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전주 KCC 장신가드 정창영(31·193cm)이 시즌초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창원 LG 세이커스에 지명되었던 그는 좋은 사이즈를 갖춘 장신가드로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매시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른바 '노망주(노장+유망주)'로 불리기도 했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그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던 LG는 정창영을 포기했고 FA를 통해 KCC로 둥지를 옮기고 말았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정창영과 KCC의 궁합은 상당히 좋아 보인다. KCC는 약체로 분류되던 예상과 달리 시즌초 탄탄한 조직력을 선보이며 2승 1패로 순항중이다. 개막전에서 우승후보 SK를 연장접전 끝에 잡아낼 때만해도 이변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많았으나 에이스 이정현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삼성을 압도적인 내용으로 완파하며 다크호스의 이빨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또 다른 우승후보 DB를 상대로 분패하기는 했으나 시종일관 접전을 펼치며 박수를 받았다. DB는 윤호영(35·197㎝)-김종규(28·207㎝)-치나누 오누아쿠(23·208㎝)로 이어지는 막강한 3-4-5번 라인업을 구축해 전통의 팀컬러인 '원주 산성' 재구축에 성공한 상태다. 칼렙 그린(34·203.3cm) 또한 장신 기술자로서 DB의 외국인 파워에 힘을 더하고 있다.

반면 KCC는 확실한 국내빅맨 자원이 없는지라 포스트에서의 약점이 크다. 조이 도시(36·206㎝), 리온 윌리엄스(31·197㎝) 또한 타팀 외국인 선수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혹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빠른 농구를 구사하며 경기 내내 DB를 어렵게 했다. 이같은 시즌 초 KCC 돌풍에는 가드진에 새롭게 합류한 정창영의 지분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전주 KCC 앞선의 키플레이어로 떠오른 정창영

전주 KCC 앞선의 키플레이어로 떠오른 정창영ⓒ 전주 KCC

 
전창진 매직, 노망주 정창영을 살려내다
 
정창영이 합류한다고 했을 때 KCC팬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창영은 LG시절부터 아쉬운 모습을 반복하며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가드 포지션에 잉여전력이 추가됐다는 혹평까지 쏟아졌다. 현주엽 LG 감독은 당시 정창영을 키워보려고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해줬지만 결국 플레이오프에 들어서는 포기하고 말았다.

정창영은 정작 농구선수보다 가까운 이들로 인해 유명세를 더 탔다. 정창영은 아버지가 과거 현대전자 출신 정해일이고 어머니는 전 국가대표 배구선수 김영숙이다. 누나는 전 금호생명 농구선수 정안나다. 지난해 5살 연상인 애프터 스쿨 정아와 결혼하며 화제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정창영은 출발이 좋다. 아직 시즌 초이기는 하지만 약체로 평가받던 KCC의 앞선에 힘을 실어주며 팀 상승세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지난 삼성전에서는 27분간 뛰며 11득점, 4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로 팀 승리를 진두지휘했다.

지난 시즌까지 KCC 1번 라인은 양적으로는 풍부하지만 가성비와 조화적인 부분에 있어서 아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전태풍(39·178cm), 신명호(36·183cm), 이현민(36·173cm), 유현준(22·178cm) 등은 시너지효과가 만들어지기 쉽지 않은 구성이었다. 전태풍, 이현민, 신명호 등 노장들은 전성기가 훌쩍 지난 상태이며 유현준은 즉시 전력감으로 준비가 덜 되어있는 상태였다. 확실한 주전 1번을 정하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젊은피 권시현(23·180cm) 등을 포함해도 전체적 신장이 매우 낮은지라 제대로 된 수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KCC와 상대하는 팀은 장신가드 혹은 발 빠르고 활동량 좋은 가드를 앞세워 약점을 노렸다. 그러다보니 KCC는 앞선에서부터 균열이 생기며 수비 조직력이 무너지기 일쑤였다.

그나마 신명호 정도가 수비가 제대로 되는 가드 자원이었지만 익히 잘 알려진 대로 슈팅능력이 지나치게 떨어지는지라 오랜 시간 기용에 어려움이 많았다. 과거 허재 감독 시절 신명호, 임재현, 강병현으로 이어지는 '들개군단'의 수비를 기억하는 팬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득점, 패싱 플레이는 둘째 치고 수비에서부터 먼저 무너지는지라 2번 이정현의 부담이 증폭됐다.

신임 전창진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1번 라인에 대대적 변화를 줬다. 전태풍, 이현민 등 발 느린 노장을 포기하고 젊은 피 유현준을 적극적으로 키우는 한편 정창영, 박성진을 데려와 변화를 시도했다.

전감독은 정창영을 뜯어 고치려 하기보다는 잘하는 부분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LG시절 정창영은 게임리딩은 물론 상황에 따라 3번 수비까지 맡았다. 하나도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과도한 부담이 될 수도 있었다.

KCC에서의 1번 정창영은 특유의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끊임 없는 에너지를 보여주며 누구보다도 부지런히 코트를 누비고 있다. 193cm의 장신가드가 활발하게 뛰어주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적지 않은 압박이 가능하다. 이른바 '꼬꼬마 라인업'으로 불리던 단신 1번진을 감안했을 때 상대팀의 장신가드를 막아낼 수 있는 카드가 생긴 것 만으로도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팀내 에이스이자 주전 슈팅가드인 이정현과의 호흡도 좋다. 이정현은 빼어난 득점력 못지않게 패싱게임에 능한 전천후 플레이어다. 이정현이 있기에 정창영은 리딩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고 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정현 역시 정창영이 앞선 수비부담을 덜어줌으로서 공격에 더 힘을 쏟을 수 있다. 서로간 시너지 효과가 잘맞는 1, 2번 콤비다.

KCC는 골밑높이가 타팀에 비해 떨어진다. 그런 상황에서 정창영, 이정현(32·191cm), 송교창(23·201cm)으로 이어지는 KCC 장신 앞선은 공수에서 훌륭한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단순히 큰 것만이 아닌 1, 2, 3번 모두가 외곽슛과 기동력을 갖추고 있어 손발이 맞아갈수록 더욱 위력을 떨칠 것으로 전망된다.

KCC 관계자는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감독님이 바뀐 후 선수단내에 자율적으로 훈련하는 바람이 불어왔다"며 "정창영 역시 누구보다도 열심히 시즌을 준비한 만큼 그동안과는 달라진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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