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여성들이 38년간 닫혀 있던 문을 열고 '금녀(禁女)의 땅' 축구장에 발을 내딛었다.

이란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0시 30분(한국시간) 테헤란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FIFA 월드컵 카타르 아시아지역 2차 예선 C조 2차전 캄보디아와 경기에서 14-0으로 승리를 거뒀다.

사실 이날의 승부는 이란이 캄보디아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내포한 경기였다.

이란은 오랜 기간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불허했다. <알자지라>를 비롯해 세계 주요 언론들은 이란이 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 "여성의 경기 관람을 허용했다"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무려 38년만의 일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2년 뒤인 1981년부터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전면 금지했다.

캄보디아전을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란 여성 관람객은 3500명가량이다. 8만여 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의 규모를 생각하면 극히 일부의 여성 관람객이 경기장에 입장한 것이지만, 공식적으로 경기장에 출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란이 단단한 벽을 허문 이유는 한 여성 축구 팬의 희생에서 기인한다. 지난 3월 이란의 프로팀 에스테글날 FC 팬인 사하르 호다야리는 경기 관람을 위해 경기장을 찾았지만, 여성이란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했다.

단순한 입장 거부를 넘어 이로 인해 구속된 후 보석으로 풀려난 호다야리는 지난 9월 경기장 입장과 관련된 재판을 앞두고 법원 앞에서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결국 호다야리는 사망했고, 전 세계 언론들은 그를 '블루걸(에스테글랄의 상징색이 파란색)'이라 부르며 애도와 함께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이란 축구계와 여성 인사들을 중심으로 통렬한 반성이 이어진 결과가 캄보디아전이다.

FIFA(국제축구연맹)의 강력한 압박도 주효했다. FIFA는 이란이 여성의 경기장 출입을 허락하지 않으면 월드컵 출전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고 계속해서 으름장을 놨다.  

FIFA의 사회적·교육적 역할과 관련해 책임을 맡고 있는 조이스 쿡(Joyce Cook)은 경기 전 영국 언론 BBC SPORT와 인터뷰에서 "이 경기는 단순한 경기가 아니다. 우리는 이 경기에 눈을 떼지 않을 것이다"라며 이란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이란과 함께 중동 축구의 거인을 자처하는 사우디우라비아도 여성의 축구장 입장을 공식적으로 허용했다. 이번에 이란도 축구장의 여성 출입을 허용하면서 이슬람권 축구계의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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