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만과 편견> 포스터

영화 <오만과 편견> 포스터 ⓒ 제작사

 
세월이 흐를수록 새로운 게 아닌 '좋았던 것'을 다시 한번 더 찾게 된다. 극장가에 새로운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했지만, 비 오는 저녁 날 내 선택은 나의 인생 영화 중 하나인 <오만과 편견>을 다시 보는 것이었다.

영화 <오만과 편견>은 국내에서도 유명한 제인 오스틴의 원작 소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학부 시절 처음 접한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나를 당시 그 시간과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만 같았다. 나도 언젠가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는 몽글몽글한 마음이 피어올랐다. 그 여운을 잊을 수 없어 제인 오스틴의 일대기를 영화로 그린 <비커밍 제인> 역시 감명 깊게 보았다. 이리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아름다운 스무 살이라는 나이에 읽어본 것은 크나큰 행운이었다.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 제작사


영화는 영국의 19세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보여준다. 당시 여성에게 신분 상승이란 결혼을 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베넷 부인(브렌다 블레신 분) 역시 자신의 다섯 딸을 좋은 가문에 시집보내기 위해 수많은 애를 쓴다. '어떤 여성이 되느냐'가 아닌,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가 중요한 사회였기 때문이다.

주인공인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 분)는 이러한 시대적 순리에 물음표를 제기한다. 엘리자베스는 지금으로 말하자면 그 시대의 '신여성' 같은 캐릭터다. 여성은 주체적 존재이며, 결혼은 돈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찾아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어머니는 물론 언니인 제인(로자먼드 파이크 분)과도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다. 어느 날 한 무도회에 참석하게 되고, 엘리자베스는 이곳에서 진정한 사랑인 디아시(매튜 맥퍼딘 분)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다.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영화 <오만과 편견>의 한 장면 ⓒ 제작사

  
그러나 두 사람이 첫눈에 사랑에 빠진 것은 아니다. 디아시는 엘리자베스의 외모가 한눈에 반할 정도는 아니라고 섣부르게 판단했으며, 엘리자베스 역시 그가 오만한 사람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다. 편견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상대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 둘은 서로에 대해 오만과 편견을 가지고 상대를 비난했지만 여러 일을 거칠수록 편견은 벗겨져 나가고 서로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영화 후반부에 가서야 이루어지지만 절대 아쉽지 않았다. 이미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의 달달함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말을 타고 다니던 디아시가 걷는 걸 좋아하는 그녀를 위해 말을 타지 않고 걸어오는 장면은 그의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편견은 내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오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사랑할 수 없게 만든다." - <오만과 편견> 중에서 

이 두 사람이 결국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지 못했다면, 인연으로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편견으로 인해 다가오는 이를 막았던 기억 그리고 살아오는 동안 나를 오만이라는 어두운 진흙으로 뒤덮고 있었던 건 아닌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영화화되며 시간적 제약 때문에 생략시킨 부분이 꽤 되었지만, 그럼에도 원작 소설의 감동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접할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사랑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한없이 현실적인 사람으로 만들었다가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사랑.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고, 저릿해져 오는 그 감정 자체에 충실해져야 한다. 그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이 많아질수록, 상대의 못난 점이 보이게 되고 그것은 쌓이고 쌓여 편견이 돼 버리기 때문이다. 그릇된 선택으로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기를, 이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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