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연주와 실험으로 수많은 뮤지션이 경의를 표한 드러머 진저 베이커(Ginger Baker)가 10월 6일 향년 80세로 사망했다.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는 최근 몇 년간 건강이 좋지 않았다. 만성 폐쇄성 폐 질환과 관절염 등으로 고생했으며 2016년에는 심장 질환으로 심장 절개 수술을 받았다. 10일 전 진저가 위독한 상태라고 알렸던 가족들은 매우 슬프지만, 진저가 아침에 편안하게 눈을 감았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남겼다. 
 
 진저 베이커의 마지막 솔로 앨범 'Why?'

진저 베이커의 마지막 솔로 앨범 'Why?' ⓒ Motema Music

 
1966년 당시 함께 연주하고 싶은 드러머로 손꼽혔던 진저는 에릭 클랩튼(Eric Clapton), 잭 브루스(Jack Bruce)와 함께 결성한 트리오 크림(Cream)으로 음악계를 평정했다. 보컬보다 연주를 중시한 파격적인 사운드에 'Sunshine Of Your Love', 'White Room' 등의 히트곡까지 배출하며 영국, 미국에서 모두 성공했고 공연장에서는 무시무시한 즉흥 연주로 청중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레이엄 본드 오가니제이션(Graham Bond Organisation) 시절부터 격렬하게 싸웠던 진저와 잭은 여전히 사이가 나빴고 관계를 개선할 의지도 없었다. 크림의 세 번째 앨범 < Wheels Of Fire >가 미국 1위, 영국 3위라는 호성적을 거뒀을 때 멤버들은 밴드 해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크림은 1968년 11월 런던의 로열 앨버트 홀에서 펼친 고별 공연을 끝으로 서로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이듬해 스티브 윈우드(Steve Winwood), 릭 그레치(Ric Grech), 에릭 클랩튼과 결성한 밴드 블라인드 페이스(Blind Faith)는 한 장의 앨범을 내고 해체했다. 이후 진저는 여러 밴드를 결성하고 솔로 앨범도 발표했으나 행보는 그리 순탄하지 않았다. 아프로비트에 심취해 나이지리아에서 스튜디오를 차렸고 폴로 경기에 빠지기도 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1993년 한차례 공연을 펼친 크림의 재결성은 2005년에 성사되었는데 그때도 진저와 잭은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유명한 싸움꾼이며 헤로인 중독자였던 진저는 자신의 연주보다 더 거칠고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았다.

2012년 공개된 다큐멘터리 '드럼의 마왕 진저 베이커(Beware of Mr. Baker)'에는 괴팍하고 오만했던 그의 개인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인간적으로는 결코 존경받을 인물이 아니었으나 록 음악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드러머였던 진저의 부고를 접한 뮤지션들은 추도사를 올리며 그를 추억했다.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위대한 드러머 진저는 거칠어도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며 함께 'Band On The Run' 앨범을 제작했던 시절을 회상했고, 브라이언 메이(Brian May)는 대학생 시절 밴드 멤버를 모집할 때 "키스 문, 미치 미첼, 진저 베이커처럼 연주할 수 있는 드러머를 구한다는 문구를 본 로저 테일러(Roger Taylor)를 만났다"며 진저를 우리의 역사와 분리할 수 없는 존재라고 언급했다. 또한, 믹 재거(Mick Jagger), 링고 스타(Ringo Starr)도 혁신적인 연주를 언급하며 그를 추모했다.
음악 진저 베이커 GINGER BAKER 에릭 클랩튼 드러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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