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는 프로 원년 우승을 포함해 통산 3번의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다. 인여자부에서 삼공사보다 더 많은 챔프전 우승을 경험한 팀은 지난 시즌 통산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뿐이다. 게다가 흥국생명은 4번의 우승 중 3번을 '사기유닛' 김연경(엑자시바시)과 '꽃사슴' 황연주(현대건설 힐스테이트)이 함께 뛰던 시절에 차지한 것이다.

하지만 인삼공사에게는 '명가' 혹은 강호의 이미지가 약하다. 3번의 챔피언이라는 영광 뒤에는 5번의 최하위라는 불명예도 함께 공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투자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인삼공사는 외부에서 스타 선수를 영입한 적이 거의 없고 김해란(흥국생명)이나 백목화(IBK기업은행 알토스) 같은 내부 FA와의 협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시즌에도 인삼공사는 여전히 약체로 꼽힌다. 하지만 인삼공사는 '꼴찌후보'라는 평가를 들었던 2013-2014시즌과 2016-2017시즌에도 돌풍을 일으키며 봄 배구 무대를 밟았던 '도깨비 팀'이다.이번 시즌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의 세계적인 공격수 발렌티나 디우프를 앞세운 인삼공사는 또 한 번 코트에서 큰 이변을 준비하고 있다.

알레나 부상 이탈 후 속절없는 19연패, 신예들 성장은 수확
 
 최은지는 이적 첫 시즌 360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최은지는 이적 첫 시즌 360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았다.ⓒ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는 지난 2016-2017 시즌 대체 선수로 들어와 득점왕을 차지한 '신데렐라' 알레나 버그스마의 맹활약에 힘입어 세 시즌 만에 봄 배구 진출에 성공했다. 주전 윙스파이커 백목화,이연주와의 FA협상결렬로 최악의 시즌을 보낼 거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으며 이변을 연출한 것이다. 한수지(GS칼텍스 KIXX)는 세터에서 센터로 포지션 변경에 성공했고 신인왕을 차지한 윙스파이커 지민경의 활약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2016-2017 시즌이 끝나고 수비의 핵심이었던 김해란 리베로가 흥국생명으로 떠나면서 인삼공사의 팀 전력은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인삼공사는 2017-2018 시즌 알레나가 득점 부문에서 2시즌 연속 1위에 오르고 한수지와 한송이가 중앙에서 고군분투했음에도 3위에서 5위로 떨어지고 말았다. 프로 2년 차를 맞아 성장이 기대된 지민경이 루키시즌 176득점에서 2년 차 시즌 57득점으로 심각한 '소포모어 징크스'에 시달린 것이 치명적이었다.

적은 투자에 많은 비판을 받던 인삼공사도 2017-2018 시즌이 끝나고 드디어 투자를 시작했다. 내부FA 한수지와 3억 원에 FA계약을 체결했고 뛰어난 재능을 인정 받으면서도 출전 기회가 없던 FA 최은지를 영입했다. 그리고 최은지는 작년 컵대회에서 결승전 32득점을 포함해 5경기에서 113득점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MVP에 선정됐다. 2017년 강소휘(GS칼텍스)에 이어 또 한 명의 '컵대회 스타'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인삼공사의 노력들은 2018-2019 시즌의 성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초반 10경기를 치를 때까지만 해도 5승 5패로 5할 승률을 유지하며 초반 순위싸움을 이어가던 인삼공사는 주포 알레나가 부상을 당하며 속절 없이 추락했다. 실제로 인삼공사는 역대 프로스포츠 6위에 해당하는 19연패를 당하는 믿기 힘든 부진을 겪은 끝에 프로 출범 후 5번째 최하위에 머물렀다.

악몽 같았던 지난 시즌 수확이 있었다면 신예 선수들이 쌓은 '경험'이었다. 실제로 서남원 감독은 연패가 길어지자 신인 박은진과 이예솔을 비롯해 고민지, 하효림 등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센터 박은진은 시즌 후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를 보였고 이예솔 역시 원포인트 서버와 조커로서 높은 활용가치를 증명했다. 물론 풀타임 첫 시즌 360득점을 올리며 인삼공사의 토종 에이스로 자리 잡은 최은지의 활약도 뻬놓을 수 없다.

'평균 191.3cm' 꿈의 삼각편대 구성, 루키 정호영에 달려 있다
 
 한 달 반 동안 두 번의 이적을 경험한 염혜선 세터는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주전세터로 활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 달 반 동안 두 번의 이적을 경험한 염혜선 세터는 이번 시즌 인삼공사의 주전세터로 활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배구연맹

 
인삼공사는 한수지의 센터 변신 이후 이재은 세터가 세 시즌 연속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재은 세터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은퇴를 선언했다. 백업세터 하효림과 이솔아는 풀타임 경험이 전무한 신예들. 인삼공사는 지난 5월 트레이드를 통해 주전센터 한수지를 GS칼텍스로 보내고 염혜선 세터와 중앙공격수 이영을 영입했다. 팀 내 최고연봉선수를 보내야 할 만큼 이재은 세터의 빈자리가 컸던 것이다.

2008년 현대건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염혜선 세터는 2010-2011시즌부터 2013-2014 시즌까지 네 시즌 연속 세터상을 받았을 정도로 검증된 세터다. 염혜선은 2017년 기업은행으로 이적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표승주의 보상선수로 GS칼텍스에 지명됐다가 곧바로 트레이드를 통해 인삼공사의 유니폼을 입었다. 기업은행에서 맘고생이 심했던 염혜선은 인삼공사에서 주전 세터로서 충분한 기회를 보장 받을 전망이다.

인삼공사는 지난 세 시즌 동안 함께 했던 알레나와 결별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했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지명권으로 202cm의 장신 공격수 디우프를 지명한 것. 이탈리아 국가대표 출신의 디우프는 드래프트 제도에서는 영입하기 힘든 레벨의 선수로 평가 받았을 만큼 명성이 높은 선수다. 디우프는 컵대회에서도 5경기에서 129득점(평균 25.8득점)을 기록하며 'V리그 폭격'을 위한 예열을 마쳤다.

김연경 이후 오랜만에 등장한 190cm의 신장을 가진 신인 윙스파이커 정호영의 활약 여부도 배구팬들의 큰 관심이다. 축복 받은 하드웨어에 비해 아직 기본기와 파워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잠재력 만큼은 단연 역대급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약 정호영이 서브 리시브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면 서남원 감독은 디우프-최은지-정호영으로 이어지는 평균신장 191.3cm의 V리그 최장신 삼각편대를 가동할 수 있다.

서남원 감독은 부임 후 첫 시즌에 팀을 봄 배구로 이끈 후 최근 두 시즌 동안 인삼공사의 5위, 꼴찌 추락을 막지 못했다. 그럼에도 인삼공사는 서남원 감독을 재신임했다. 새 외국인 선수와 새로운 주전 세터, 그리고 한층 젊어진 선수들과 함께 팀을 재건해 보라는 의미. 그리고 서남원 감독은 2014-2015 시즌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에서 그랬고 2016-2017 시즌 인삼공사에서 그랬던 것처럼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이번 시즌 '조용한 반란'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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