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18년 만에 작품화 배우 정재광, 천우희, 유태오와 전계수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버티고>는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주인공과 유리창 밖의 로프공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10월 개봉.

배우 정재광, 천우희, 유태오와 전계수 감독이 지난 9월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정민

 
"21세기 초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그 안에서 겪는 고통을 현실 그대로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1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영화 <버티고> 언론배급 시사회에서 전계수 감독은 이같이 말했다. 

영화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매일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30대 직장인 서영(천우희 분)의 일상을 그린다. 전계수 감독은 "<버티고>는 일반적인 영화들처럼 서사의 단단함에 기대는 작품은 아니다. <버티고>는 감각을 상실한 여성, 감각을 상실한 현대인이 생의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영의 감각이 조금씩 부서지고, 서영이 발 딛고 있는 지반 자체가 흔들리고 서영이 감각하는 세계 자체가 왜곡된다. 서영에게 들리는 감각과 감정의 리듬으로 영화를 만들려는 무모한 욕심을 부렸다. 이런 식의 시도가 (관객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굉장히 궁금하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상당 부분은 전계수 감독이 3년여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모티브로 했다. 전 감독은 "직장생활을 했던 3년가량의 경험, 그때 느꼈던 감정으로 영화의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영화 속 배경이 제가 다니던 직장환경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제가 직장생활할 때 만난 상사, 동료에게서 모티브를 가져온 캐릭터가 (영화에) 꽤 많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다. <버티고>는 직장인 여성이 겪을 법한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과 사회 문제를 보여준다. 이에 대해 전 감독은 "주인공을 남성으로 하면 (스스로) 객관성을 잃을 것 같다는 우려도 들었다. 여주인공 서영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섬세했으면 했다. 같은 나이의 젊은 직장인 여성으로 가야만 좀 더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버티고' 천우희, 건강한 미소 배우 천우희가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버티고>는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주인공과 유리창 밖의 로프공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10월 개봉.

배우 천우희가 지난 9월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이정민

 
계약직 디자이너 서영은 이진수(유태오 분) 차장과 비밀 사내 연애 중이다. 그러나 서영은 진수와의 관계를 불안정하다고 느끼고 있다. 또한 회사에서도 재계약 시즌이 다가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천우희는 서영 캐릭터에 대해 "(서영 주변의) 관계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주변 인물들과 서영 사이에 줄이 하나씩 달려 있는 느낌이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회사든, 그 줄이 하나하나 끊기면서 서영이는 어떻게 보면 낙하하는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초청작 <레토>를 통해 주목받았던 유태오는 이번 영화에서 서영의 연인이자 뛰어난 업무 실적으로 사내에서 두루 신뢰를 얻고 있는 인기남 진수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유태오는 "<접속> <편지> <약속> < 8월의 크리스마스 > 등 우리나라의 정서가 담긴 멜로를 좋아한다. 제가 좋아하는 감수성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했다. 

지난 2016년 제42회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난이대>로 독립스타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한 정재광은 서영의 회사 고층외벽을 청소하는 로프공 관우 역을 맡았다. 정재광은 "고층 빌딩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소방대원 훈련을 2주간 받았다. 영화 촬영이지만 제대로 배워야겠다 싶었다. 그 과정에서 인물에 빠져드는 포인트를 찾았다"며 "(관우는)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 같은 인물이다. 천사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전계수 감독은 영화 제목 <버티고>에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자 했다고 고백했다. 전 감독은 "현기증이라는 의미도 있다. 또 비행 용어 중에 '버티고'라는 용어가 있다. 회전을 할 때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지 순간 감각을 상실하는 비행 착각을 '버티고'라고 부른다. 중력을 잃고 균형을 상실한 감각인데, 극중에서 서영이 겪는 증상이다. 순수 우리말로 그 증상 자체를 버티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한국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여러 의미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고백했다.
 
'버티고' 유태오, 주목받는 배우 배우 유태오가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버티고>는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주인공과 유리창 밖의 로프공의 시선을 통해 서로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현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아픔을 담은 작품이다. 10월 개봉.

배우 유태오가 지난 9월 18일 오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버티고>> 제작보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정민

 
극중에서 서영은 여러 남성들에게 반복해서 상처를 받는 인물이다. 어릴 적 아빠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가 하면, 연인 진수에게서도 안정을 찾지 못한다. 또한 회사의 다른 남자 상사들에게도 상처를 받는다. 전계수 감독은 "영화를 구상하면서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 구도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21세기 현대 사회 여성들의 고충을 현실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고층건물은 남성적인 프레임이고, 하늘까지 닿으려는 욕망이 있다. 또 외부와 단단하게 분리돼 있다. 그 안의 회사 질서도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이다. 거기서 정직원도 아니고 계약직이라는 아슬아슬한 신분을 유지하는 여성은 (극중에서) 사방에 포위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를 남성성과 대비시킬 때 더 극적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했다. 의도한 건 아닌데, 무의식적으로 그런 것 같다.

대중문화 콘텐츠에서 주체적인 여성이 많이 등장하고 있고 그걸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초 한국사회는 여전히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이 안에서 (여성이) 겪는 고통과 현실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냉정한 시선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전계수 감독)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