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만큼 값진 챔피언 결정전과 봄 배구 진출을 기준으로 한다면 V리그에는 삼성화재 못지 않은 명문팀이 또 있다. 바로 실업배구 시절부터 삼성화재의 유일한 라이벌을 자처했던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다. 현대캐피탈은 통산 4번의 챔프전 우승을 포함해 총 11번이나 챔프전에 진출했다. 현대캐피탈이 봄 배구에 나가지 못한 시즌은 외국인 선수 리버맨 아가메즈가 부상으로 중도이탈한 2014-2015 시즌뿐이었다(삼성화재는 봄 배구 탈락 2회).

최근 네 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한 '디펜딩 챔피언'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다. 몇몇 선수들이 군에 입대했지만 주전 선수들의 전력은 대한항공 점보스와 함께 가장 강하다는 평가. 과연 현대캐피탈은 김호철 감독 시대였던 2006~2007년 이후 10년 넘게 이루지 못한 연속 시즌 우승을 달성하면서 새 왕조를 세울 수 있을까.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부임 이후 4연속 챔프전 진출과 우승 2회
 
 전광인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 '이적의 이유'를 증명했다.

전광인은 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며 MVP에 선정, '이적의 이유'를 증명했다.ⓒ 한국배구연맹

 
2010년대 현대캐피탈의 전성기는 현역시절 '컴퓨터 세터'로 이름을 날리던 최태웅 감독의 부임과 함께 시작된다. 현역 시절에도 뛰어난 토스워크는 물론 동료들을 살릴 줄 아는 리더십을 갖춘 세터로 명성이 자자했던 최태웅 감독은 2015년 현역 생활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현대캐피탈의 사령탑이 됐다. 물론 당시만 해도 지도자  경력이 전혀 없는 최태웅 감독이 곧바로 감독이 된 것은 너무 빠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최태웅 감독의 배구 철학은 특정 선수에게 의존하지 않는 '유럽식 스피드배구'였다. 이는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에 크게 의존하던 기존 V리그의 트렌드(?)를 역행하는 파격적인 전략이었다. 하지만 최태웅 감독은 전 시즌 봄 배구조차 나가지 못한 현대캐피탈을 챔프전 준우승으로 이끌며 스피드 배구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2016-2017 시즌에는 대한항공을 꺾고 부임 2년 만에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은 2017-2018 시즌 대한항공과의 챔프전 리턴매치에서 1승 3패로 패했다. 외국인 선수 아르파드 바로티 대신 영입한 안드레아스 프라코스의 파괴력으로는 대한항공의 미차 가르파리니에 대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에 현대캐피탈은 FA시장에서 국가대표 윙스파이커 전광인을 영입했고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전 시즌 득점왕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지명하며 공격력을 강화했다.

한층 젊고 강해진 라인업으로 세 시즌 연속 챔프전에서 대한항공을 만난 현대캐피탈은 3연승을 거두며 징검다리 우승을 차지했다. 파다르는 팀 공격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을 덜었음에도 득점 4위(801점), 서브 1위(세트당 0.77개)에 오르며 변함없는 위력을 뽐냈다. 이적생 전광인도 공격성공률 5위(52.97%)에 오르는 순도 높은 공격과 함께 챔프전 3경기에서 55.13%의 성공률로 55득점을 올리며 챔프전 MVP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지난 시즌 누구보다 최태웅 감독을 기쁘게 한 선수는 부쩍 성장한 이승원 세터였다. 전광인 영입 과정에서 주전이었던 노재욱 세터(우리카드 위비)가 이적한 후 주전의 부담을 떠안으며 적잖은 기복을 보였던 이승원 세터는 챔프전에서 안정되면서도 과감한 토스워크로 현대캐피탈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태웅 감독 역시 우승이 결정된 후 인터뷰에서 이승원을 떠올리며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득 담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파다르 대신 에르난데스, 연속 우승 위한 준비는 끝났다
 
 에르난데스가 지난 시즌의 위력을 유지한다면 현대캐피탈은 파다르의 공백을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에르난데스가 지난 시즌의 위력을 유지한다면 현대캐피탈은 파다르의 공백을 거의 느낄 수 없을 것이다.ⓒ 한국배구연맹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센터 김재휘와 유망주 허수봉이 상무에 입대했다. 지난 시즌까지 V리그에서 세 시즌 동안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파다르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러시아리그로 진출했다. 김재휘의 공백은 지난 3월 군복무를 마친 후 봄 배구에서도 좋은 활약을 펼친 최민호로 메울 수 있지만 외국인 선수는 파다르를 대신할 새로운 선수를 선발해야 했다.

7순위 지명권을 가지고 있던 현대캐피탈은 쿠바 출신 공격수 요스바니 에르난데스를 선택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 시즌 OK 저축은행에서 활약하며 득점 3위(835점), 공격 성공률 4위(54.54%), 서브 2위(세트당 0.76개)에 올랐던 검증된 공격수다. 무엇보다 서브리시브 참여가 가능해 현대캐피탈은 경우에 따라 에르난데스-전광인-문성민으로 이어지는 공격에 비중을 둔 삼각편대를 가동할 수 있다.

대학시절부터 인기를 양분하며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던 김요한이 지난 시즌을 끝으로 계약을 하지 못해 실질적인 은퇴 선수가 된 가운데 문성민 역시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5세의 노장이 된다. 또 한 명의 경험 많은 윙스파이커 박주형 역시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만큼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 '서브 스페셜리스트'로 활약하던 이시우가 전광인의 파트너로 투입될 시간이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캐피탈의 창단 멤버로 지명됐다가 LIG손해보험 그레이터스(현 KB손해보험 스타즈)에서 데뷔했던 황동일 세터는 대한항공과 삼성화재를 거쳐 이번 시즌부터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는다. 이승원과 이원중이라는 젊은 세터들이 있는 만큼 황동일이 얼마나 많은 경기에 투입될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대학 시절 '경기대 3인방'으로 이름을 날린 문성민, 신영석과 11년 만에 재회한 만큼 황동일에게는 새로운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내년이면 한국나이로 43세가 되는 노장 리베로 여오현이 건재를 과시한다는 가정 하에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에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분류하기에 손색이 없다. 그리고 5시즌 연속 챔프전에 진출한 현대캐피탈이 그 중에서 3번의 우승을 만들어 낸다면 현대캐피탈은 명가를 넘어 '왕조'로 불리기 부족함이 없어진다. 남 부러울 것 없는 명문구단 현대캐피탈이 2019-2020 시즌에도 챔프전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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