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상자> 고선웅 연출

<낙타상자> 고선웅 연출ⓒ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상자는 희망을 찾지 못하지만, 관객은 작품을 보고 통찰할 수 있지 않나. 결국 흙 한줌이 되지만, 인물의 생애를 보면서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락 중은 아직 추락한 게 아니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한다."
 
8일 오전 서울 성북구 심윤희 댄스 연습실에서 열린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연극 <낙타상자> 고선웅 연출이 이 같이 말했다. <낙타상자>는 시골에서 북평(현 북경)으로 올라온 인력거꾼 상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작품이다.
 
"1930년대 즈음을 배경으로, 중국 인력거꾼 '상자'라는 청년의 마지막 생애를 다뤘다.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인생 속에서, 그가 세상과 맞닥뜨리면서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았다. 절망의 끝이 없는 작품이다. 작품을 보고 나면 '희망이 있어야 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절망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다."
 

고선웅 연출은 지난 5월 초연된 작품과 달라진 점에 대해 "배우들의 연기가 자연스러워졌다. 배우들의 톤, 밸런스 등이 달라지고 엔딩 곡도 바뀌었다. 계속 성장 중이다. 더 좋아졌다고 확신한다"라고 자신했다.
 
<낙타상자>는 작가 라오서가 1937년 발표한 중국 소설 <낙타샹즈>를 원작으로 한다. 이 작품을 올리는 데에 대한 '의미'에 대해 고 연출은 '인연'을 언급했다.

"인연이 닿았다. 연극하는 사람으로, 관객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타상자>는 현재 우리와 굉장히 많이 맞닿아 있는 작품이다. 돈을 벌어 집을 장만하려고 열심히 살았는데, 10년이 지나고 나니 집값이 너무 올라 엄두조차 낼 수 없지 않나. 희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우리를 반겨주지 않는다. 현대의 울림과 관계를 맺지 않으면 '왜 공연을 봐야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시의성이 느껴진다. 인물 생애의 포인트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생애 전체를 보여주는 게 재밌더라. 서사가 좋아, 이렇게 작품으로 올리게 됐다."
  
 <낙타상자> 공연 장면

<낙타상자> 공연 장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이 작품은 중원농의 경극본을 고선웅 연출이 각색해 무대화 했다. 중국 고전의 재현이 아닌, 재치와 유머를 곁들여 하층민에 대한 잔혹한 수탈과 침상을 담았다. 작품의 어느 부분이, 고 연출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누구나 마음속에 '측은지심'이 있지 않나. 제 마음에도 있다. 작품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상자가 극에서 '인력거만 진짜야. 입에 들어가는 것만 진짜야. 죽음만이 진짜야'라고 순차적으로 말한다. 변해가는 거다. 인력거가 희망적인 존재였는데, 먹고 사는 것만 급급해지니 입에 들어가는 것만 진짜가 되고, 모든 것을 뒤로하고 죽음을 마주했을 때는 죽음만이 진짜라고 하는 거다. 다른 건 다 가짜라고. 인생이 다 그렇지 않나."
 
무대에 인력거가 오르는 장면에서 <운수좋은날>이 떠오른다. <낙타상자>와 인력거를 마주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만. 
 
"<운수좋은날> 보고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난다. 김첨지는 너무 처참하지 않나. 극 중 상자는 깨어있는 청춘이고, 동력을 가진 인물이다. 피폐하지 않다. 또, 사막을 거니는 '낙타'와 '상자'라는 인물을 치환해서 보는 재미도 있을 거다."
 

작품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삶'을 느낄 수 있다고 전한 고 연출. 고 연출이 생각하는 '잘 사는 삶'이란 어떤 모습일까.
 
"내가 중심이 되는 삶이다.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
 
<낙타상자>는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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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전문 프리랜서 기자입니다. 연극, 뮤지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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