않다. 그걸 해낸 분이다. 그가 있었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뛰어난 분들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마법이 펼쳐진 것이다."(라이너 프리드)
 
라이너 프리드 협력연출은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며 애정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다시 휘어잡을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빌리엘리어트>로도 한국에 왔다. 한국에 와서 한국 분들의 열정을 느꼈다. 20년 동안 한국 관객들과의 깊어진 열정을 존중한다. 바람을 피운 연인이, 원래의 연인으로 돌아가듯, 다른 작품에 눈을 돌렸던 관객들도 <오페라의 유령>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믿는다. 하늘이 맺어준 천생연분처럼 말이다. 이번 만남도 기대된다." (라이너 프리드)
 

음악감독 데이빗이 생각하는 <오페라의 유령>의 숨은 명곡은 무엇일까. 그는 창작진들의 만족감을 함께 전했다.
 
"작품 안 곡들을 이미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곡들이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많은 곳에서 불리고 있다. 극 중 극장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 있고, 크리스틴은 유령의 은신처에 있는 장면이 있다. '매니저 신'인데, 인물들의 서로 다른 상황과 목적을 목소리로 풀어낸다. 스토리텔링이 복잡한데, 왈츠와 멜로디가 정말 아름답다. 나처럼 복 받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다. 이처럼 훌륭한 배우들, 이 창작진들과 음악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내게 도전이자, 선물이다."(데이빗 앤드루스 로저스)
 
7년 만에 한국 관객들을 다시 찾는 <오페라의 유령>. 세 배우는 7년이라는 시간에 대해 각기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기도 했다. 7년 전에 이번 공연, 그리고 7년 뒤의 공연을 향한 고심이었다.
 
"개인사를 반영하면서 캐릭터를 분석하게 된다. 유령 역의 체력소모가 엄청나다. 라울과 크리스틴이 마라톤을 한다면, 유령은 100m 달리기를 하다가 튀어나가는 듯하다. 7년 뒤를 생각하면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는 생각도 한다. 이렇게 기한을 생각하게 돼 더 치열하게 무대에 오를 수 있다. 7년 뒤에도 지금처럼 할 수 있게, 열심히 임하고 있다." (조나단 록스머스)

"우리 개인 뿐 아니라 공연계도 7넌 전과 달라졌다. 매번 새롭고,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 역시 작품을 또 보게 되는 것 같다. 그날 기분에 따라 캐릭터 농도가 달라질 수 있고, 작품이 달라 보일 수 있다. 이같은 라이브 공연에 대한 묘미를 잘 전달하는 게 7년 만에 돌아온 소감이다. 서로가 자신의 감정을 고집하는 것처럼, 모두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낸다면, 새로운 관객과 호흡하는 것도 잘 되지 않을까. 7년 전에 한국에 왔을 때 얼마나 다양한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문화가 있는지 느꼈고, 귀국해 가족들에게 입이 닳도록 얘기했다. 한국에서 취미도 만들었고, 단골 음식점도 있다. 두 배우와 찜질방도 갈 생각이다. 앞으로 만날 열정 많은 한국 관객들이 기대된다." (클레어 라이언)
 
"페이스 조절하는 게 쉽지 않은데 경험 안에서 배우고 있다. 삶의 균형을 맞추고, 공연 하는 날은 전날 어떤 음식을 먹을지, 어떻게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지에 대해 등, 많은 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맷 레이시)

 
명장면이 많은 <오페라의 유령>. 세 배우가 꼽은 작품의 명장면은 무엇일까.
 
"감정을 자제해야 할 장면이 있고, 감정을 한껏 드러내야 하는 장면이 있다. 감정을 폭발하는 장면도 있다. 마지막에 다 같이 부르는 곡 중에 매번 부를 때마다 소름 돋는 곡이 있다. 모두가 공연을 관람하고 소름이 돋았으면 좋겠다." (클레어 라이언)
 
"클레어가 말한 마지막 장면에 동의한다. 두 세시간 줄다리기 싸움을 하는 듯한 감정을 끌어오면서 기승전결을 이어오다가 에너지를 폭발하며, 감정을 풀어낼 때의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맷 레이시)
 
"어렸을 때부터 마음을 키워오던 라울과 크리스틴의 사랑 장면이다. 관객들이 유령을 나타나길 기다리는 표정을 볼 수 있다. 약 7분 동안 거울 뒤에 숨어서 관객들의 표정을 보고 있다. 내 등장을 알던, 모르던 재밌을 것이다." (조나단 록스머스)

 
 <오페라의 유령>

<오페라의 유령> ⓒ 에스앤코

 
오리지널 내한 팀이지만, 한국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기에 더 뜻깊다고 협력연출 데이빗 앤드루스 로저스는 설명을 이었다. 
 
"오케스트라의 11명이 한국 연주자다. 과반수 이상이다. 퍼스트 바이올린도 한국분인데, 그의 자매가 첼로 연주까지 맡게 됐다. 국제적인 무대지만, 한국 분들도 많다." (데이빗 앤드루스 로저스)
 
이번 월드투어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세트 속 파리 오페라 하우스는 무대 디자이너 마리아 비욘슨이 꼼꼼한 고증을 통해 만든 것이다. 또 230여 벌의 의상이 무대를 뒤덮는다. 거대한 샹들리에 역시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다. 이 외에도 볼거리, 즐길거리라 다양한 <오페라의 유령>에 협력연출 라이너 프리드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에 보실 때에도 신선하게 보일 것이다. 1등급 배우들과 공연 이어가게 돼 기대하고 있다. 불이 나기 전부터 연기가 나지 않나. 죄송한 말씀이지만, 작품의 어느 부분이 훌륭하다고 '콕' 집어 말하기 쉽지 않다. 7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기술' 적인 부분이다. 다문화 예술가들이 함께 발을 담갔다. 이들이 하나되는 힘이 있다. 관객들이 이 '하나가 되는 힘'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 (라이너 프리드)
 
<오페라의 유령>은 오는 12월 13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내년 3월 14일부터 6월 2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2020년 7월부터 8월까지 대구 계명아트센터에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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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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